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재발 방지 약속 못 지켜…지켜주지 못해 미안”
“사회적 참사 재발 방지 약속 못 지켜…지켜주지 못해 미안”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2.11.0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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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4일 조계사서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 엄수
진우 스님 “한량없는 책임감으로 지원, 사회적 책임 함께할 것”
윤 대통령, 참사 표현 없이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희생자 명복”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 영가들의 극락방생을 발원하는 기도가 서울 조계사 경내에 가득 찼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4일 조계사 극락전 앞 특설법단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를 엄수했다. 이날 법회는 조계종이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압사 참사로 생을 달리한 희생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며, 국민의 생명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고 존중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이날 법회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대통령 경호처가 검색대가 설치하고 참석 인원을 통제했다. 법회장 주변에 검색대가 설치되고 경호원들의 통제가 이어지면서 불자들의 불편도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일부 경호원들은 행사를 준비하는 종무원들까지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 참모진이 함께 했지만, 불교계 기자들은 대부분 법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 참석은 법회 이틀 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화하는 윤대통령 부부.



법회는 타종을 시작으로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한 후 삼귀의와 우리말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헌화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란히 헌화했다. 이어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호계원장 보광 스님, 포교원장 범해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 초격 스님, 총무부장 호산 스님 순으로 헌향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법단에 올라 추도사를 했다.

진우 스님은 “이태원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하신 영가님들 앞에 향을 사르고 추모의 꽃을 올리며, 사랑하는 아들,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 여러분의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더불어 “머나먼 타국 땅에서 희생되신 외국인 영가님들과 가족 여러분께도 애도를 전한다.”고 했다.

스님은 “짧은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우리 국민들은 충격과 슬픔 속에서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며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슬픔의 깊이가 더욱 깊어져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성세대들은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안전을 망각해가는 우리 사회의 안이함으로 안타까운 생명들이 세상과의 이별을 마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추도사를 하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진우 스님은 “국민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물질적 이익보다는 생명과 평화가 더욱 소중하다는 확고한 의식이 바로 서야 한다.”면서 “추모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사회의 재난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계는 한량없는 책임감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가와 유가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이 땅에 남은 우리는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 이웃들이 함께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며 “이러한 우리의 다짐이 영가님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길임을 깨닫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진우 스님은 정부의 태도와 달리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라고 말했고,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면서 세월호 참사에 이어 다시 반복한 이태원 참사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토로했다. 더욱이 이날 영단에는 ‘선이태원 참사희생열위열명영가(先利泰院 慘事犧牲列位列名靈駕)라는 위패를 모셨다.

윤 대통령 부부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진우 스님의 추도사를 경청했다. 윤석열 진우 스님의 추도사에 이어 법단에 올라 추도사를 했다. ‘참사’ 대신 ‘사고’라고 표현했다.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위로 말씀을 올린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추도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사랑하는 아들딸을 잃은 부모님과 가족이 마주한 슬픔 앞에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며 “그 어떤 말로도 그 슬픔을 대신할 길이 없는 것 같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면서 “유가족과 치료 중인 분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이어 위령 의식을 진행했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이 집전하는 가운데 어산종장 화암 스님과 도피안 스님, 동환 스님이 20여분 동안 의식을 거행했다.



위령의식을 하는 어산어장 인묵 스님과 어산 종장 화암 스님, 도피안 스님, 동환 스님.



동환 스님은 ‘이태원 화청’으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동환 스님은 영가를 향해 “어이하여 속절없이 거리 중에 누워있나 갇힌 것도 아닐 텐데 답답하여 숨쉴 수가 없었더냐. 단 한숨의 간절함과 긴박함을 어찌 알꼬 뉘가 알까? 그 얼마나 답답하고 그 얼마나 두려웠나? 도와주지 못하여서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애지중지도 길렀건만 거리 중에 참사라니 애고 답답 설은 지고 원통하고 통분하다 이 일을 어이할꼬 불쌍하고 가련하다 가지 마오 가지 마오”라고 노래했다.

또 스님은 “금일 영가 영가시여 이 세상엘 나왔다가 행복하게 살아보려 밤낮없이 잠 덜자고 공부하다 세월 보내고 이제서야 성인 되어 이 나라에 주인 되서 한바탕을 살려 하나 못다 먹고 못다 쓰고 별안간에 원치 않는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시니 억울하고 한 맺히나 금일 날 지극한 정성으로 위령제를 봉행하는 공덕으로 서운함과 억울함과 아픈 고통 모든 원결 다 내려 놓으시고 부디부디 극락세계 가옵소서”라고 청했다.



헌화하는 스님들.



위령의식이 이어지는 동안 전국 교구본사 주지 스님을 대표해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과 종회의원 주경·선광·삼조·혜일·보인·성행·심우·정범·우봉 스님이 헌화했다. 이어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도선사 주지 태원 스님과 교육원장 직무대행 서봉 스님, 기획실장 성화 스님, 전국비구니회 총무부장 현진 스님 등이 꽃을 올렸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은 사부대중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했다.

