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호텔 부지와 풍수윤리
대한항공 호텔 부지와 풍수윤리
  • 김규순
  • 승인 2014.12.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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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순의 풍수이야기 39

▲ 송현동 대한항공 호텔 부지 전경

풍수에서는 땅을 유기체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산줄기를 용이라고 하고 능선을 따라서 용맥이라고 칭하며 상상의 동물을 차용하고 있다.

풍수에도 윤리가 있다. 풍수 윤리란 땅도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땅이 유기체이니 그런 발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풍수에서 땅을 유기체로 본 까닭은 무엇인가. 백성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고 했듯이,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것은 아닌가. 그 염원을 땅이라는 자연에 투영시킨 것이다.

선조들은 하늘과 땅도 살아 있는 것으로 전제한다. 천도지덕天道地德이라고 했다. 하늘에는 도道가 있고 땅에는 덕德이 있다는 말은 하늘은 낳고 땅은 기른다는 뜻이다. 천지가 생기生氣를 품고 있으니 만물을 만들고 생물을 낳았다고 본다. 생기生氣란 만드는 기운, 낳는 기운이다. 이것을 주역에서는 생생生生의 원리라고 했다. 낳고 또 낳고, 살리고 또 살리는 원리이다. 이것이 풍수 윤리의 바탕이다.

명당은 적덕이나 적선을 한 사람에게는 간다고 한다. 덕을 쌓는다는 것은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겨울 눈밭에 굶주려 쓰러져 있는 승려를 집에 업고 와서 먹여주고 재워줘서 기력을 회복하게 해주었더니만 그 답례로 명당을 찾아주었다는 풍수설화(청송심씨, 해평윤씨)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적선지가積善之家는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했다. 적선이 천지를 감응시켜 동물으로 하여금 길지를 선정하게 해주었다는 설화(선교장, 이천서씨)도 있다.

경복궁 옆 송현동 미대사관부지를 사들인 대한항공이 호텔을 짓고자 했다. 법도 금지했고, 많은 사람들도 반대하고 있다. 궁궐근방이고 예로부터 왕의 사위나 고관대작들이 살던 장소였으므로 문화재적 가치도 상당한 곳이지만, 4개의 여자중고등학교가 있어서 교육상 호텔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라고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던 곳이다.

이런 곳에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나섰다. 그들은 법을 바꾸어서라도 오너들의 숙원사업을 진행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것을 탐욕이라고 한다. 그러던 중 땅콩회항사건이 터졌다.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는 일이 꼬이고 꼬여서 부사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더구나 여론이 나빠지자 불똥이 튀어서 송현동호텔부지에 인가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

‘집(땅)도 인연이 있어야 한다’, ‘땅 주인은 따로 있다’라는 말이 있지만, 땅이 주인을 선택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묘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호텔부지가 대한항공을 거부한 꼴이 되지 않았는가.

그들의 오만함과 방자함이 도를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 족할 때 물러설 줄도 알아야 삼대동안 만들어 온 부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 삼대가기 어렵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대통령을 움직여 호텔을 짓고자하는 그들 뒤로, 4년전 대통령을 움직여 제2롯데월드를 지으면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오버랩되고 있다. 탐욕에는 그에 걸맞는 커다란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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