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날 신미 스님의 원력을 생각하며
[기고] 한글날 신미 스님의 원력을 생각하며
  • 도정 스님
  • 승인 2020.10.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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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주련으로 장엄한 제주 남선사
한글 주련으로 장엄한 제주 남선사

 

1443년(세종 25년) 12월 한글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고 3년 뒤인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펴내며 한글을 반포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를 '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한문,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라고 밝하고 있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모두 글을 배워  자유롭계 의사소통하고 지혜를 계발하여 근심없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면 한글을 만든데 직접 관여 했던 신미스님은 석보상절을  한글로 펴내며 어쩌면 이 세상 누구든지 글을 쉽게 배워 불경을 통해 자유롭게 서로 소통하고 지혜를 계발하여 불편함을 해소하고 평등한 삶을 살게 하고픈  큰 원력이 있으리라 짐작이 된다.

1928년 한글날로 제정되어 한글 창제 557년이 되었지만 신미스님의 원력대로 한국불교가 자유롭게 소통하며 대중화가 되었는가에  대하여는 약간 의구심이 든다.  

지구촌 전역에서 한국을 배우고,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는데 광화문의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문현판을 고집하는 단체는 문화재 복원은 경복궁 창건과 중건 당시는 엄연히 한자문화권이었기 때문에 역사성이 중요하다며 한자현판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역사가 중요하다면 지금 서울이란 이름도 경복궁 창건 당시 한성이란 이름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1997년 10월 1일에 훈민정음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글이 없는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자기네 문자로 쓰도록 제공하고 있으며 1987년부터 유네스코가 『세종대왕상』이라는 이름의 상을 제정하여 인류의 문명률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그 상을 수여하고 있지만 정작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 표지석이나 현판의 산 이름과  사찰 이름이 한문으로 되어 있어 절을 찾는 학생들이나 한문을 모르는 사람은 그저  모른 척하며 도량에 들어서지만 대웅전이나 그 많은 집들에 붙어 있는 한문 현판이나 주련을 보며 두 번째로 머리가 띵해짐을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심지어  난해하게 흘려 써 내려간 주련의 내용은 대만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붙여 놓은 글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한글이 이 땅에 만들어진지 557년이 되었고 신미스님께서 석보상절을 지으며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배워 익혀 지혜를 계발하고 평등하게 소통하며 근심 걱정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원력이었을텐데 아직도 절집은 한문으로 안내하고 있어 절집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은 매우 불편해 하고 있다.  

이번 한글날을 맞이하여 제주 남선사는 현판과 주련을 한글로 새겨 걸었다. 꼭 불경이 아니면 어떠랴 누구나 주련 앞에 서서 한줄 한줄  쉽게 읽어가는 모습이 더 아름답고 잠깐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문구로 서로 공감할 수 있고 마음 속에 메아리가 되어 맑음과 향기가 된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몇몇 스님들이 원력을 세워 인도나 스리랑카에 유학하고 남전대장경을 번역하여 출간해 한글경전을 보게 되었음은 정말로 찬탄할 일이지만 정작 절집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안내 표지석과 현판이나 주련이 한문으로 되어 있어 숨이 콱 막힌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의 문맹율은 세계에서 제일 낮지만 마치 세계 지도에 스페인이나 맥시코를 한문으로  써놓고 찾아보라는 것과  같이 절집의 현판이나 기둥에 걸려있는 주련의 글이 유명인의 필체와 아무리 좋은 좋은 내용이면 뭐하나, 읽을 수도 없고 뜻도 모르는 한문에 우리는 문맹인이 되어 버리는 것을!

과거에 한문으로 새겼던 마을 표지석은 거의 다 한글 표지석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불교 전래 이후 1700여 년을 지내오면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절집의 한문현판을 바라보며 한글 창제 이후 한글로 현판이나 주련을 새겨 걸었다면 한글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며  칭송받을텐데 아직도 한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이번 한글날을 맞이하여 절집의 한문으로 된  표지석이나 현판과 주련을 한글로 바꿔달아 우리모두 문맹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신미 스님의 원력에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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