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고 오래 걷기 매우 위험…가혹 행위”
“마스크 착용고 오래 걷기 매우 위험…가혹 행위”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10.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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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형 전 서울대 의대 교수 “누가 이런 행사를 하나”
“심혈관·뇌혈관 질환 위험 높아져 생명 위협할 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시간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은 자칫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마스크를 벗으면 코로나19와 독감 등에 노출될 수 있다. 누가 이런 행사를 기획했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7일 82명의 참가자와 진행요원을 이끌고 동화사를 출발해 서울 봉은사까지 21일간 걷기 행사에 돌입했다. 애초 신청한 90명 중 8명이 빠진 82명이 걷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300여명의 사람들이 동화사에 모여 출발 행사를 가졌다.

불교중흥·국난극복 자비순례라 이름 지어진 이 걷기 행사에는 70대 고령의 스님부터 20대 대학생까지 참여하고 있다. 평소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이 하루에 20~30Km를 걸어 총 500Km를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토대장정 행사는 많은 문제를 노출해 최근에 이 같은 행사를 벌이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군대에서 조차 장거리 행군이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줄여가는 분위기다.

겨울로 접어드는 가을, 일교차가 큰 날씨에 길에서 먹고 텐트에서 자면서 500Km를 완주하는 것이 수행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마스크 쓰고 장시간 걷기는 생명에 위험”

강도형 전 서울대 의대교수(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도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분이 누구냐, 상식적이지 않고 자칫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마스크 착용은 어떻게 하느냐”며 놀라워했다.

자승 전 원장의 걷기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걷도록 했다. 의료진이 하루 세 번 열을 체크한다. 37도 이상의 열이 나면 걷기 집단과 분리한다. 조계종 기관지 7일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순례 중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하루 3번, 거리 두기, 묵언, 1인 1텐트 노숙, 야외 도시락 식사 등을 실천하며 모범적인 방역에 앞장선다.”고 한다.

강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하루에 20~30Km를 걷는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수십 킬로미터를 걷는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특수부대원들도 하지 않을 일”이라고 했다.

그는 “걷기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몇 달 간 훈련을 거친 사람이 아닐 텐데, 마스크를 쓰고 걸으면 호흡이 제대로 안 된다.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되고, 심장에 압박이 가해지면 심혈관이나 뇌혈관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걷기 순례 모습.(상월선원 유튜브 갈무리)
걷기 순례 모습.(상월선원 유튜브 갈무리)

“땀에 젖은 마스크 쓰고 걸으면 더 위험…사망 사례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개인의 생명과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역 조치가 마스크 착용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무리를 준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면 혈압이 상승하고, 동맥혈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싱가포르 국립의대가 건강한 임신부 20명에게 N95 마스크를 쓰고 빠르게 걷는 정도의 운동을 시켜봤더니 평균 1회 호흡량이 23% 분당 호흡 횟수는 25.8%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은 몸의 보상 작용으로 별 이상이 없지만 격한 운동을 하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몸의 보상 작용 범위를 벗어나 폐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하며 마스크가 땀에 젖으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 윤진하 연세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마스크가 젖을 경우는 미세하게 있는 구멍을 막기 때문에 10%, 그래서 20% 정도까지 호흡 능력이 더 떨어진다. 심폐 능력의 한 60~70%만 발휘된다.”고 했다.

강도형 교수는 “가벼운 걷기 운동은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마스크를 쓰고 하루 수십 Km를 걸어 21일 동안 500Km를 완주하겠다는 것은 특수부대원도 하지 않을 일”이라며 “심장과 뇌에 문제가 급격히 찾아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실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달리기를 하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걸으면 급사 위험성을 높일 수 있고, 집단 이동에서 마스크를 벗고 걸으면 코로나19와 독감에 노출될 수 있다. 어느 쪽이던지 생명에 위험을 주는 행위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저온에서 뇌졸중 발생률 높아…일교차 큰 가을 텐트 생활 위험”

