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시민역량과 불교윤리] 2. 디지털 시대의 시민역량
[디지털 시대의 시민역량과 불교윤리] 2. 디지털 시대의 시민역량
  • 박병기/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
  • 승인 2021.12.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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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체성과 관계성, 창의성

디지털 시대의 시민역량: 주체성과 관계성, 창의성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와 비교하여 대체로 속도감과 찰나성, 광범위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기반 세계는 누구라도 쉽게 접속이 가능하고, 접속의 순간이 주는 느낌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커진 세계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언가에 접속했을 때 감각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더 머물거나 옮겨가기를 선택하여 실행한다. 이러한 찰나성은 다른 한편 아날로그 시대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광범위한 관계망을 선사하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동되는 시·공간이라면 세계 어떤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손쉽게 접근하거나 벗어날 수 있다. 물론 가끔씩 카톡방에 계속 초대하면서 괴롭히는 경우와 같이 한 공간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곧바로 그 공간에 스스로 들어가거나 불려올 수 있는 가능성을 수반한다. 이런 상황을 기본 바탕으로 전제해야 하는 시민사회는 당연히 그 주체인 시민에게 아날로그 상황에서와는 다른 역량을 요청할 것이고, 그 다른 역량은 가정과 학교, 사회의 시민교육을 통해 함양되어야만 하는 교육목표가 된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시민사회에서 교육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교육을 받아야만 시민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임과 동시에 스스로 속한 사회의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시민역량이 구체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관한 답 또한 당연히 열려 있어야 하고, 또 실제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그 다양성의 폭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런데 대체로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한 지점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그 대표적인 지점이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에서 협력과 관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경향이다. 세계사적으로 20세기가 개인을 중심에 두고서 그 개인의 자유와 권리, 자율성을 모든 정치철학과 윤리학의 중심 주제로 삼았다면, 21세기는 공감에 기반한 협력과 관계성을 그 중심에 두는 경향이 현저해지고 있다. 우리도 조금 늦게 서구 중심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합류해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고 있고, 그 결과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와 정치적 자유, 권리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협력과 관계망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도 함께 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시민역량을 무엇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동안 시민역량과 관련된 논의들을 모아서 정리해보면, 대체로 주체성과 비판적 사고력, 공감에 기반한 협력, 관계 형성과 유지, 창의성 등이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꼽혀왔다. 그것에 더해 디지털 시대의 시민역량으로 더 추가되거나 강조할 만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관한 답은 당연히 열림을 전제로 모색되어야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세 가지 정도의 역량으로 압축해볼 수 있다. 그것은 각각 주체성과 관계성, 창의성이다.

우선 디지털 시대는 정보의 홍수를 감내해야 하는 시대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찾아야 하는데 어렵게 찾은 정보가 사실과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난관과 일상적으로 마주하게 될 가능성 또한 높다. 인터넷 상의 대부분의 정보들이 아직 정보가 아닌 첩보 수준이거나 아예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조작된 것일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인간이 가진 확증 편향으로 그런 정보들을 진리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잘못되었거나 편향된 정보를 강화시켜 고집불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불행히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하고 있기도 하다.

시민사회의 주인이자 자신의 삶의 주인이기도 한 시민은 자율성(自律性)을 근간으로 삼아 살아간다. 이 자율성의 기반은 자연과 자유의 차별성을 인간 존엄성의 근간으로 설정하고자 했던 임마누엘 칸트 같은 서구 근대의 계몽주의자들에 의해 마련되었고, 우리도 민주화 과정 속에서 받아들여 삶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자율성은 현대 자유주의 및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고립성과 이기성이라는 토대를 다시 설정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인간 존재의 근원을 이루는 관계성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계약의 산물로 내주는 현실적 오류를 노출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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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교수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윤리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했고, 불교원전전문학림 삼학원에서 불교철학과 계율을 공부했다.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한국교원대 대학원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생명윤리교육평가전문위원회 위원,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전문위원,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장으로 2015 초· 중·고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연구를 총괄했다. 주요 저서로 《윤리학과 도덕교육 1·2》(공저)《우리 시대의 문화와 사회윤리》, 《직업과 윤리》. 《아동인격교육론》, 《도덕심리학의 전통과 새로운 동향》,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문광부우수학술도서),《의미의 시대와 불교윤리》《딸과 함께 철학자의 길을 걷다》,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왜 지금 동양철학을 만나야 할까?》등이 있다. 역서로 《철학의 과업》(공역), 《도덕철학과 도덕심리학》(공역), 《보살의 뇌》(공역), 《윤리적 자연주의》(공역), 《도덕적 감정과 직관》(공역) 등이 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이자 종합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으며, 정의평화불교연대 고문이자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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