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55. 세상을 칠하다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55. 세상을 칠하다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03.28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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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도화지에 색을 칠한다

온통 회색 뿐인 도시엔 울긋불긋 빨간 파랑 노랑을 칠하고

회색 빛 하늘엔 푸른 하늘을 그려 넣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을 넣고

탄광촌 아이가 온통 세상을 검게 칠했던 것처럼 마음에 그린 세상을 그린다

내가 그린 세상엔 온통 꽃밭에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세상.

#작가의 변

가짜 식욕
요즘 갑작스레 직장을 잃고 구직 활동을 하는 데도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저녁에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곤 하는데 6시쯤에 아침으로 빵 두 조각과 바나나, 사과 한 개씩 그리고 삶은 달걀 두 개를 먹었다. 그런데 9시 정도 되니 다시 허기가 들어 무엇인가 먹고 싶어 두리번거리는 상황이 됐다. 아내가 왜 또 뭘 먹으려고 두리번거리냐며 구박하면서 그럴 거면 빵을 먹지 말고 밥을 먹어, 그런다.
그러면서 작은 양푼에 샐러드 그리고 닭 다리 한 개와 당근 셀러리 스틱을 가져다주어서 먹고 셀러리, 당근 스틱은 남기고 다른 것을 먹고 집을 나왔다.
어제도 아침 9시쯤에 베이글 하나 먹었다고, 왜 빵을 먹고 배고파서 그러느냐, 그러지 말고 밥을 먹으라는 소릴 들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달걀 10개를 삶아서 단백질 많이 먹으라며 줬다. 사실 나는 삶은 달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라면 오믈렛이다. 치즈 오믈렛, 프라이드 에그를 고르라면 오버 미디움 정도.
인터넷에 먹고 돌아서면 배고픈 증상을 찾아보니 가짜 배고픔일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욕구 불만에 의한 거식증 같은 거라며 허기가 오면 물을 마셔 보고, 허기가 없어지면 가짜 허기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부당 해고된 것도, 멀리 위슬러까지 직장 구해 가서 그곳에서 버티지 못하고 돌아온 것도 다 내 탓이라는 아내 말이 왜 그리 서운하던지, 내 편에게 총질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직장을 구하는 일도 노조가 있는 직장은 케주얼부터 일을 시작하니 일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고, 중간 관리자로 지원하면 시간이 긴 직장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메뚜기같이 여름 한 철인 직장이던가?
일만 시켜주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마음먹어 보지만 건강이 따라가지 못하는 걸 느끼니 얼마나 일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요즘 자주 이직하다 보니 지인이 그러지 말고 한 군데 진득하니 붙어 있으라지만, 나도 그렇게 되길 원한다. 하지만 타의에 의해 계속 이직하게 된다. 요리를 하는 직장이면서 도시락 싸 가서 먹는 직장에선 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강요받기도 한다.
세상엔 가짜가 진짜 같고 거짓이 진실 같은 경우가 많다. 가짜는 진짜처럼 가면을 쓰고 우릴 유혹한다. 거짓은 진실인 것 마냥 우릴 교란해서 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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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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