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훈의 '불교가 희망이다'-6
관악산 하산 길이 어둑합니다 삼막사 법당 처마 아래 소원들의 골짜기 있어
원怨과 원願이 서로 떠받치니 이 풍진 세상입니다
골짜기 패인 길 따라 가보면
아침마다 산으로 출근하는
사내들 한숨으로 안개 자욱해집니다
대동아전쟁부터 청상으로 살았던
독산동 이모님 긴긴 울음소리 들립니다
작은 돌멩이들 속에
미주알 고주알 방들 숨겨 놓았다는 것인지
저마다 사연들 그렁그렁 밝혀놓고
슬픔인 듯 그리움인 듯
풍경소리에도 흔들립니다
산꼭대기 세찬 바람도 이곳에서는
차마 숨을 죽여 지나가고
서울하늘 아래 철면피도 돌탑 앞에서는
옷깃을 여밀 줄 압니다
둥글면 둥근 대로 모나면 모난 대로
중생의 마음들이 간절하게 빚어낸 돌탑들
법당 뜰의 석탑보다 환해집니다
-졸시 <흔들리는 탑>
막걸리 한 잔에 하산길이 늦어졌다.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련한 불빛들. 오늘 하루도 다들 고단하게 보냈을 가족들이 서로를 의지하듯, 도시의 불빛들도 그렇게 서로 기대고 있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을 끼고 구비길 막 돌아갈 참이었다.
하훈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동국대불교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국제금융전문가로 활동 중 외교사절, 노벨상 수상자, 해외언론인 등 다양한 해외인사와 교류하면서 남북 분단문제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현재는 <외교사절과 함께하는 DMZ 평화순례대행진>, <국제평화문학포럼> 등 다양한 행사 개최를 통해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선정하는 제 7회 대원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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