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국내 최초로 무아와 윤회의 관계를 정리한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전면 개정판이 출간됐다. 23년 만이다.
저자 호진 스님은 ‘다시 쓰는 머리말’에서 “이 책이 ‘30대의 학생이 쓴 논문’이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라고 했다.
책에는 상당한 내용이 보충됐다. 개정판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우빠니샤드>의 윤회와 해탈(mokṣa), 초기불교의 무아와 열반에 관한 곳이다. <우빠니샤드>에 나타난 윤회와 범아일여(梵我一如) 문제에 대해서는 전보다 더 깊이 탐구했다. 초기불교 부분은 핵심에 있어서는 전과 동일하지만 구체적이고 세밀한 탐구를 더했다.
무아설과 윤회설은 불교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석가모니 부처 재세시에도 이 두 설의 양립은 논란만 거듭한 채 해결되지 못했다. 이에 대한 고민이 다양한 이론으로 전개됐고, 불교는 여러 부파로 나뉘었다.
부파불교에서 제기된 여러 이론을 종합 정리해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을 시도한 경전이 <나선비구경>이다. <나선비구경>도 무아‧윤회의 양립을 말끔이 해결하지 못했다.
저자 호진 스님의 연구는 <나선비구경>이 보여주는 미완의 해답에 고민을 더한 것이다.호진 스님이 책에서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나선비구경>에 나타난 무아설과 윤회설의 내용이 어떠한지, 두 교리를 어떻게 양립시키
고 있는지, 초기경전의 설명과 비교하였을 때 얼마나 정통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교리적으로 얼마나 튼튼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연구한 성과를 담았다.호진 스님의 연구는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게 한다. <나선비구경>보다 명쾌한 설명을 할 수는 없는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호진 스님은 현대의 불교학자들은 계속해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이 문제에 어떤 답을 하겠는가?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호진 지음┃불광출판사┃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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