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하라 3
인욕하라 3
  • 하도겸
  • 승인 2015.10.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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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18

마음은 몸(형체)이 없어서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무 때나 부술(없앨)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형체가 있다고 하면 그에 대한 애착으로 일어난 고통이 결국 마음을 해칠 것입니다. 모욕과 멸시, 거친 욕, 거북하고 불쾌한 말들이 몸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왜 그대의 마음은 그렇게 화를 냅니까?

남들이 아무리 미워해도 이생이든 다음 생에서든 저를 해치지 못하는데 그냥 싫어하는구나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면 될 것을 왜 그들을 굳이 싫어하기까지 해야 합니까? 재산을 얻는 데 방해가 된다고 인욕을 안하고 화를 낸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얻은 재산들은 언젠가 사라질 때도 죄업만은 언제까지나 계속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오늘 당장 죽어도 좋으니 삿되게 오래 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결국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꿈속에서 백 년간의 행복을 누리든 찰라간의 행복을 누리든 깨어나면 무엇이 그리 다르겠습니까? 깨어나면 둘 다 꿈속의 행복을 다시 (현실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장수하든 단명하든 죽음 앞에선 다 꿈과 같이 덧없을 따름입니다.

많은 재산을 얻어 오랫동안 행복을 누린다고 해도 도둑맞은 것처럼 알몸에 빈손으로 가야 합니다. 먼저 재물을 모은 후에 죄업을 없애는 복덕을 짓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물을 벌기 위해 화를 낸다면 복덕은 사라지고 오히려 죄업만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무엇을 위해 우리가 이 생에서 인간의 몸을 받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런데 만일 그것을 잊고 오직 악(죄)업만 저지른다면 이렇게 한평생 살아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나를 못해 하는 험담에 화가 난다면, 스스로가 다른 사람을 험담할 때는 왜 똑같이 자신에게 화내지 않습니까? 또한 믿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라고 하면서 불신을 잘 참고 살면서, 왜 명백하게 스스로의 죄업으로 인해 비롯된 험담이라는 것은 믿으면서도 어찌 참지 못합니까?

불상, 불탑, 정법을 비방하고 훼손하는 사람이 있어도 부처님께는 전혀 해가 되지 않으니 굳이 미워하거나 화낼 필요가 없습니다. 스승, 가족과 친척, 친구나 친지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조차도 역시 이전(전생)의 악업으로 비롯된 것임을 알아 화내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의 몸을 가진 우리들은 유정과 무정 둘 다로부터 해를 입는데 왜 유정중생에게만 화를 냅니까? (그러므로 해악을 당하더라도 인내해야 합니다.) 어떤 이는 무지(무명)해서 죄를 짓고 어떤 이는 무지해서 화를 내니, 누구에게는 허물이 없고 누구에게는 허물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해하게 하는 그런 죄업을 이전에 제가 왜 저질렀던 것입니까? (앞으로의) 모든 현상도 (지금) 짓는 업에 의한 것인데 우리는 왜 아직도 화를 내고만 있습니까?

이와 같이 알았다면, 반드시 모두가 서로 의지하며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오직 복덕을 쌓는 데만 마음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을 태우던 불이 다른 집으로 번질 수 있으니, 지푸라기와 같이 불길을 옮길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치우는 것이 옳습니다. 마찬가지로 (재물과 명예와 같은) 그 무언가에 집착하여 분노의 불길이 번질 때에는 복덕의 보배까지 불에 타지 않도록 (집착의 근원을) 즉시 없애야 합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이가 단지 (살인을 한) 손만 잘리는 것으로 죽음을 면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만약 인간계에서 겪는 고통만으로 지옥(가서 받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지금의 이 고통 정도도 우리가 스스로 인내하지 못하면서도, 지옥의 더 큰 고통을 어찌 참으려고 그 원인이 되는 성냄은 어찌 바로 버리지 않습니까?

욕심(욕망) 때문에 불타는 지옥을 수 천 번 경험하도고 저는 (지금까지) 제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선행(인욕바라밀)을 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인욕의 이타행에는 어떤 해도 없고 깨달음이라는 큰 이익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생의 해악을 없애 주는 이 생의 인욕행의 고통 정도는 오직 기쁨으로 달게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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