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세상에 좋게 전하는 글이 부처님글”
“불교 세상에 좋게 전하는 글이 부처님글”
  • 조현성
  • 승인 2014.10.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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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베스트셀러 다시 펴낸 소설가 남지심

“30년 전 조계사 대웅전에서 원고를 놓고 부처님께 빌었습니다. 당선시켜 달라고. 당선되면 부처님을 위해 쓰겠다고. 부처님 법을 세상에 알리는 글을 쓰겠다고 빌었습니다…. 당선이 됐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부처님 글이요? 부처님 글은 불교를 세상에 좋게 전하는 글입니다.”

소설 <우담바라>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남지심 작가(71ㆍ사진)의 말이다. 남 작가는 27일 서울 인사동에서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 재출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남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인생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미에 “불교 정의를 위한 일을 같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말보다 행동을…후학 양성이 내 할 일

남 작가는 무엇이라 지칭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는 스님, 불사하는 절, 그런 신도”라며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그룹이 되고 싶었다. 힘을 모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스님들이 사회에서 정의를 말하기보다 옳음을 어찌 실천해 갈지 조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남 작가는 “유럽에서는 중산층 기준이 재산이나 학벌이 아니다. ‘옳다고 믿는 일에 용기 있게 자신을 던질 수 있는가’가 중산층의 기준”이라고 했다.

노(老) 작가는 인생을 갈무리하며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설립한 불교문학창작교육원(BATI, buddhist author training institute)에는 현재 13명이 남 작가에게서 불교 문학 지도를 받고 있다.

남 작가는 “불교문학을 쓰는 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서로 키워줬으면 좋겠다. 글을 쓴다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옆에서 돕고 싶다”고 했다.

소설 <우담바라> 보고 8명 출가

남 작가의 대표작은 소설 <우담바라>이다. 1990년대 출간 당시 1주일에 1만5000부씩 책이 팔렸다. 전 4권인 소설은 150만부씩 모두 600만부가 나갔다.

남 작가는 “<우담바라>를 읽고 출가했다는 스님도 많다. 내가 만난 스님만 지금까지 여덟 분이다”고 했다.
남 작가는 <우담바라> 외에도 <담무갈>, <청화 큰스님>, 수필집 <욕심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꽁트집 <새벽 하늘에 향 하나를 피우고> 등을 썼다. 강릉에서 태어나 이화여대를 졸업한 그는 1980년대 등단했다.

이번에 재출간한 <솔바람 물결소리>는 198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부문에 공모‧가 당선한 작품이다. 애환 가득한 보통 사람의 삶을 섬세하고 종교적인 시선으로 그려온 그는 <솔바람 물결소리>를 잇는 <연꽃을 피운 돌>을 출간했다.

소설 배운 적 없이 2주 만에 탈고…당선

남 작가는 젊은 시절 죽음에 관심이 많았다. 남 작가는 “1980년 박완서 작가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 나도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음에 관심이 많아 주인공은 일단 죽는 것으로 결론짓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남 작가는 소설을 배우지 않았다. 머뭇거림도 잠시,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원고지 80~100매씩 써내려가게 됐다. <솔바람 물결소리>는 그렇게 2주 만에 탈고됐다.

그는 여성동아 공모 마감날 조계사를 찾았고, 그곳에서 부처님과 약속했다. 당선됐고 국내외서 <솔바람 물결소리>가 수록된 <여성동아> 부록을 찾았다. 남 작가는 “부록만 8쇄를 찍었다. 2년 뒤 책이 정식 출판됐을 때 43쇄를 찍었다”고 했다.

처음 의도대로 <솔바람 물결소리>의 주인공은 죽었다. 작가는 주인공의 세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고아처럼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다시 펜을 들었다. <연꽃을 피운 돌>이 그것이다. <연꽃을 피운 돌>은 39쇄를 기록했다.

<우담바라>는 내년 재출간

남 작가는 “사람들이 추구하고 원하는 것은 어느 시대나 비슷하다. 내 작품에는 진실한 만남, 최선을 다하는 삶,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가 녹아 있어서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봐도 공감 가는 이야기지만 요즘 ‘휴대폰’이 보급되다 보니 수화기를 들고 공중전화를 찾는 등 모습만 걸린다”는 농도 했다.

남 작가는 <솔바람 물결소리> <연꽃을 피운 돌>에 이어 내년에는 대표작 <우담바라>를 재출간할 계획이다. 다작 가운데 이들 세편 만 꼽은 것은 순수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는 “<솔바람 물결소리> <연꽃을 피운 돌> 등을 쓰고 나니 더 해봐야 이야기가 거기서 거기 일 것 같았다. 그 뒤로 인물 중심으로 글을 썼다. 앞으로도 순수소설은 못쓸 것 같다”고 했다.

남 작가는 나이 들어 소설 쓰기가 어려운 이유로 두가지를 꼽았다. 소설가라면 연애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연애감정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였고, 내면에 치열한 갈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10년 만 젊었다면 우주 이야기 썼을텐데

남 작가는 “돌이켜보면 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글을 썼다. 죽음 문제 등 내 안의 이야기를 할 대상이 없어 글로 풀어냈다. 늘 말하고 싶다는 욕망이 내 작품의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10년만 젊었다면 지구를 모델로 우주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시우 박사의 천문학 강의를 듣고 폐암 수술을 하며 상기한 의학지식에 비춰볼 때, 태양계에 속한 별 3000억개나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6조개나 각자 생존을 위한 역할이 있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설명이다. <법성게>의 ‘한 티끌 가운데에 시방세계 들어있고 일체 모든 티끌마다 시방세계 담겨있다(一微塵中 含十方 一切塵中 亦如是)를 체득한 말이다.

작가는 “자신이 구상한 모티브를 젊은 작가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바람 물결소리> <연꽃을 피운 돌>을 판매해 얻은 수익은 후학 양성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30년이나 지난 책이 다시 꽃단장을 하고 서점에 나온 이유이다.

솔바람 물결소리┃남지심┃얘기꾼┃1만3500원
연꽃을 피운 돌┃남지심┃얘기꾼┃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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