‘상월선원 만행결사 불교증훙·극난극복 자비순례’로 이름 지어진 자승 전 원장의 걷기 행사는 주로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숙박한다. 텐트 숙박만 14일이다. 텐트 내부에 전기매트 등 보온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기 매트를 깔고 자더라도 준비되지 않는 사람들이 장기간 텐트 생활을 하면 건강에 더욱 안 좋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강 교수는 “일교차가 큰 가을에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장기간 텐트 생활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평소 안 걷던 분들이 오래 걷는 것만으로 몸에 무리를 주게 된다. 근골격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생명 위협은 거의 없지만 심장과 뇌혈관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걷는 것만으로도 부정맥,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더욱이 일교차가 심한 새벽에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면 혈관 연축(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운동량이 급격히 늘고 추위에 노출되면 교감신경계에 문제가 일어 날 수 있다. 차가 늘어나면 교통이 정체되는 것과 같다. 이럴 때 갑작스런 뇌출혈,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이 발병할 수 있고, 자칫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자의 사망률이 계절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다. 한양대 의과대 신경과학교실이 대한신경과학학회에 제출한 ‘뇌졸증으로 인한 입원환자수와 사망률의 계절적 변화’라는 논문은 “최근 연구를 종합해 보면 64% 정도에서 겨울철에 뇌졸중 발생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겨울과 봄을 합치면 86%까지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또 “뇌졸증 발생률이 저온에서 많은 이유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 시키고 혈압, 동맥 연축(spasm)을 증가시키며, 혈소판의 수와 용적, 혈액 점도, 지질, 혈액 응고의 활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맥 연축은 일시적인 동맥 평활근의 수축으로 관류역(灌流域)에 허혈을 야기하는 혈관내강의 기능적 협착, 이형협심증뿐만 아니라 협심증 또는 급성심근경색 등 허열성 심질환 전반의 발증에 관여한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야간 또는 새벽에는 부교감신경의 활동이 항진하여 혈관 수축이 발생하기 쉽고, 새벽에 교감신경이 돌연이 자극을 받게 되면 가벼운 활동에도 동맥 수축이 일어나기 쉽다.

걷기 순례 코스.
걷기 순례 코스.

“새벽 걷기 후 저녁에 뇌혈관에 문제 생길 수도”

강 교수는 “14일 동안 텐트에서 잔다면 체온 관리가 제대로 될지 무서운 상황”이라며 “일교차가 심한 때 텐트에서 자는 것은 심장에 무리를 준다. 심장마비의 위험도를 높인다.”며 “장시간 걷고 쌓인 피로 물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서 춥게 자고,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또 걷기를 반복하면 심장에 부하가 증가하고 뇌질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스님이 새벽 걷기 연습 후 저녁에 뇌출혈로 쓰러져 입적한 사례에 대해 “새벽 걷기가 평소 기저질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구토 증상은 이미 뇌에 출혈이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심장이나 뇌에 질환이 있는 경우 새벽과 밤에는 되도록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오래 걷기 위해 단기간 걷기 연습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젊은 청년들도 군대에서 몇 십 킬로미터 씩 행군을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나이 든 분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강도형 교수는 명상과 뇌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국내 최고의 연구자다. 그는 “걷기는 자세와 속도 등이 자신에게 맞게 하고, 낮 시간에 편안하게 몸이 이완되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걷기는 수행이 아니다.”고 했다.

“코로나19와 호흡기 질환 구분 안 돼…시간 갈수록 위험 증가”

자승 전 원장의 걷기 행사에는 동국대 일산병원 간호사 등 4명의 의료진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걷기 행사 참가자들이 행사 전에 메디컬 체크가 이루어졌느냐”면서 “문진을 비롯해 심장과 뇌 질환과 관련된 최소한의 검사를 했어야 하며,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분은 참가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참가자들이 독감 주사는 맞았나, 코로나19 증세와 독감 등 호흡기 증상은 구분이 안 된다. 코로나와 감기 등 전파 문제를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며 “코로나19에 여행도 자제해 달라고 방역 당국이 매일 당부하는 데 이런 걷기 행사를 갖는 것은 ‘불교증흥이나 국난극복이라는 선의로 보더라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매일 세 차례 열을 잰다고 해도, 열이 올라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저체온증과 마스크를 쓴 채 걷기는 매우 큰 문제”라며 “시간이 갈수록 사고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 뻔하다. 코로나 19에도 이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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