본각 스님은 “꽃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젊은 생명을 가슴에 안고 온 국민은 함께 통곡한다. 한 사람 생명도 아까운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나 많은 생명을 일순간에 떠나보냈다”며 “누구 허물을 탓하기 앞서 우리 모두는 부처님 전에 참회한다”고 했다.

또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했고, 남의 일처럼 바라보기만 한 허물이 너무나 크다”며 “이 아픔과 이 슬픔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오직 기도하고 또 참회한다”고 했다.



발원문을 대표 낭독하는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



이어 “저희 모두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나날이 공덕을 쌓는 국민이 되어 이태원에서 희생된 꽃다운 영가들과 그 외 슬픈 많은 영혼들이 다 함께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도록 모든 공덕을 회향한다”며 “대한민국도 참담함을 딛고 일어나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위령법회가 봉행된 조계사는 이날을 시작으로 희생영가를 위한 49재를 봉행한다. 49재는 사시 기도 직후부터 진행한다. 이재는 11일, 삼재는 18일, 사재는 25일, 오재는 12월 2일, 육재는 12월 9일, 마지막 칠재인 49재는 12월 16일 엄수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 영가들의 극락방생을 발원하는 기도가 서울 조계사 경내에 가득 찼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4일 조계사 극락전 앞 특설법단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를 엄수했다. 이날 법회는 조계종이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압사 참사로 생을 달리한 희생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며, 국민의 생명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고 존중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이날 법회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대통령 경호처가 검색대가 설치하고 참석 인원을 통제했다. 법회장 주변에 검색대가 설치되고 경호원들의 통제가 이어지면서 불자들의 불편도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일부 경호원들은 행사를 준비하는 종무원들까지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 참모진이 함께 했지만, 불교계 기자들은 대부분 법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 참석은 법회 이틀 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화하는 윤대통령 부부.
헌화하는 윤대통령 부부.

법회는 타종을 시작으로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한 후 삼귀의와 우리말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헌화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란히 헌화했다. 이어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호계원장 보광 스님, 포교원장 범해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 초격 스님, 총무부장 호산 스님 순으로 헌향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법단에 올라 추도사를 했다.

진우 스님은 “이태원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하신 영가님들 앞에 향을 사르고 추모의 꽃을 올리며, 사랑하는 아들,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 여러분의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더불어 “머나먼 타국 땅에서 희생되신 외국인 영가님들과 가족 여러분께도 애도를 전한다.”고 했다.

스님은 “짧은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우리 국민들은 충격과 슬픔 속에서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며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슬픔의 깊이가 더욱 깊어져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성세대들은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안전을 망각해가는 우리 사회의 안이함으로 안타까운 생명들이 세상과의 이별을 마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추도사를 하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추도사를 하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진우 스님은 “국민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물질적 이익보다는 생명과 평화가 더욱 소중하다는 확고한 의식이 바로 서야 한다.”면서 “추모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사회의 재난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계는 한량없는 책임감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가와 유가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이 땅에 남은 우리는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 이웃들이 함께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며 “이러한 우리의 다짐이 영가님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길임을 깨닫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진우 스님은 정부의 태도와 달리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라고 말했고,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면서 세월호 참사에 이어 다시 반복한 이태원 참사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토로했다. 더욱이 이날 영단에는 ‘선이태원 참사희생열위열명영가(先利泰院 慘事犧牲列位列名靈駕)라는 위패를 모셨다.

윤 대통령 부부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진우 스님의 추도사를 경청했다. 윤석열 진우 스님의 추도사에 이어 법단에 올라 추도사를 했다. ‘참사’ 대신 ‘사고’라고 표현했다.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위로 말씀을 올린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추도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추도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사랑하는 아들딸을 잃은 부모님과 가족이 마주한 슬픔 앞에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며 “그 어떤 말로도 그 슬픔을 대신할 길이 없는 것 같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면서 “유가족과 치료 중인 분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이어 위령 의식을 진행했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이 집전하는 가운데 어산종장 화암 스님과 도피안 스님, 동환 스님이 20여분 동안 의식을 거행했다.

위령의식을 하는 어산어장 인묵 스님과 어산 종장 화암 스님, 도피안 스님, 동환 스님.
위령의식을 하는 어산어장 인묵 스님과 어산 종장 화암 스님, 도피안 스님, 동환 스님.

