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대처에 따라 수좌회·재가자 나설 것"
"원장 대처에 따라 수좌회·재가자 나설 것"
  • 이혜조
  • 승인 2012.05.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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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암 스님 "국민 불자 일반의 정서는 물러나는 것"

22일 조계종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한 수좌 스님들의 성명서를 작성한 월암 스님은 "총무원장의 퇴진은 국민과 불자들의 일반적인 정서"라며 "원장의 대처에 따라 수좌회와 재가자들이 움직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전 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이자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을 맡고 있는 월암 스님은 <불교닷컴>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도박 사태는 정화 이후 곪을대로 곪은 상처가 터진 것으로 출가사문으로서 함께 참회하는 의미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불교적 정화 이후 94, 98년 사태의 연장선상에 이번 사태가 있다"고 진단한 스님은 "노름하고 술집간 당사자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일회성 사건이 아니고 몰지각한 정치승들의 평상시 의식수준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터질 것이 터졌다"라고 말했다.

월암 스님은 수좌들이 나선 이유에 대해 "도박스님 명단에 수좌들도 오르내리고 있어 참회하는 의미다"면서도 "책임 당사자에 대해 아무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고, 부처님과 스님을 따르는 불자들이 공황상태다. 불교의 진면목이 절대 이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
또 "오지랖넓게 나섰다"고 자책하고 "침묵해도 죄인이고, 드러내도 죄인이어서 나선 것"이라며 성명서 발표를 두고 고민한 속내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월암 스님은 "종권을 유지하려거나 탈취하려는 것은 사태의 종결이 아니라 분규의 악순환"이라고 경고하고 "뼈와 살을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배경은.

= 정상적인 국민들의 보편적인 상식, 불교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불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총무원장이 이 사태의 당사자라는 여부를 떠나 불미스런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야한다는 게 정서다.

그런데 출재가를 아울러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있다. 종도로서, 수행자로서 침묵이 능사인가? 꼭 언어로 표현해야 올바른가? 고민이 많았다. 침묵해도 죄인이요 드러내도 죄인이라면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을 드러내자고 결정했다.

일반의 정서는 즉각 퇴진이지만, 퇴진하면 공백상태가 되고 종권 찬탈 세력이 종단을 더 혼란시킬 우려가 있다. 건전한 기구를 만들어 종단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나야 명예로운 퇴진이 되는 것이다.

- 종단 집행부가 성명서 내용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하나

=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일반의 정서인데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겠나. 어쩌면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 성명서 발표에 동참한 10명의 수좌 스님들은 어떻게 구성하게 됐나.

= 대부분 선방에서 정진한 도반이자 선후배 스님들이다. 평상시 종단 현안에 대해 자주 논의해 왔다. 큰 사태를 맞아 걱정을 많이 했다. 모두 눈치만 보고 말을 안하고 있다.

수좌들이 입장을 내는 것이 탐탁치 않을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다. 국민들이 조계종과 불교 전체를 난도질하고 있다. 부처님을 믿고 스님을 따르는 죄밖에 없는 불자들이 공황상태다. 노보살에게 며느리 아들 딸 남편이 절에 가지 못하게 한다. 시주하지 말라고 한다. 누군가 나서서 위로해야 한다.  당사자의 반성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것에 대해 종단 지도부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제대로 상황인식을 못하고 있는 마당에 출가사문이라도 나서서 참회하고, 위로해야 한다. '불교가 이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가 매도 당하고 패닉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생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 불교'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일어날 수 없는 지경의 사태를 벌여 놓고 책임지지 않는 것이 '사태'다. 위로부터 전혀 현실인식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각성 촉구의 의미도 담겼다.

- 수임기구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말하는 건가.

= 걱정스러운 종단 사태를 맞아 행정전문가들이 어떤 기구를 만들어 어떻게 대처할 지 잘 알 것이다. 진정정을 갖고, 애종 애교하는 사람들이 모여 구습을 타파하고 좋은 기구 만들어서 대책을 찾을 것으로 본다.

- 이번 사태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나.

= 노름하고 술집간 당사자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일회성 사건이 아니고 몰지각한 정치승들의 평상시 의식수준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그 사람들은 '재수없어 걸렸다. 잠시 모면하면 된다'고들 한다.

정상적인 정화과정이 아니어서 그 때부터의 행태가 94, 98년 사태로 나타났다. 그 연장선상에 이번 사태가 있다. 환골탈퇴하지 않으면, 자성과 개혁의지 없이 소나기처럼 지나가길 바라는 심정으로 대처하면 계속 재발한다. 우연적으로 일어났지만 우리 안에 잠재해 있었다. 터질 것이 터졌다. 뼈와 살을 깎는 반성과 자기부정의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종권을 유지하려거나 탈취하려면 사태는 종결되지 않고 분규의 악순환이 된다. 나서지 않고 싶었지만 오지랖 넓게 나서게 됐다. 외부의 침범보다 안에서 곪아터지는 것이 무섭다. 사자충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이 그런 모습이다.

그들의 잘못을 떠나 종단 전체의 책임이다. 잘나서 나선게 아니다. 도박한 이 가운데 수좌도 있다더라. 같이 참회하자는 의미다.

원장도 모면이 아니라 원장부터 모범을 보여야 종도들이 따라 갈 수 있다. 열심히 교화 수행하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자성하자는데 동참이 가능하겠나.

- 향후 움직임을 계획한 게 있나.

= 계획은 없다. 원장 스님의 대처에 따라 재가자들의 후속 반응이 있을 거다. 수좌회도 어른 스님들과 교감하고 있다. 대중공사에서도 향후 대책이 나올 것이다. 방향을 제시했으니 구체적이고 발전된 모습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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