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 현실과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부담
승가 현실과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부담
  • 법응 스님
  • 승인 2014.11.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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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폐단이 봇물처럼 터지는데 ...

 “대한불교조계종은 찢어진 북인가”라는 <불교닷컴>의 릴레이 첫 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후련함이나 기대에 앞서 답답함이 느껴진 때문이다. 흩어지고 지친 대중의 의지를 모으고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내용의 글이라면 자신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아무리 좋은 의견이라 해도 그 절박함에 대한 공감과 기대효과에 한계가 있다.

재차 신분확인이 불가능한 필명으로 “으르렁대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제하의 글이 올라왔다. 필자가 은폐된 글은 대중의 의지를 되레 떨어뜨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함을 알았으면 한다. 이런 현상은 현실과 양심 사이에 괴리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또 지난 반세기 동안에 이루어진 종도들에 대한 종단의 교육에 심각한 회의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돌아보면 불교계에서 비슷한 답답증을 느낀 때가 적지 않다. 일례로 몇 년 전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추진한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일명 아쇼카 선언)’ 때도 그랬다. 불교사상의 확장 또는 현대적 해석이라는 학술적 차원을 넘어 종단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 획을 긋는 중대 사안이었음에도 추진과정과, 특히 그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뚜렷하게 의사를 표명한 스님들이 몇이나 있었는가?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고 사회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어렵게 한 두 분의 (그것도 당신들의 직책상) 공식적인 견해를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을 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당시에 필자와의 사석에서 다수의 중진들이 선언문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의사를 표명했었는데, 직접 나서서 의견을 피력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손사래를 치기에 바빴다. 이런 현상이 바로 조계종의 변화를 발목 잡는 한 단상이며, 황금 북을 찢어진 북으로 만드는 현장이다. 아마도 현실의 힘 있는 세력과 척을 지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혁신의 외침이 절실한 때에 대다수의 승려 대중은 소침해 있다. 종단에 뛰어난 능력과 소양을 갖춘 스님들이 적지 않음에도 때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무기력하다거나 무능하다고 간단히 결론내리고 말기엔 나는 종단사적인(?) 어떤 결핍감 같은 것을 느낀다. 승려들에게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나 사회성 함양, 지도자로서의 교육, 또는 민주주의와 관련한 종단의 의식교육 부재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보는 입장이다.

지난 수십 년간 승려들에게 종단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출재가로 구분되는 종단에서 승려는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지, 하는 과제들에 대한 별도의 교재를 통한 전문적 교육이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승려로서의 종단은 물론 사회적 책임감과 의무감, 자긍심, 주체성 등에 대한 의식교육이 교리교육이나 수행법, 불교의례 교육 등보다 우선되어 실시되거나 병행되어야 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심성과 그릇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있으나, 이에 변화를 주는 것이 교육이며 불교의 수행일 것이다.

그동안 종단은 소위 이판과 사판으로 불리는 수행(특히 참선수행)과 종단의 운영,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사회현장 참여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실천, 협력의 지침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지 못했다. 50여년 넘게 종권분쟁에 휘말리며 어영부영하는 사이 온갖 폐단들이 차곡차곡 쌓여 왔고 오늘날에 이르러 봇물 터지듯이 나타나고 있으나 법랍과 위치불문하고 외면하거나 적당히 걱정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을 따름이다.

오랫동안 느껴온 것인데, 일부 의식 있는 승려라 해도 너무 고고하고 품위가 있어서 종단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는 타자의 몫이라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체면 구겨가며 분투하는 모습은 그 목적이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해도 볼썽사납고 상스럽다고 여기는 종단과 스님들의 풍토부터 개선돼야 한다. 기득권과 자신의 위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면서도 정작 불교유신의 문제에는 외면하는 현실이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재임하였다. 도합 10년간 조계종 승려에 대한 교육체계를 설계하고 시행하게 된다. 지난 5년간 틀과 기능적인 것에 주로 착안하였다면 향후 5년 간은 승려들이 어떠한 가치와 철학으로 어떠한 길을 가야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기획, 실행해 가는데 주안점을 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이라는 말이 있다.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라는 뜻이다. 제대로 된 도제의 양성이야말로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를 담보하는 중요한 불사다. 교육원장 스님은 당신의 두 어깨에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가 달렸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졌으리라 짐작한다.

종단을 유신함에 별 묘약이 있는 것이 아니다. 출재가자를 막론하고 그래도 의식이 있다는 대중이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 놓고서 고루에서 북채를 들고 우뚝 설 수 있을 때 불교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불교닷컴>에 소개한 적이 있는 금광명경(金光明經)의 한 구절인 ‘황금의 북소리를 들었네’를 재차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고 이기영 박사의 번역 글이다.

간밤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
그 것을 내 마음속 깊이 되새겨 보네.
한 황금의 북이
빛깔도 찬란히
장엄한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빛은 햇빛보다도 더 밝았네.

시방세계를 비춰
‘간지스’의 모래같이 무수한
그 빛의 덕분으로
부처님을 보았네.

그는 중보(衆寶)의 나무 밑
유리(琉璃)의 보좌(寶座)위에 앉아 계셨네.

무수한 사람들이
진리를 듣고자 둥글게 모여
브라아만이 치는
황금의 북소리를 들었네
.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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