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갑오징어의 뼈를 갈아 지혈제로 사용하는 등 바닷가 생물자원을 활용했던 전남 섬 지역의 전통지식 2600여 건이 발굴됐다.
환경부는 16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에서 구전 전통지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전라남도 신안·진도·완도군 지역 105개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 300여 명(평균연령 80.9세)과의 면담을 통해 진행됐다.
특히 환경부는 참갑오징어 뼈(갑)를 갈아 지혈제로 사용하거나 미역과 비슷한 해조류인 곰피로 빨래비누를 대신한 지식들이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참갑오징어 뼈에 있는 탄산칼슘 성분이 지혈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열이 발생하는 탄산칼슘은 혈액의 수분을 증발시켜 혈액을 빠르게 굳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곰피는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는 당이나 지질과 같은 천연 성분이 많아 비누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신안군 도초·비금면, 진도군 도조·임회면, 완도군 보길·소안·청산면 등 해안지역에서는 벼멸구를 퇴치할 때 고래의 한 종인 상괭이의 기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상괭이의 기름에는 살충 성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한 산후조리에 즐겨 먹던 미역국에는 소고기 대신 생선 조피볼락을 넣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양볼락과 어류인 조피볼락에는 칼슘과 단백질 성분이 소고기보다 많이 함유돼 있는데 특히 칼슘이 소고기보다 5배 정도 많다고 설명했다.
완도군과 진도군의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순비기나무의 줄기와 잎을 삶아 그 물로 두드러기 등 피부질환을 치료했다는 지식도 있다.
환경부는 마편초과에 속하는 순비기나무는 폴리페놀, 타우린과 같은 항산화·항균 성분이 풍부해 피부질환에 이용돼 온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조선 선조 때의 의학서인 '의림촬요(醫林撮要)'에도 순비기나무 열매인 만형자(蔓荊子)를 탈모 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굴한 전통지식 2600여 건 중 80종의 동·식물과 관련된 생물자원 이용지식 174건이 수록된 '남도인의 삶에 깃든 생물이야기'를 5월 15일에 발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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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렙=정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