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는 산내암자를 개인에게 넘기나?
범어사는 산내암자를 개인에게 넘기나?
  • 불교닷컴
  • 승인 2007.04.12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도소송 원고에 유리한 확인서 잇따라 제출 `파문`

사찰 창건주를 주장하며 명도소송를 제기한 한 사건이 불교계에 비상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문제의 사찰은 조계종을 창종한 범어사 산내암자라는 점과 재판과정에서 범어사는 산내암자를 되찾기 위한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되레 원고 승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문서를 만들어줬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종무행정에 심각한 맹점이 드러났다.

전 범어사 총무국장 겸 부주지를 지낸 A스님은, 지장암은 1985년 범어사 주지 지효스님 명의의 허가와 범어사 소유 토지상에 건축된 것으로 범어사 산내암자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개인이 20억원을 들여 공사금을 투자해 증개축한 사실은 범어사에서도 알고 있기 때문에 85년 이후 지장암에 대한 관리권이 있다며 2005년 당시 감원인 묵화스님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원고인 A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으로부터 '건물명도 사실조회'를 요구받은 범어사가 보낸 한통의 공문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고 중앙종회 종점감사특위는 주장했다. 범어사 공문에는 "A스님이 지장암 불사를 한 사실이 있었음은 인정..."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묵화스님의 대응방식 미숙도 원고승소에 한몫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묵화스님은 곧바로 항소해 오는 25일이 재판기일이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도 범어사는 A스님에게 또 다시 유리한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작성해줬다. 지난달 20일 제출한 범어사 주지 대성스님 명의의 확인서에 따르면 "지장암은 본사 소속 승려 A스님이 다비장 정비차원에서 1986년부터 1996년까지 10년에 걸쳐 소요 불사금을 개인이 부담하여 현 지장암을 건축하였고 본사 소유 암자 감원으로서 이 기간동안 지장암을 관리 운영하였음을 확인함"이라고 돼 있다. 묵화스님측 변호사사무실 관계자는 "1심처럼 2심에서도 범어사의 확인서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 같다"면서 "범어사측에 확인서에 대한 사실조회를 요청했으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같은 서류를 만들어줬는지를 확인받아서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어사측은 최근 묵화스님의 항의를 받고 지난 9일 종무회의를 열어 '정정확인서'를 제출했으나 이마저도 A스님에게 유리하도록 작성됐다. 정정확인서는 "지장암은 과거에 금포암이라는 산내암자가 있었는데 이를 본사 소송 승려 A스님이 본사 다비장 정비 차원에서 1986년부터 1996년까지 10년에 걸쳐 중창 불사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동 기간 동안 암자 감원(관리인)으로 거주하였던 것으로 확인됩니다"라고 적었다. A스님을 창건주로 단정적으로 인정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범어사 관계자는 "두 스님의 다툼에 범어사가 휘말려들지 않기 위해 종무회의를 열어 객관적 사실만으로 확인서를 끊어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묵화스님은 "당시 A스님이 불사 감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사에 들어간 돈은 범어사 재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있고, 금포암이 범어사 명의로 등재재 있었으며, 금정구청 건축허가 대장에도 건축주는 당시 범어사 주지인 지효스님으로 기록돼 있다"면서 "이런 증거들이 있는데도 범어사에서는 왜 자꾸 A스님에게 유리한 쪽으로 확인서를 끊어줘 산내암자를 개인에게 넘기려하는지 저의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A스님이 불사등을 이유로 차용한 돈 대부분을 내가 직접 변제했다"며 "지장암은 범어사 산내암자가 분명함으로 범어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범어사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은 범어사가 산내암자인 지장암을 오랜기간동안 방치하다시피한 종무행정 실수로 빚어진 것으로, A스님과 묵화스님 모두를 산내암자에서 퇴거시키는 법적절차를 범어사가 조기에 밟아야 한다"며 "이번에도 다시 패소하면 사찰의 산내암자를 개인에게 넘기는 불행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범어사 주지를 비롯한 스님들이 인식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묵화스님은 A스님과 범어사에 대해 총무원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12일 호법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범어사 지장암 과연 누가 창건했나

부산 금정구 청룡동 429 금서암은 본사인 범어사 산내암자로 1916년 12월 23일 창건했다. 1919년 동래읍에서 3.1만세 시위 전개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왜병에 의해 산중 스님들이 투옥되자 봉황의 혈를 파괴했다는 파문이 일었고 창건주 곤택스님이 사라진 후 폐사가 되었다. 범어사 노스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1984년께 A스님이 범어사 소유 땅 12필지를 30여명에게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계약금으로 금서암 증축공사를 하던 중 문중 스님들의 반대로 토지 매매계약이 불이행되는 사태가 빚어졌다고 한다. 결국 계약자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범어사는 부전동 등의 땅 11필지를 팔아 3억3,620만원의 부채를 탕감할 수밖에 없었다.

1987년 4월 3일자 중앙일보와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A스님은 사찰 재산을 처분할 때는 종단의 승인과 문화공보부의 허가를 받도록한 불교재단관리법을 어기고 2.301평의 땅에 대한 매매 가계약서를 작성해 25명으로부터 2억1,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구속됐다.

1987년 2월9일자 총무원의 종무지도 감사 시정사항 공문에 따르면 9번째 항목에서 금포암(금서암)에 대출한 금액은 당해사찰에서 막중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으면서 거금을 대출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산내암자인 경우 큰절(본사)에서 보수비와 신축비를 부담하는 것인지를 종무회의에서 결정하여 조치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묵화스님 등은 이러한 증빙서류들을 볼 때 지장암은 A스님이 개축 불사를 감독한 것은 맞지만 범어사 재정으로 시행한 것이기 때문에 범어사의 산내암자가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