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녀 둔 부모님들, 이거 아십니까
대학생 자녀 둔 부모님들, 이거 아십니까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5.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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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서평]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학부모에게 권할 수밖에 없는 이유

1990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혁명적 시위가 일어났다. 고교생들의 요구는 학교의 비위생과 안전 부재를 해결해 달라는 것. 약 10만 명의 십대들이 단순히 가두시위를 벌임으로써 정부로 하여금 45억 프랑을 내놓게 했다. 지도자는 망다린 마르티농(Mandarine Martinon)이라는 리옹 출신의 16세 금발 소녀. "투표권이 생기면 누구를 선택할지 판단하기 힘들 거예요." 하지만 그녀가 바랐던 유일한 소망은 "학교가 시험공장에서 '지낼 만한 곳'으로 바뀌는 것."
 
평소 그녀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분명한 공공성과 이상을 가지고 있었고, 일정 수준의 국가의 역할을 옹호하면서도 평등, 민주주의, 국가의 억압에 대한 저항을 중요시 여기는 한 사람의 시민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방 학생으로서 파리의 학생들이 전체 프랑스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늘 분개해왔을 뿐(테오도르 젤딘, <인간의 내밀한 역사>).
 
2009년 프랑스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차남인 장 사르코지가 라데팡스개발위원회(EPAD) 의장에 지명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라데팡스개발위원회는 유럽 최대의 오피스 지구인 라데팡스 지역을 관리하는 공기업. 당시 장은 23세의 소르본 법대 2학년 학생이었다. 파리의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앞에서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입양 신청서를 내게 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고학력 청년 실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야당인 사회당 청년조직과 시민단체들은 '사르코지 가문 입양 캠페인'을 벌였다. '당신의 성이 사르코지라면 직업을 구하기가 더 쉬워진다.' 이들은 입양을 통해 '(여러분들이 사르코지의 아들이 되면) 새 아버지가 보수 좋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당은 청년 실업자들에게 웹사이트에서 입양신청서를 내려 받아 엘리제궁으로 보낼 것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장은 후임 의장직을 포기한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대한민국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 유성호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투쟁이 확대되고 있다. 해마다 학기 초에 반짝 하던 투쟁이 올해는 수강거부와 시위 등으로 계속 번져가고 있다. 이화여대에선 학생들이 졸업 필수과목인 채플 수강을 거부했다. 학교 측이 재학생 등록금은 동결했지만 신입생의 경우는 2.5%, 약대는 9%까지 등록금을 올렸기 때문이다. 서강대는 등록금이 2.9% 올라 22년 만에 학생총회를 열었고, 지난 주말 수천 명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전국 110개 사립대 중 70%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에 따르면, 2001년 학생 1인당 등록금은 국립대 241만원, 사립대 479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 444만원, 사립대 753만원으로, 10년 만에 인상률이 각각 82.7%, 57.2%에 달해 국립대 인상률이 사립대를 앞섰다. 지난 2001~2010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5%였다.

우리나라와 함께 가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물가 상승을 반영한 등록금 및 수수료는 4년제 사립대가 평균 5746달러(37%), 4년제 공립대가 평균 1927달러(54%) 인상되었다. 이렇게 인상된 등록금을 대기 위해서 학생들은 더욱 많은 대출을 받았고 1993년 9250달러였던 졸업생의 평균 대출액은 2004년에 1만 9200달러로 늘었다. 등록금이 인상되는 한편 2001년에서 2005년 사이에 주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금액은 대학생 1인당 7121달러에서 5833달러로 감소해 2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연방 정부의 지원도 같은 기간 동안 7881달러에서 5862달러로 감소했고 이에 따라 학생과 그 가족은 더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게 되었다(제니퍼 워시번, <대학주식회사>).

문제는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국·공·사립을 막론하고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는 점이다. 핀란드, 아일랜드, 스웨덴은 국·공립대학이나 사립대학을 가릴 것 없이 등록금이 아예 없고, 노르웨이, 멕시코, 체코, 덴마크는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이 면제다.

우리 사회 하위 10% 계층은 연간 소득을 모두 모아야만 사립대학에 진학하는 자녀 1명의 등록금을 겨우 마련할 수 있다. 소득 하위 40%까지는 연간소득의 최소 1/4이상을 투자해야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상위 10%가 아닌 이상 등록금 부담이 소득의 1/10 이내에 그치는 계층은 없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 국민들의 평균 등록금부담률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10% 가정에서나 누릴 수 있는 사치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개마고원)가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대학등록금 책정의 허구

▲ 24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에서 2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학생총회가 열리고 있다. / ⓒ 경희대 총학생회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뭘까? 대학교육에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부자 나라가 아니어서? <미친 등록금의 나라> 저자들은 대학교육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할 수 있는 부자 나라여야 등록금을 싸게 매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오해라고 말한다. 대학등록금이 아예 없거나 우리의 반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등록금을 내는 나라들엔 체코나 뉴질랜드처럼 국민소득 기준으로 볼 때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도 많기 때문이다.
 
