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 스님 "4대강 사업 그만 두십시오"
수경 스님 "4대강 사업 그만 두십시오"
  • 수경 스님
  • 승인 2009.08.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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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 발표…"경제 살리기 앞서 사람 살려달라"

이명박식 4대강 살리기가 아닌,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호소문

지구온난화, 신종플루 같은 현상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고, 평소 계절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9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월 6일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 9만 4,512명과 사망자 429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뒤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자 수 통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절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과학적 예측에 대해서는 판단할 입장이 못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상이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과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시대를 사는 이웃들께 이렇게 호소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을 파헤치기 전에 우리 삶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어떨는지요

이명박 정부에서는 강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상의 위법성은 물론이거니와 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4대강 개발을 하겠다고 합니다. (대운하의 전제 작업이 아니냐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과연 강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두고라도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설사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 경기 활성화가 된다 할지라도 그 대부분의 이익은 토건업자와 지역 토호 세력, 부동산 투기자들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은 개발독재시대의 기억만으로 충분합니다. 백보를 물러나서 관련 지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한들 그 기간은 순간입니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다들 못살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부의 편중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요? 재화의 총량은 충분한데도 빈곤층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본다면 우리 국민은 학벌과 학연의 모순 때문에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어져도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진정 강을 살리기 위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건강한 모두의 삶을 위해서, 강을 파헤치기 전에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삶의 내용이 강 살리기여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시대의 선지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아니 무자비한 자본주의의 병폐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시대의 선지식입니다. 미디어법 강행, 비정규직 문제, 용산참사 문제, 사교육비가 강제하는 가난의 세습 등 비인간적 세상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적어도 이런 세상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폭군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민주주의를 우리가 지켜야 하니까요. 역사의 발전과정이 그렇지 않습니까. 스스로 포기한 권력은 어느 세상, 어느 나라에도 없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뒤늦게나마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와야지요. 국민의 절대 다수가 서민인 나라에서 서민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야지요.

‘국민주권’을 의심하지 마십시다.

방법과 내용 양면에 걸쳐서 이명박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민이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권력이 다수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모순입니다. 한시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세습 왕조의 절대 권력보다 더 쉽게 휘두르고 있습니다. 4년 혹은 5년 만에 돌아오는 ‘투표’라는 유일한 기회에만 주권자로 대접받는 초라한 민주주의의 초상입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사람다운 삶을 위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감히 다음과 같이 말씀드립니다.

▶ 자연과 사람은 하나입니다. 신종플루, 지구온난화와 같은 자연의 아픔을 우리가 함께 겪는 것입니다.

▶ 자연의 섭리와 민주주의는 하나입니다. 식민시대나 세계대전의 역사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무모한 행위였습니다.

▶ 부자의 낙타가 바늘 지나다 흘린 부스러기 같은 개발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교육비로 좌우되는 부의 세습을 반대해야 합니다.

▶ 사람은 하나입니다. 빈부간·계층간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무모한 4대강 개발은 그만 두어야 합니다.

▶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먼저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살려야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살려야 합니다. 생명을 살려야 합니다.

(준)불교단체연석회의·화계사 주지 수경 합장

이 글은 8월 28일자 경향신문 1면에 광고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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