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이나 규모급 사찰은 범종(梵鐘)을 조석으로 친다. 새벽에 33번 저녁에 28번을 치는데 33천과 별자리 28수(宿)를 상징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삼국시대의 종은 대체적으로 크고 웅장했으며, 조선시대로 내려올수록 왜소해 지니 불교의 사회적 역량과 비례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대에 이르러 웬만한 사찰에서는 범종불사를 거의 다 봉행하고, 드물기는 하지만 ‘세계평화의 종’이라고 하여 정부의 관련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도 종을 건립하는 사례가 있다. 이럴 경우 대개 국보급 전통 범종을 모델로 하여 제작하는데, 그만큼 우리의 범종이 갖는 장엄미와 상징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범종소리는 음(音)이 아니라 성(聲)이라 하며, 사찰에서는 일체중생의 성불과 지옥중생이 종성(鐘聲)을 듣는 순간만이라도 그 고통을 멈추게 하기위해 종성염불을 한다. 종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대종을 치는 종망치(당목/撞木))로 종각 지붕 안에 쇠줄로 연결해서 매단다. 한국의 종성은 맥놀이(진동수가 거의 같은 두 소리가 중첩된 결과, 규칙적으로 소리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현상이 일어난다.
거의 모든 사찰과 일반의 종망치를 매단 형상을 보면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쇠사슬(체인) 두 줄을 종망치의 종 방향으로 연결했으며, 두 가닥의 쇠줄을 양손으로 잡고서 종을 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근자 필자가 일제시대 촬영본 사진에서 확인한 결과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의 경우 종망치에 삼각 형태로 세 줄을 연결해서 매달았다. 현재의 두 줄과는 확연히 다르며 안정감과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근자 인터넷에서도 성덕대왕신종의 종망치를 쇠줄 두 가닥으로 매단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종망치 중앙에 별도의 손잡이가 있는데, 종을 칠 때 이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으로는 중앙의 쇠줄을 잡아 균형을 유지하며 치게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이것이 한국의 종망치를 매단 전형이며, 종을 치는 표준 자세가 아닌가 한다. 전통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왜곡되기도 하고 또 시대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재의 종망치를 매단 형태나 종을 치는 자세 등이 바르지 않고 불안하며 전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고쳐야 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를 기대해 본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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