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파문에 무관하다는 조계종
나눔의 집 파문에 무관하다는 조계종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5.20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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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원장 때 만든 ‘법인법’…송담 스님 탈종케 하더니
19일 밤 방영된 MBC PD수첩 갈무리.
19일 밤 방영된 MBC PD수첩 갈무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종법을 무력화 시켰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의 방만 운영 실태가 '시사IN'과 '한겨레신문'을 통해 보도되고, 조계종 지정 해종언론이 되어 버린 MBC의 ‘PD수첩’이 방송도 하기 전에 지레 입장문을 내면서 종단이 직접 관리 운영하지 않는 법인이어서 무관하다고 했다. 자승 총무원장 시절 만든 ‘법인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종단 이 나서 부정한 셈이다.

조계종은 2014년 6월 ‘법인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법)’을 제정, 7월 공포했다. 여러 차례 개정되긴 했지만, 이 법의 골자는 그대로다. 조계종단 또는 조계종 사찰, 조계종 스님이 재산을 출연한 법인은 모두 조계종에 등록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법 파장은 만만찮았다. 국가 민법 체계를 사실상 부정하고, 법인을 통제 관리해야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파장은 여전히 잔존한다. 현대 한국불교 대표 간화선 수행자로 추앙받는 송담 스님이 ‘법인법’ 파동과 용주사 쌍둥이 아빠 주지 선출 사태에 조계종에서 탈종했다. 선학원의 주요 임원진이 멸빈됐다. ‘법인법’에 동조하지 않는 선학원에 적대적 긴장감을 형성해 ‘한 뿌리’라는 선언적 의미 외 관계는 기차 철로처럼 평행선을 긋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19일 방송되지도 않은 MBC PD수첩에 대해 예고편만 가지고, 왜곡과 불교폄훼를 주장하면서 나눔의 집이 조계종과 무관하다고 선긋기에 나섰다.

조계종은 “나눔의 집은 독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나눔의 집의 운영과 관련되어 종단이 직접 관여한 사실도 없습니다. 종단은 해당 법인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없으며, 사회법에 따라 지자체 혹은 정부기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입장문 대로면 나눔의 집은 조계종과 무관해야 한다. 관리감독도 조계종이 해서는 안 된다. 사회법에 따라 지자체와 정부기관에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면 ‘법인법’을 제정 공포하고 시행했던 조계종의 행위들은 모두 스스로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 불교계를 희롱했다는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다.

조계종이 만든 법인법은 종단 산하 사찰과 스님들에게 강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법인의 명칭, 임원 자격과 선출, 정관 개정과 의결정족수 등 법인의 주요 운영과 관련해 정관을 변경할 때는 ‘총무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법인법에 따라 종단에 법인을 등록하지 않으면 일체의 종무직에 취임할 수 없다. 주지를 할 수 없고, 원로의원도 총무원장도 할 수 없다. 종단이 설립한 학교법인인 동국대학교의 이사나 이사장도 못한다. 조계종이 그렇게 법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운영해 왔다. 나눔의 집은 법인법에 따라 종단에 등록한 곳이 명백하다. 명칭에 ‘대한불교조계종’이 명백하게 삽입됐고, 나눔의 집 대표이사는 조계종 원로의원에, 원장을 지내고 역사관 관장이었던 스님은 총무원장에 선출됐다. 상임이사는 동국대학교 이사장이 됐다. 법인을 종단에 등록시키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법인법에 따라 등록하지 않고도 나눔의 집 이사 스님들이 조계종의 고위 종무직에 선출됐다면 더욱 문제는 커진다. 그런데도 조계종은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

심지어 법인법은 법인이 해산하는 경우 “국가법률에서 특별히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잔여재산을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유지재단 또는 종단에 등록된 동일한 목적을 가진 법인 및 사찰에 귀속함을 그 정관에 명기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나눔의 집에도 적용되는 종법이다.

조계종의 입장문은 더욱 이상하다. 같은 날 나온 나눔의 집 입장문과 묘하게 겹치는 대목이 있다.

나눔의 집은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은 조계종 산하 법인이 아님을 밝힙니다. 다만 조계종 종법에 따라 조계종 소속 스님이 출연한 재산으로 설립한 법인의 경우 삼보정재 유실을 우려해 조계종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이 운영에 참여하거나 관리‧감독하는 것이 아닌 독립된 법인으로서 운영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조계종이 나눔의 집은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입장문과 결이 같다. 같은 날 같은 결을 띤 입장문을 낸다. 조계종과 나눔의 집이 무관하다면서 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종단은 나눔의 집 운영 문제에 선긋기 할 게 아니라, 참회한다고 했어야 한다. 종단은 나눔의 집이 개인 소유가 아닌 이상 삼보정재로 보고 관리 감독했어야 한다.

종단 입장문은 아쉽다. 조계종은 “원행 스님은 약 20여년의 기간 동안 나눔의 집 상임이사 및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관장으로서 십여명의 할머님들의 장례를 주관하시는 등 누구보다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지원해 오셨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36대 총무원장 취임 이전까지 개인적인 소신과 자비정신에 입각하여 공심을 가지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셨습니다.”고 했다. PD수첩은 원행 스님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본 방송이 나오기 전에 원행 스님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린 셈이 됐다. 세인들은 방송되지 않은 원행 스님의 문제가 무엇인지 주목하게 됐다.

나눔의 집도 마찬가지다. 나눔의 집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19년간 무보수로 나눔의집 법인 상임이사로 봉사해 오셨습니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해결 및 인식확산을 위한 노력은 물론, 나눔의 집에 거주하시다 돌아가신 십 여분 할머니의 장례식을 직접 집전하는 등 남다른 애정으로 활동해 오셨음을 밝힙니다. 원행 스님이 19년 소임을 맡은 기간 중 5년간 받은 금액은 역사관장 직책비로, 후원금이 아닌 역사관 운영비에서 지급됐으며 최저임금 수준임을 밝힙니다.”라는 내용을 입장문에 포함시켰다. 방송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전제가 반영된 입장문으로 보인다. 조계종과 나눔의 집은 원행 총무원장이 어떤 문제(의혹)에 휩싸였음을 스스로 공개해 버렸다.

나눔의 집이 조계종과 무관하다면 이제 법인법에 의해 종단에 등록한 모든 법인은 조계종과 무관하다. 사회법과 지자체, 정부기관의 관리감독을 받으면 된다. 조계종의 법인법을 총무원이 사실상 무효화시켰다.

나눔의 집 파문은 만만찮을 것이다. 법인 명칭에 ‘대한불교조계종’이 포함된 각종 법인에는 후원자들의 항의가 이어질 게 뻔하다. 이미 몇몇 법인은 ‘조계종’ 명칭이 포함되어 있느냐는 후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송담 스님까지 탈종케한 법인법이 대한불교조계종의 사회복지법인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됐다. 자승 전 원장이 만든 '법인법'이 나은 후폭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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