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인' 자성·혁신의 밑거름 삼아야
'380인' 자성·혁신의 밑거름 삼아야
  • 法應 스님
  • 승인 2011.03.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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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교닷컴> 보도, 참회 계기 삼아야 한단계 성숙
3월 21일 <불교닷컴>은 ‘MB캠프 고문급 스님 380명은 누구?’라는 기사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자 캠프에서 고문의 직책으로 조력한 승려들의 명단을 입수하고 확인 등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다.

불과 하루 사이에 인기기사 1위 자리를 차지하고 댓글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이 기사와 관련해 언급된 스님 몇 분들이 해당 기자와 언론사를 상대로 개별적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조계종의 오래된 악습 가운데 하나가 권력 지향의 천박성이다. 정치권력에 기생하려는 일부 승려들의 행태를 보면 시쳇말로 ‘배알(창자)이 없다.’ 웬만큼 심지가 곧지 않으면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권력 앞에서 긴장을 하는 것이 범인의 일상일 것이나, 간혹 그 정도가 지나쳐 보고 있기가 딱하리만치 주눅이 들거나 비굴해지는 이들이 있다. 대개 권력 앞에 쉽게 비굴해지는 이들이 그 권력에 대한 탐착도 강하다.

승려라면 대통령이건 노숙자이건 모든 이들을 평등상과 평등성에서 대해야 하거니와, 민주주의, 평화, 복지, 인권, 환경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조화롭게 구현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국가와 사회의 지도자에게 자비와 관용과 포용의 정치를 펴도록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승려가 국가지도자로서의 덕목이나 국정운영의 방향성에 대한 충고, 혹은 불교의 발전을 염두에둔 조언이 아니라, 세속 권력 그 자체를 지지한다든지, 미진이라도 개인적 사유를 명분으로 권력자의 행보를 흉내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불교닷컴>의 기사와 관련한 380명의 문제는 관련된 승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한국불교가 얼마나 정치권력에 취약했는지, 조선조 이래 역사적으로 굴종이 얼마나 훈습됐는지에 대한 불행한 현실의 한 증거라 할 것이다.

종단은 이번 일을 지난 ‘10.27법난’ 시 신군부에 조력한 일부 고위급 승려의 사례와 함께 교단 차원에서 ‘자성 즉 참회’, ‘혁신 즉 재발방지책’이란 방향으로 쇄신을 강구해야 한다.

억울한 승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불교닷컴>은 감사장을 발송한 근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구한 변명에 앞서 이명박 캠프에 정말로 아무런 조력도 하지 않았다면 수신한 감사장을 즉시 반송조치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항의했어야 했다.

만일 감사장을 받고서도 반송 및 항의가 없었다면 양심을 속인 것에 다름 아니다. 여래를 속이고, 종도를 속이고, 세상을 속이고 제 자신을 속인 것이다.

종단은 지금 자성과 혁신운동 중이다. 그러므로 제33대 집행부는 종단과 현재의 모든 상황에 특별해야 한다. 악재라면 악재인 이번 사태를 대자성과 대혁신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불교중흥을 주창하는 종단다운 면모가 선다.

흔히 하는 ‘구두선(口頭禪)’이란 말은 그 출처가 불교다. 현 진행되는 일련의 모든 것들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소한 것까지도 자성과 혁신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으로 절절한 가슴으로 깨쳤다면 이후엔 냉철한 머리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불교중흥, 자성과 혁신, 그것은 냉철한 머리로서만 성공적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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