동환 스님은 ‘이태원 화청’으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동환 스님은 영가를 향해 “어이하여 속절없이 거리 중에 누워있나 갇힌 것도 아닐 텐데 답답하여 숨쉴 수가 없었더냐. 단 한숨의 간절함과 긴박함을 어찌 알꼬 뉘가 알까? 그 얼마나 답답하고 그 얼마나 두려웠나? 도와주지 못하여서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애지중지도 길렀건만 거리 중에 참사라니 애고 답답 설은 지고 원통하고 통분하다 이 일을 어이할꼬 불쌍하고 가련하다 가지 마오 가지 마오”라고 노래했다.

또 스님은 “금일 영가 영가시여 이 세상엘 나왔다가 행복하게 살아보려 밤낮없이 잠 덜자고 공부하다 세월 보내고 이제서야 성인 되어 이 나라에 주인 되서 한바탕을 살려 하나 못다 먹고 못다 쓰고 별안간에 원치 않는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시니 억울하고 한 맺히나 금일 날 지극한 정성으로 위령제를 봉행하는 공덕으로 서운함과 억울함과 아픈 고통 모든 원결 다 내려 놓으시고 부디부디 극락세계 가옵소서”라고 청했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 영가들의 극락방생을 발원하는 기도가 서울 조계사 경내에 가득 찼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4일 조계사 극락전 앞 특설법단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를 엄수했다. 이날 법회는 조계종이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압사 참사로 생을 달리한 희생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며, 국민의 생명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고 존중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이날 법회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대통령 경호처가 검색대가 설치하고 참석 인원을 통제했다. 법회장 주변에 검색대가 설치되고 경호원들의 통제가 이어지면서 불자들의 불편도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일부 경호원들은 행사를 준비하는 종무원들까지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 참모진이 함께 했지만, 불교계 기자들은 대부분 법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 참석은 법회 이틀 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화하는 윤대통령 부부.



법회는 타종을 시작으로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한 후 삼귀의와 우리말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헌화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란히 헌화했다. 이어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호계원장 보광 스님, 포교원장 범해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 초격 스님, 총무부장 호산 스님 순으로 헌향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법단에 올라 추도사를 했다.

진우 스님은 “이태원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하신 영가님들 앞에 향을 사르고 추모의 꽃을 올리며, 사랑하는 아들,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 여러분의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더불어 “머나먼 타국 땅에서 희생되신 외국인 영가님들과 가족 여러분께도 애도를 전한다.”고 했다.

스님은 “짧은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우리 국민들은 충격과 슬픔 속에서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며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둘씩 밝혀질 때마다 슬픔의 깊이가 더욱 깊어져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성세대들은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안전을 망각해가는 우리 사회의 안이함으로 안타까운 생명들이 세상과의 이별을 마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추도사를 하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진우 스님은 “국민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물질적 이익보다는 생명과 평화가 더욱 소중하다는 확고한 의식이 바로 서야 한다.”면서 “추모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사회의 재난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계는 한량없는 책임감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가와 유가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이 땅에 남은 우리는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 이웃들이 함께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며 “이러한 우리의 다짐이 영가님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길임을 깨닫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진우 스님은 정부의 태도와 달리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라고 말했고,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면서 세월호 참사에 이어 다시 반복한 이태원 참사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토로했다. 더욱이 이날 영단에는 ‘선이태원 참사희생열위열명영가(先利泰院 慘事犧牲列位列名靈駕)라는 위패를 모셨다.

윤 대통령 부부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진우 스님의 추도사를 경청했다. 윤석열 진우 스님의 추도사에 이어 법단에 올라 추도사를 했다. ‘참사’ 대신 ‘사고’라고 표현했다.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위로 말씀을 올린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추도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사랑하는 아들딸을 잃은 부모님과 가족이 마주한 슬픔 앞에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며 “그 어떤 말로도 그 슬픔을 대신할 길이 없는 것 같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면서 “유가족과 치료 중인 분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이어 위령 의식을 진행했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이 집전하는 가운데 어산종장 화암 스님과 도피안 스님, 동환 스님이 20여분 동안 의식을 거행했다.



위령의식을 하는 어산어장 인묵 스님과 어산 종장 화암 스님, 도피안 스님, 동환 스님.



동환 스님은 ‘이태원 화청’으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동환 스님은 영가를 향해 “어이하여 속절없이 거리 중에 누워있나 갇힌 것도 아닐 텐데 답답하여 숨쉴 수가 없었더냐. 단 한숨의 간절함과 긴박함을 어찌 알꼬 뉘가 알까? 그 얼마나 답답하고 그 얼마나 두려웠나? 도와주지 못하여서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애지중지도 길렀건만 거리 중에 참사라니 애고 답답 설은 지고 원통하고 통분하다 이 일을 어이할꼬 불쌍하고 가련하다 가지 마오 가지 마오”라고 노래했다.

