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하라 2
선정하라 2
  • 하도겸
  • 승인 2016.06.1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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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28.

‘나는 가진 소득이나 재물도 많고 존경을 받아 명예도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자만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도 죽음이 다가오면 두려움과 공포가 생길 것입니다. 누구라도 미혹해진 어리석은 마음으로 아무 것이나 탐하고 애착하여 쾌락을 구한다면 그것들은 각각 천 갈래로 만갈래로 얽히고 설켜 오히려 천배 만배의 고통이 되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쾌락등에 집착하지 않으니 집착에서 위태로움과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집착으로 인해 본래 자성(自性)은 사라지고 마니 이것을 확고하고 분명하게 알아둬야 합니다.

부자도 많고 유명인도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죽으면 재물과 명성과 함께 그가 지금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를 비방하는 이들도 있을텐데 칭찬을 좀 받았다고 뭐가 그리 좋으십니까? 거꾸로 나를 칭찬하는 이들도 있을텐데 비방을 받는다고 뭐가 그리 불만이고 화가 납니까?

유정 중생의 서로 다른 여러 바람(願)을 부처님께서도 다 만족시켜 주지 못하십니다. 나처럼 무지하고 부족한 이에게 말한다고한들 제가 무엇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세간[세속]에 대한 생각[시비와 분별망상]이나 바람을 버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재물이 없는 중생은 비난하고 재산이 많으면 경멸을 합니다. 본래부터 고통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기쁨이 생길 수 있겠습니까?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기에 “어리석은 이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여래들께서조차도 말씀하신 것입니다.

숲 속에 사는 들짐승과 새와 나무들은 좋던 싫던 비난이나 경멸을 하지 않습니다. 또 듣기 좋으라고 칭찬의 말도 하지 않습니다. 친하게 친구로 지내면 안락과 행복을 주는 그들과 제가 언제 함께 살 수 있을까요? 바위 동굴이나 텅 빈 절간 그리고 숲속 큰나무 밑둥의 텅빈 공간 등에 머물며 살며, 그 무엇에도 집착 하지 않고 결코 뒤도 돌아 않고 지나갈 수 있을까? 자유로운 주인 없는 대지의 탁 트인 넓고 넓게 열린 공간 속에서 언제 나는 자유자재로 행동하며 집을 버리고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토기로 된 발우(鉢盂) 하나만을 들고, 그리고 도둑조차도 원치 않을 정도의 해진 옷을 걸치고도 굳이 꺼리지 않고 몸을 가리지 않고 다녀도 되는 그런 두려움 없이 머물 그런 날은 언제 올까요?

시체가 버려진 곳에 가서 사람들의 해골이 썩어 없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내 몸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평등성을 언제 비교해서 깨우칠 수 있을까? 우리 몸도 썩으면 그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에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여우들조차도 곁에 가까이 오지 않을 정도로 부폐될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몸으로 태어났지만, 하나로 보이는 몸 안의 각각의 뼈와 살이 결국 산산이 흩어지고 마는데, 친구나 다른 애인이 있다고 한들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사람은 태어날 때도 혼자이지만 죽을 때도 혼자서 죽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그런 고통을 남이 분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선행에 방해가 되는 애인이나 친구가 있다고 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여행을 가는 나그네들이 도중에 머물러 쉴 곳을 찾듯이, 이와 같이 윤회전생하는 세계를 걷는 우리들도 태어날 곳만 언제나 찾고 있습니다. 세상 모두가 슬퍼하는 가운데 숨을 거두고 네 사람이 시체가 든 관을 메고 가기 전에, 숲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거기가면, 친구도 원수도 비방도 칭찬도 여의고 나만 홀로 적정(寂靜)하게 머무르게 되니, 이미 죽은 [사람]처럼 여겨져 죽어도 슬퍼할 이가 아무도 없게 됩니다. 하물며 함께 살았던 그 어느 누구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기에 부처님에 대한 억념(憶念)을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괴로움을 일으키지 않고 기쁨을 일으키며, 번뇌와 산란을 모두 가라앉히는 숲속에서의 청명한 고독을 항상 구해야 합니다. 다른 생각들은 모두 다 여의고, 스스로 오직 한 마음으로 고요히 가라앉히고 선정(禪定)에 들고, 또한 마음과 몸을 고르게 하여 모든 악형(惡刑)을 제어(制御ㆍ制馭)하는 조복(調伏)을 위해 우리는 애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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