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병된다'는데 '생각하라'는 이 스님
'생각이 병된다'는데 '생각하라'는 이 스님
  • 조현성
  • 승인 2015.03.1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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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펴낸 법인 스님

“생각은 망상이다.” “망상 부리지 말라.” “무념무상 해야 한다.” “생각을 쉬어라.” 등 ‘생각 말기’를 강요당하는 때 ‘생각하라’고 주장하는 스님이 있다.

해남 일지암 암주 법인 스님(참여연대 공동대표ㆍ사진)이다. 스님은 10일 인사동에서 열린 출판간담회에서 “삶을 바꾸는 것은 ‘생각의 힘’에 달렸다. 검색보다 사색, 사유의 힘을 회복하라”고 강조했다.

“석가모니 부처의 깨침도 생각에서 비롯”

세간이 종교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른 요즘이다. 스님은 “자기가 자기 종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유를 들기를 “포승줄에 묶이든 황금사슬에 얽혀 있든 속박 당하기는 매 한가지이다”라고 했다.
스님은 “옳고 그름을 떠나 집착을 여의라고 가르치는 것이 불교의 장점이다”라고 했다.

스님은 “석가모니도 ‘의심’부터 했다”고 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계급 높은 자가 낮은 자를 착취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늙지 않고 죽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고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맞는 지 등 많은 것을 의심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석가모니는 ‘의심’에 이어 ‘이런 삶은 아니다’라고 ‘부정’을 했다. 그리고 ‘어떤 삶이 옳은가’하는 ‘대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의심-부정-대안은 모두 생각이었다. 불교는 생각[사유]에서 출발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의심하고 부정할 줄 아는 생각의 힘이 중요하다”고 했다.

“검색 결과는 의견과 정보전달, 소통 아냐”

스님은 “정보화 시대이다. 검색을 통해 의견과 정보 전달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소통이 아니다. 소통은 감정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님은 “사람들이 검색에 의존하면서 인간의 사유는 잊혀지고 주체적 삶을 상실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새롭게 보기’를 강조했다. 전통‧관습대로 살아가는 태도로는 사유의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마르크스의 “존재가 사유를 규정하는지, 사유가 존재를 규정하는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관습을 답습하는 삶의 태도는 올바른 실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선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불교에 갇힌 불교 말아야”
 

스님은 책에서 자신의 불교관을 밝혔다.

첫째가 “불교에 갇힌 불교를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사람들은 ‘진흙 속 연꽃’을 말하면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연꽃에만 눈길을 준다. 연꽃이 자리한 더러운 진흙은 놓치고 있다”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둘째 “두 바퀴, 양 날개로서의 불교”이다. 스님은 지혜와 자비, 휴심과 관심, 집착 말고 자비심을 내라 등을 본보기로 들며 모든 것의 양변과 중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불교는 한 날개만을 강조하는 모양새이다. 스님들에게 수행에만 전념하라는 것도 그와 같다”고 했다. 스님은 “승가의 사회참여가 옳은가를 고민하는 것은 경전을 바로 못 본 소치 때문”이라고 했다.

셋째 “보편성에 주목하라”이다. 스님은 “달라이라마는 보편윤리를 강조했다”고 했다. 달라이라마가 자신의 종교는 ‘친절’이라고 밝힌 것이 본보기이다. 그러면서 스님은 “언어의 현대화가 중요하다. 수행‧포교를 해보니 언어 개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개념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쉼’만 강조해선 안 돼…‘깸’ 있어야”
 

스님은 “힐링이다 뭐다 해서 ‘쉼’만을 강조한다. ‘깸’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본보기를 들었다. 삶의 방향을 못 잡고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이 찾아와 고민을 토로했다. 이럴 경우 위로만 해서는 그 사람을 도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이럴 때는 잘못된 습을 깨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부처님도 ‘쉼’을 통해 ‘깸’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경전에서 난폭하다고 비난 받는 사람이 부처님에게 자신이 난폭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이유를 물었을 때, 부처님은 “평소에 네가 말을 함부로 하고 했으니 그런 것”이라며 직설로 그를 깼다.

“청년들이 내 책 읽고 바뀌길 바래”

스님은 자신의 책을 “박근혜 대통령이 읽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삶을 힘들어 하는 청년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 제2장에 붙인 ‘쉽지 않지만 가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라’는 스님이 청년들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스님은 “익숙함에 갇히지 말고 낯선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낯선 경험 속에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앉아서 하는 관념적 사유가 아니라 체험에서 살아있는 생각이 나온다”고 했다. “선에서 ‘행주좌와어묵동정’이라는 말도 늘 낯선 사람, 불편한 환경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말고 사유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소문난 다독가 “나만의 독서법?”

스님은 “다독(多讀)을 하지만 ‘만화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분야 책을 두루 읽고 있다. 책은 주로 서평을 보거나 공부모임 도반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선택한다”고 했다. 지인이 직접 읽고 가슴에서 우러난 소감이기에 믿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많은 책을 읽을 뿐 아니라 책 한권을 10번 이상 읽는 다독가이기도 하다. <아함의 중도체계>는 32번이나 읽었다.

스님의 독서법은 이렇다. 처음 책을 읽을 때 형광펜으로 중요문구를 표시한다. 시간을 두고 다음에 그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색 형광펜을 든다. 이후 노트북에 만들어둔 독서록에 핵심부분을 옮기고, 독서록을 틈틈이 읽고 되새긴다.

스님은 “한 사람의 변화된 생각이 사회를 바꾼다. 나아가 세상을 바꿀 원동력이 된다. 올바른 반성과 성찰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나아가 공존을 위한 행동으로 이끈다”고 했다.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법인 지음┃불광출판사┃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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