또 스님은 “금일 영가 영가시여 이 세상엘 나왔다가 행복하게 살아보려 밤낮없이 잠 덜자고 공부하다 세월 보내고 이제서야 성인 되어 이 나라에 주인 되서 한바탕을 살려 하나 못다 먹고 못다 쓰고 별안간에 원치 않는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시니 억울하고 한 맺히나 금일 날 지극한 정성으로 위령제를 봉행하는 공덕으로 서운함과 억울함과 아픈 고통 모든 원결 다 내려 놓으시고 부디부디 극락세계 가옵소서”라고 청했다.



헌화하는 스님들.



위령의식이 이어지는 동안 전국 교구본사 주지 스님을 대표해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과 종회의원 주경·선광·삼조·혜일·보인·성행·심우·정범·우봉 스님이 헌화했다. 이어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도선사 주지 태원 스님과 교육원장 직무대행 서봉 스님, 기획실장 성화 스님, 전국비구니회 총무부장 현진 스님 등이 꽃을 올렸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은 사부대중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했다.

본각 스님은 “꽃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젊은 생명을 가슴에 안고 온 국민은 함께 통곡한다. 한 사람 생명도 아까운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나 많은 생명을 일순간에 떠나보냈다”며 “누구 허물을 탓하기 앞서 우리 모두는 부처님 전에 참회한다”고 했다.

또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했고, 남의 일처럼 바라보기만 한 허물이 너무나 크다”며 “이 아픔과 이 슬픔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오직 기도하고 또 참회한다”고 했다.



발원문을 대표 낭독하는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



이어 “저희 모두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나날이 공덕을 쌓는 국민이 되어 이태원에서 희생된 꽃다운 영가들과 그 외 슬픈 많은 영혼들이 다 함께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도록 모든 공덕을 회향한다”며 “대한민국도 참담함을 딛고 일어나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위령법회가 봉행된 조계사는 이날을 시작으로 희생영가를 위한 49재를 봉행한다. 49재는 사시 기도 직후부터 진행한다. 이재는 11일, 삼재는 18일, 사재는 25일, 오재는 12월 2일, 육재는 12월 9일, 마지막 칠재인 49재는 12월 16일 엄수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헌화하는 스님들.

위령의식이 이어지는 동안 전국 교구본사 주지 스님을 대표해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과 종회의원 주경·선광·삼조·혜일·보인·성행·심우·정범·우봉 스님이 헌화했다. 이어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도선사 주지 태원 스님과 교육원장 직무대행 서봉 스님, 기획실장 성화 스님, 전국비구니회 총무부장 현진 스님 등이 꽃을 올렸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은 사부대중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했다.

본각 스님은 “꽃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젊은 생명을 가슴에 안고 온 국민은 함께 통곡한다. 한 사람 생명도 아까운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나 많은 생명을 일순간에 떠나보냈다”며 “누구 허물을 탓하기 앞서 우리 모두는 부처님 전에 참회한다”고 했다.

또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했고, 남의 일처럼 바라보기만 한 허물이 너무나 크다”며 “이 아픔과 이 슬픔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오직 기도하고 또 참회한다”고 했다.

발원문을 대표 낭독하는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
발원문을 대표 낭독하는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

이어 “저희 모두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나날이 공덕을 쌓는 국민이 되어 이태원에서 희생된 꽃다운 영가들과 그 외 슬픈 많은 영혼들이 다 함께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도록 모든 공덕을 회향한다”며 “대한민국도 참담함을 딛고 일어나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위령법회가 봉행된 조계사는 이날을 시작으로 희생영가를 위한 49재를 봉행한다. 49재는 사시 기도 직후부터 진행한다. 이재는 11일, 삼재는 18일, 사재는 25일, 오재는 12월 2일, 육재는 12월 9일, 마지막 칠재인 49재는 12월 16일 엄수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기자회견을 하는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한편,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원장 손상훈)은 4일 오후 3시 열리는 조계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위령법회에 윤석열 대통령 참석 취소를 요구했다.

교단자정센터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조계종단의 이태원 참사 추모법회는 세월호 사건 직후 열린 201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변명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부끄러운 일이 있었던 그때와 다르지 않다. 윤석열을 위한 추모법회, 정치적 거래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모양새이다. 이런 결정을 누가 제안하고 결정했는가? 불자들은 부끄럽다.”고 했다.

교단자정센터는 “이태원 참사 책임은 국가의 부재이고 인재이자 잘못된 국가정책 때문이며, 이 참사 책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조계종단 차원에서 추모위령법회를 조계사 마당에서 직할교구사찰 주지를 동원해서 하고, 국정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한다.”며 “참사 수습, 경제와 민생, 한반도 위기 등 급박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종교행사를 지금 해야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을 위한 추모법회, 정치적 거래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모양새”라며 “이런 결정을 누가 제안하고 결정했는가? 불자들은 부끄럽다.”며 “바른 불교, 당당한 불교, 국민과 함께하는 불교의 모습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 ‘불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중생의 아픔을 보듬는 세상의 벗이 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진정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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