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훈련하면 뇌가 바뀐다 '마음vs뇌'
마음 훈련하면 뇌가 바뀐다 '마음vs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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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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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목이 마를까?

1962년 데이비드 린이 감독하고 피터 오툴이 열연한 사막 영화의 고전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가 개봉됐다. 이 영화가 개봉되자 당시 세계 도처의 영화관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극장마다 휴식 시간(이 영화의 런닝타임은 4시간으로 중간에 휴식시간이 주어진다.)에 매점 앞에는 음료수를 사려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관객들은 스크린 위로 펼쳐진 뜨거운 사막의 모랫바람에 빠져들어 심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체 외부에서 일어나는 반응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실재로 믿는가에 따라 우리의 뇌와 몸은 심하게 요동친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20세기 초 어떤 의사는 사람들이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많이 사망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수면 중에 협심증(angina pectoris)이 발생하여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려고 할 때 사망하더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수면 중 협심증의 원인은 대부분 꿈 때문이다. 꿈에서 일어난 격렬한 신체적 활동 또는 두려움이나 분노와 같은 불쾌한 감정이 사람들의 몸을 바꾼 것이다.

임신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상상임신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이와 같다. 상상임신을 한 사람은 유방의 크기와 형태 나아가 유방 조직의 변화까지도 일으키며 실제로 모유까지 분비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상상임신 4~5개월쯤 되면 태아의 움직임조차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어떤 환자들의 경우는 상상임신의 증상이 너무나 생생하여 의사들조차 오진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마음’의 변화에 따른 뇌와 몸의 변화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일 뿐이다.

뇌가 기계라고 믿는 당신에게

아직까지 주류 심리학이나 뇌과학에서는 마음이 가진 이러한 ‘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해부학자였던 프란츠 요제프 갈(Franz Joseph Gall, 1758 ~ 1828)이 ‘정신은 뇌에서 기인하며 또 각각의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한 이래 뇌가 마음을 지배한다는 생각은 ‘상식’이 되었으며 이 분야의 연구는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마음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집중됐다.

특히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뇌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으며, 뇌에는 명백히 정해진 한계가 있고 이 한계는 대체로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주류 과학계와 의학계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정밀한 뇌 스캔이 가능해지면서 이 '변하지 않는 뇌' 이론은 점차 허물어졌다. 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흔히 “뇌가소성” 혹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뇌가소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뇌와 마음의 관계는 일방통행에서 점점 양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뇌가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마음 역시 뇌와 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을 훈련하라! 뇌가 바뀐다

마음 훈련을 통해 우리의 뇌와 몸을 바꿀 수 있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흔한 예로 플라시보 효과를 들 수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 중 75퍼센트는 특정 처방 없이 스스로 나을 수 있는 환자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의사의 확인만 있어도 스스로 치료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티베트 승려가 등장하는 영화나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티베트 승려들은 엄청나게 추운 날씨에도 장갑이나 양말을 신지 않고 한쪽 팔에는 장삼을 두르지 않은 채 바깥에서 담론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맨살을 드러내면 손발에 동상이 걸리고 추위에 노출되어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티베트 같은 고산 지대에서는 기온이 영하 몇 십도까지 떨어지는데도 승려들이 맨살을 드러내고 거뜬하게 잘 견딜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명상에 들어간 승려들이 자신의 피부 온도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의 명상수행은 인지상의 변화, 문제 해결 능력의 상승 또는 알아차림과 관련되는 뇌의 활동을 고양시킨다.

이런 사례는 마음과 몸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또한 의학적 의미에서 볼 때 기존의 의학적 치료법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는 여러 종류의 만성병 치료에 심리적 수련으로 그 가능성이 보인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치료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치유를 위한 마음 수련

저자는 이 책의 후반부를 이런 마음 훈련 방법에 집중 할애하고 있다.

특히 소리나 단어와 같은 진언 또는 만트라나 기도문과 같은 언어적 방법을 통해 엄습해오는 잡념과 공상의 고리를 끊음으로서 마음에 휴식을 가져오게 하는 방법에 저자는 주목한다. 하버드대 벤슨(Herbert Benson) 박사는 이런 변형의 경지를 ‘브레이크 아웃(Breakout)'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일어나는 데는 몇 개의 단계가 있고 일단 브레이크 아웃이 발생되고 나면 몸과 마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벤슨 박사는 뇌과학으로 밝혔다. 흥미 있는 것은 브레이크 아웃이 바로 자기 변형의 기본 과정으로 종교적 체험, 특히 명상과 같은 심신의 이완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마음 훈련이 뇌와 몸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수많은 사례와 연구결과를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오랫동안 심리학과 뇌 관련 분야를 연구해오던 저자의 첫 번째 대중서로 마음과 뇌에 대해 생소한 이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소개 

장현갑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한국 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와 가톨릭 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명상과 의학의 접목을 시도한 ‘통합의학’의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으며, 현재 한국 명상치유학회 명예회장과 한국통합의학회 고문,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 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2001년부터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인더월드, 사이언스&엔지니어링, 메디슨&헬스 케어, 리더스, 아시아)에 걸쳐 9년 연속 등재되었다. 2005년 영국국제인명센터(IBC)로부터 ‘100대 교육자’에 선정되었고, 2006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영구헌정되었다. 또한 2006년에는 미국인명협회(ABI)로부터 ‘500인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2009년에는 ‘2009 Man of The Year 50인’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존 카밧진과 허버트 벤슨 등 마음과 뇌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외국 학자들의 글들을 꾸준히 번역해 왔으며 『마음챙김』(미다스북스, 2007) 등의 저서가 있다.

|장현갑 글|292쪽|2009년10월5일 출간|13,800원|불광출판사|02-42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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