"2010년 우리나라 국민1인당 명목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대학들이 무상교육을 실시할 당시 소득인 5000∼1만 달러보다 2배 내지 4배 이상 높다. 물가 변동분을 감안해 분석한 실질국민소득으로 비교해 봤을 때도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전후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던 유럽 국가들의 당시 소득에 이미 도달해 있다. 다른 나라들처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의 경제 형편 때문이 아니란 얘기다."
 
물론 등록금의 적정 수준을 특정한 공식에 맞춰 판단하기는 어렵다. 국가마다 등록금 수준이 다른 이유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수익자 부담원칙'이나 '시장원리'를 내세워 교육비 부담 책임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부과하지는 않는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법적으로 교육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경제적 격차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의무교육을 제외하고, 특히 대학교육의 경우 국가의 지원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단적으로 한국의 국립대학은 전체의 13%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립대학마저도 전체 재정의 약 40%를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등 등록금 의존율이 웬만한 외국의 사립대학보다 높다.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 지역 15개 사립대학의 2011년 등록금의존율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재단이 학교에 지급하는 법인전입금을 대부분 축소했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지난해 58.8%였던 등록금 의존율이 올해는 75.5%로 높아졌다. 서강대는 54.5%에서 68%로, 한양대는 63.4%에서 75%로, 숭실대는 55%에서 66%로 등록금의존율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
 
저등록금이나 대학 무상교육은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교육에 대한 철학과 정책의지의 문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의 책임을 해당 개인만이 아니라 정부-기업-대학이 공히 나눠서 지도록 하는 합의가 이뤄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 다수의 국가들은 대학교육을 국가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차원에서 바라보는데, 우리만 철저히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

G20세대는 미친 등록금 세대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등록금넷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 유성호

세계은행은 고등교육에 대한 전지구적인 개혁의제를 추진해왔다. 특징은 민영화, 탈규제, 시장화다. 이런 원칙은 1998년 세계은행보고서를 통해 선언됐다.
 
"개혁의제는… 공적 소유 또는 정부계획과 규제보다는 시장을 지향한다. 대학교육의 기본적인 시장 지향은 시장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학 원칙들의 거의 전 세계적인 우위를 뜻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이러한 접근방식은 먼저 학생의 역할을 변화시킨다. 학생은 교육상품의 소비자다. 교수와 학생 관계는 소비자와 상품제공자 사이의 관계로 구체화된다. 어떠한 인간적인 교육의 동반자적 관계조차도 주변화 시킨다(알프레드 사드-필류 편저, <네오리버럴리즘>). 대학은 당연히 시장화되고 철저히 신자유주의화 된다. 대학은 기업일 뿐이다. 기업의 본능은 이득이다. 대학등록금은 상품가격일 뿐이고, 학생은 이윤추구의 대상일 뿐이다. 그저 남겨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나몰라라 한다. 대학은 사기업화되어 이윤 챙기기에 급급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는 관심이다. 이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학부모들의 대학교육에 대한 관심이다. 전세계에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 모두가 '교육전문가'라는 우리 학부모들은 어쩐 일인지 자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그 순간 태반이 관심을 끊어버린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진학' 여부가 그만큼 중요하고, 학부모들이 거기에 이르기까지 고생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지긋지긋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등록금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 자신과 자녀인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래서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권한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당신의 목소리를 높여줄 것이다.
 
둘째는 행동이다. 지난 2월 호주의 운동가들은 위키리크스를 모방한 '유니리크스(Unileaks)'를 설립했다. 이들은 고등교육기관의 더러운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대학이 기업형모델을 따르면서 불투명한 경영 관행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6개월 전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 약 100여 건의 제보를 받았다. 내용은 곧 공개될 예정이다. 고립된 대학 단위의 정보에 대한 비교분석을 위해서라도 대학 운영과 등록금 이용 실태에 대한 정보는 수집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새로운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르코지 가문 입약 캠페인'의 경우처럼 정치적 행동은 무조건 딱딱하고 무거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정치적 행동의 형식이 어떤 것이든 우리가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망다린 마르티농이라는 지방의 10대 소녀가 큰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듯 변화의 단초를 이뤄낼 수 있다.
 

급진주의자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운동가인 알린스키는 "변화의 정치학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그것의 법칙대로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변화를 위한 힘의 조직을 강조한다.
 
"변화는 힘(권력)으로부터 오며, 힘(권력)은 조직으로부터 온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반드시 모여야만 한다. 힘(권력)이 조직의 존재 이유이다."(사울 D.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이 정부는 현재의 20대를 G20세대라 불렀다. G20세대는 거의 84%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중심이 된 세대다. 그래서 G20세대는 대학세대고, 대학세대는 미친 등록금 세대다.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기획하고 마치 '관변기관(?)' 같은 연구소 이름을 달고 있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집필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는 대학 등록금의 청서이자 백서요, 등록금 투쟁에 대한 지침서다. 우리의 현실, 냉정한 통계, 다른 나라와의 비교, 거기다 대안까지. 최근 등록금 투쟁을 둘러싼 모든 기초자료는 이 책에 담겨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 감사의 인사를 올리자.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newsrep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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