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정진으로 선 대중화? 착각말라"
"상월선원 정진으로 선 대중화? 착각말라"
  • 원인 스님
  • 승인 2020.03.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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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霜月禪院에 대한 小考
지난 5일 죽비를 놓은 자승 전 원장 등은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의 마중 속에서 7일 천막에서 나와 대중법당에서 삼배를 하고 상월선원을 떠났다.(사진=상월선원 유투브)
지난달 5일 죽비를 놓은 자승 전 원장 등은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원행 스님 등의 마중 속에서 7일 천막에서 나와 대중법당에서 삼배를 하고 상월선원을 떠났다.(사진=상월선원 유투브)

 

먼저 엄동설한에 석달을 가행정진加行精進한 여러 스님들에게 경의敬意를 드립니다.

수행자라면 누구나 가행정진 내지 용맹정진을 하지 않은 수행자가 없지 않겠지만 고행苦行에 대한 인욕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수행修行이므로 고행苦行을 능행能行하는 것은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난행難行을 능히 행하고 고행苦行에 대해 인욕하는 뜻은 위로는 깨달음을 증득하고 널리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이기에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행해야 하는지 오늘날 선원풍토와 상월선원을 보면서 냉철한 마음으로 선원수좌 입장에서 고찰考察해보고자 합니다.

일찍이 달마대사께서 이르시기를 “수행자라면 기본 적으로 밖을 향하는 인연은 쉬어야하고, 안으로 구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 마음이 담벽처럼 무심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라도 道에 들어갈 수 없다.(外息諸緣 內心無喘 心如墻壁 可以入道)”라고 했습니다. 

이 말속에 세가지 뜻이 있으니 첫째는 수행자가 오욕락으로 향하는 마음을 쉬기 위해 바깥인연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내적으로 어떤 조건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하는 마음을 두지 말라는 것이니 여기에서는 도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까지도 내려놓지 않고는 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아집 아만 아상 등 자아의식을 가지고는 천년을 닦아도 외도外道는 될지언정 정법正法수행자는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아無我에 철저하지 않고는 도道에 나아갈 수 없으므로 달마가 말한 세가지 중 앞에 두가지를 실천했다고 해도 무아상이 아니면 헛공부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럼 오늘날 선원풍토는 어떠한가요. 달마가 제시한 세가지 법에 부합되는지 살펴본다면 저절로 바른 점검이 될 것입니다.

만일 세가지법을 갖추지 못했다면 근세도인인 경허 수월 혜월 같은 도인이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분들은 100년 전 사람이지만 그 이후 아직까지 확철대오한 도인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오늘날 선원풍토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선원에서 정진이 다분이 형식적이고 직업적이며 경력 쌓는 곳으로 전락한 풍토에서는 도인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간화선의 우수성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지만 오늘날 수행자들의 문제점은 기본 없는 정진에서 수행의 효과는 있을 수 없으므로 선은 점점 쇠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선원 상태는 수행자 본분에 입각하여 본다면 최악이라 할 수 있으며 미얀마나 태국 같은 곳에 비교한다면 비참하고 부끄러워 어디 가서도 한국불교의 선禪을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때문에 내실 없는 선禪의 외형적 확장이나 대중화는 도리어 선禪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므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내실을 기한다면 언젠가는 서산대사 같은 도인이 출현할 것이고 이러한 성인이 단 한 분만 있다 해도 한국불교는 세계만방에 위세를 떨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禪에 있어 내실없는 외적성장은 불교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만일 누가 상월선원으로 인해 전국선원이 자극받아 용맹정진하고 선禪을 세상에 홍보하여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으로 오히려 왜곡된 면만 부각되어 그 폐악은 선원의 총체적 문제와 함께 비화하여 선뿐만 아니라 불교전체에 매우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수행자(종교인)의 기본은 순수성과 양심이 전제되어야하며 이것 없는 수행은 위선과 아상만을 키울 뿐입니다. 아상은 모든 번뇌의 근본으로써 수행자는 자기성찰로 하심과 겸손이 우선되어야 하며 삼세 육추망상을 다스리고 난 뒤 선정과 지혜를 닦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불교는 선禪과 교敎와 사事에 있어 매우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산승은 상월선원 아홉 스님들이 지난겨울 혹독한 고행 속에 정진했던 그 힘과 정신으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조계종단대개혁과 혁신을 이루는데 다시 한 번 정열을 불태워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2020년 음 1월 23일 태백산 원인 합장
 

* 본 글은 상월선원에 대해 누군가 객관적입장에서 정론正論을 세워야 하는데 상월선원에 대한 글(正論)이 보이지 않아 후세인을 위해 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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