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스스로 뒤집은 ‘정상회담 대가 5억불’
조선, 스스로 뒤집은 ‘정상회담 대가 5억불’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08.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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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현대아산은 2000년 북한 아태평화위에 5억 달러를 주고 금강산 관광 등 이른바 '7대 대북사업'에 대한 사업 독점권(50년)을 따냈다.”

지난 5일자 조선 1면 사이드 톱기사 내용이다.

기사의 이해를 위해 몇 줄 더 인용한다.
“북한이 지난달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원들에게 금강산 단체관광을 시켜준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당시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사업 독점권을 가진 현대아산측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명백한 사업권 침해’라고 했다.”

지금까지 조선일보의 기본 입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대가를 주고받은 정상회담이라는 것이었다. 남측은 5억 달러를 송금했고 북측은 이에 대한 대가로 남북정상회담을 주고받았다는 것, 이것이 조선일보의 대체적인 입장이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이나 남북 냉전 대결구도에 치우친 일부 세력들의 입장에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돈을 주고 사고 판 정상회담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5일자 조선일보는 지금까지의 그런 입장과는 정반대의 논리인 것. 아침 신문을 보다 말고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눈을 부벼가며 ‘혹시 잘못 본 것 아닌가’ 확인해야만 했다.

임동원 전 장관의 회고록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14일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 ‘국민에 드리는 말씀’을 통해 ‘현대의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치게 되어 참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이미 북한 당국과 많은 접촉이 있던 현대측의 협력을 받았다. 현대는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개 사업권을 얻었으며,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힌 후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지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현대의 대북송금은 북한과의 ‘7대 경협사업’에 대해 현대가 30년간 독점권을 행사하는 대가로 5억 달러를 지불한 것이지 정상회담 대가가 아니라는 것과, 다만 대북송금과 관련하여 국정원이 2억 달러의 환전 편의를 제공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임동원, 「피스메이커」, 2008 ; 716-717)

다시 임동원 장관의 회고다.
“(특검은) 대북송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현대의 4억 달러는 대북경제협력 사업의 선 투자금 성격이며, 정부부담금 1억 달러는 정책적 차원의 대북지원금 성격이다’ ‘대북송금이 정상회담 전에 송금되어 정상회담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동원, 위의 책 ; 718)

이런 특검의 판단에 대해 법원은, “‘남북정상회담은 통치행위이며 그 성과도 크다’고 인정했다. 한편 ‘송금행위와 정상회담의 관련성은 인정하나 송금행위는 통치행위가 아니며 실정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실정법 위반으로 유죄'라고 판결했다." '정보기관의 공작활동도 실정법에 따라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임동원, 위의 책 ; 719)

법원의 최종 판결은 대가성을 부인했다. 통치행위성은 인정했다. 그것이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최종적인 입장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발간된 자서전에서 대북 송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내놓았다.

“국민의 정부가 1억 달러를 북에 지원하려 한 것은 사실이었다. 잘사는 형이 가난한 동생을 찾아가는데 빈손으로는 갈 수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어 현대를 통해 제공했다. 현대는 1억 달러에 대한 또 다른 대가를 북으로부터 얻었다.
현대가 4억 불을 북에 송금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화를 냈지만 4억 불의 대가로 돌아오는 일곱 가지 사업 내용을 보니 수긍이 갔다.

나는 수에즈 운하 주식을 몰래 사들여 동방 항로를 확보한 디즈레일리 영국 총리가 생각났다. 이집트가 돈이 궁해서 수에즈 운하 주식을 팔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디즈레일리 총리는 이를 극비리에 매입하기로 했다. 수에즈 운하를 프랑스가 지배한다면 영국에게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은 명백했다. 막대한 구입 자금이 문제였다. 당연히 의회의 승인을 얻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프랑스에 알려지고 국제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총리는 당시 가장 큰 재벌인 로스차일드 회사에게서 돈을 차입하여 아무도 몰래 수에즈 운하 운영권을 확보했다. 나 역시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가를 따져 결심했다.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II, 2010 ; 528)

현대아산의 돈 5억 달러가 북한에 송금된 건 맞다. 국정원이 나서서 송금의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맞다. 그 부분에 대한 불법성은 이미 특검을 통해 단죄되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대가성은 이미 부정됐다. 현대아산은 5억 불의 송금을 통해 ‘7대 대북 사업’에 대한 50년 동안의 사업독점권을 따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임동원 전 장관의 회고록을 통해 진솔하게 고백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진실을 진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 냉전세력들 때문이다. 끊임없는 조작과 왜곡을 일삼아 온 일부 언론 때문이다. 분단을 고착화하려는 일부 정치세력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년 만에 드디어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가 말하고 있는 진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

“현대아산은 2000년 북한 아태평화위에 5억 달러를 주고 금강산 관광 등 이른바 '7대 대북사업'에 대한 사업 독점권(50년)을 따냈다.” (조선일보, “北, 中외교관 20여명 초청 제멋대로 ‘금강산 관광’)

사과를 바라지는 않는다. 지난 보도가 잘못되었다고 조선 스스로 시인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차라리 이런 방식으로라도 지난 보도가 잘못되었음을 바꿔가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다. 다른 한 편 놀라운 일이다.

2000년 현대아산의 대북송금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가 아니라 금강산 관광 등 이른바 ‘7대 대북 사업’에 대한 50년짜리 독점 사업권이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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