“행복? 지금 이 순간 ‘나’를 내맡긴다면”
“행복? 지금 이 순간 ‘나’를 내맡긴다면”
  • 조현성
  • 승인 2014.02.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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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남 톱텐 스님 “깨달음은 누구나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통찰”

계곡에서 급류 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즐거워하지만 자신들이 탄 고무보트를 마음대로 조종하지는 못한다. 그들이 급류타기를 즐길 수 있는 까닭은 강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내맡긴 채 떠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맞서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남 툽텐은 티베트 스님이다. 스님은 티베트 낭마파에서 수행하고 1990년대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복잡한 불교교리가 아닌 쉬운 언어와 유머로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는 스님이 됐다.

<알아차림의 기적>은 아남 톱텐 스님이 들려주는 일상의 깨달음이다. 수좌도 학자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깨달음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님은 “깨달음은 평범한 일상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스님은 “불교의 핵심은 깨달음을 통해 삶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과 불교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삶이란 스스로 전개되는 신비로운 흐름 혹은 힘”이라며 “삶에서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면서.

스님은 “간혹 우리가 바라는 일이 일어날 때면 우리는 잠시나마 행복을 느낀다”며 “삶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도 아니고 조각가가 마음먹은 대로 형상을 빚을 수 있는 점토 같은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스님은 “급류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강물의 흐름에 맞선다면 그 순간 급류타기는 힘든 일이 되고 전혀 즐겁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좌절하게 되고 그때마다 깊은 절망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불교는 실제로 삶이라는 강물의 흐름에 따라 급류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전적으로 삶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 그것은 단지 실상 없는 관념일 뿐”

스님은 “삶을 부정하고 내세에서 더 나은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가르치는 수행이 있다면 그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불교를 비롯한 많은 전통에서는 삶이 성스럽다고 가르친다면서.

스님은 “삶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삶을 포용해야 한다. 삶에서 동떨어진 진리 실상 합일 등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떤 진리·신이 실제 삶보다 더 성스럽고 신성하며 더 초월적이라고 생각하고 숭배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들은 단지 진리에 대한 관념·개념을 숭배하는 것이다. 관념이나 개념에는 실상이 담겨 있지 않다”고 경책한다.  그러면서 “삶이 곧 신성이다. 삶이 곧 공이자 일체성”이라고 강조한다.

“불자들, 경전 통해 空 배우지만”

스님은 “불자들이 경전에 나오는 성스러운 사상만을 숭배한다면 그것에 비해 실제 삶은 하찮고 깨달음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경전에 나오는 귀중한 사상만 성스럽다고 여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스님은 “경전에 담긴 사상들이 우리 의식으로는 알 수 없을 만큼 심오하고 실제 삶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는 실상을 알려준다고 믿기도 한다. 언젠가 우리가 열망·숭배해 온 모든 것이 허상일 뿐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11세기 티베트 스승이던 돔된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돔된빠는 경전을 암송하고 사원 둘레를 도는 등 여러 수행을 하고 있던 한 승려에게 “당신은 진정한 수행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당황한 승려는 “진정한 수행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돔된빠는 “삶을 놓아버리라”고 했다.

스님은 “이 말은 실제 삶을 거부해야만 한다는 말로 들리지만 사실은 삶을 거부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삶에 대해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는 말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으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삶에 대한 온갖 생각들이 온전히 경험하는 걸 방해한다”며 “우리가 생각에 얽매여 삶 자체와 성스러운 접촉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스님은 이를 어떤 사람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을 진정으로 만날 수 없는 것과 같음에 비유한다.

“귀의는 ‘지금 이 순간’에 내맡기는 것”

스님은 “삶이 곧 진리이자 일체성이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약간 헤매야만 한다. 의도적으로 헤매는 그것이 영적 수행”이라고 한다.

이어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우리가 찾아 헤매던 것이 외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외부’는 없기 때문이다. 삶이 곧 열반이고 바로 여기가 열반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건 수행에 있어서 큰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한다.

스님은 “귀의는 수행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귀의는 관념이나 개념적 분석과 무관한 직접적 체험으로 특정한 신앙체계와는 상관없는 체험”이라고 했다. 귀의란 자아라는 허상이 녹아서 삶 자체의 신성함 속으로 사라지는 걸 바로 지금 체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와 분리된 것 없음을 아는 것이 깨달음”

스님은 “귀의는 내맡기는 것이고, 진정한 귀의는 대상이 없다”며 “대상 없는 귀의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는 삶과 분리된 것을 숭배할 수 없고, 삶과 분리된 것에 우리를 내맡길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나와 분리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깊은 깨달음”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삶에 귀의하려면 삶에 완전히 내맡기고, 두려움은 물론 희망도 갖지 않으며, 뭔가를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삶을 우리 마음대로 하려하지 않고 오히려 삶이 우리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삶을 바꾸려는 욕구를 다 버리고 삶에 완전히 내맡겨서 삶이 우리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 그 순간 ‘나의 삶’ ‘너의 삶’은 없다. 오직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의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스님은 “삶은 늘 우리에게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좀처럼 그것을 듣지 못한다. 실제로 삶은 모든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이해할 수 없어 수행에 빠져 헤매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님은 “당분간 수행하며 헤매기를 계속하자. 그것이 아니라면 당장 헤매기를 중단하고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알아차림의 기적┃아남 툽텐 지음┃이창엽 옮김┃담앤북스┃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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