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수미산
달라이 라마 수미산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8.10.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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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의 환망공상 173.
달라이 라마(사진 = 달라이 라마 공식사이트)
달라이 라마(사진 = 달라이 라마 공식사이트)

 

일찍이 달라이 라마는 '불교와 과학이 충돌하면 과학을 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말로 그렇게 한 예가 있다.

그는 불교 우주론을 믿지 않는다. 특히 수미산을 믿지 않는다고 꼭 집어 말했다. (그러면 그 중턱과 정상에 있는 사천왕천과 도리천 두 하늘나라는 어찌될까? 도리천에 사신다는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어디에 사신다는 말인가? 승려들조차 그분의 거주지를 잘못 알았다면, 누가 바로 알 수 있을까? 처음부터 하늘나라는 구라였을까? 즉 방편설이었을까?) 7년 전인 2011.3.15일에 다람살라를 방문한 태국 불교들과의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구 과학은 불교 우주론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수미산을 안 믿는다. 수미산은 과학적 발견과 정면으로 모순이다.

(주: 그렇다면 달라이 라마는 천국도 안 믿는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사천왕천과 도리천은 각각 수미산 중턱과 정상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미산이 없으면 이 두 하늘나라도 없다. 천국이 없으면 육도윤회가 무너진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는 아래에 나타나듯이 윤회를 믿는다. 그가 믿는 윤회는, 천국이 없는, 5도윤회일까?)

지구는 둥글다. 지구는 해를 돌고 달은 지구를 돈다. 그런데 구사론은 해와 달이 지구를 돈다고 주장한다. 불경을 맹신하면 안 된다. 불교도들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구사론의 우주론을 믿지 않는다'고 만 명의 학승들과 승려학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주: 성철 스님도 말했다. "나는 진리를 위해 불교를 택한 것이지, 불교를 위해 진리를 택한 것이 아닙니다. 불교 이상의 진리가 있다는 것이 확실하면 당장 [승복을] 벗어버릴 겁니다." <설전>)

나는 더이상 수미산을 믿지 않는다. 이는 사성제(四聖諦 苦集滅道)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주론이 아니라) 사성제에 있다. 부처는 인도와 태국의 크기를 잰 적이 없다. 부처는 지질학자가 아니다. (사성제는) 지구가 구형인지 평평한지와 관계 없다. 하하하하. 빅뱅이론을 우리 불교도들은 매우 쉽게 받아들인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빅뱅은 한 차례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전, 그그전...' 하는 식으로 무한 번 있었다. 하나의 빅뱅이 일어나려면 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직전의 빅뱅이다. 그런 식으로 끝없이 과거의 빅뱅으로 연결된다. 불교 우주론은 성주괴공(性住壞空)이 끝없이 반복된다.

신경생물학과 뇌과학은, 신경과 여러 감정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다. 밀교 수행도 신경계와 관계가 있다. 그래서 불교 수행자들과 신경생물학자들과 뇌과학자들 사이의 대화가 유익하다. 그들의 과학적 발견은 우리에게, 우리의 불교적 설명은 그들에게, 서로 도움이 된다. 아원자물리학과 양자물리학과 불교 연기론에 의하면, 그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다른 것들로 인해 존재한다. 하나의 사건은 수많은 다른 요인으로 인해 일어난다.

서구 심리학은 고대 인도 심리학에 비하면 유치원 수준이다. 인도 전통 심리학이 훨씬 더 발전했다. 그래서 많은 현대 서구 과학자들이 불교 심리학과 고대 인도 심리학을 배우고자 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과 기술을 좋아했다. 인도로 망명한 후에 과학자들과 대화와 토론을 했다. 어느 날 한 미국인 선불교도에게 '과학자와 토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조심하세요. 과학은 종교를 살해합니다." 그때 산스크리트어 불경이 생각났다. 부처님은 "내 말을 나에 대한 귀의나 믿음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말고 철저히 조사하고 실험해 본 다음에 받아들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과학자들과의 대화는 전혀 위험한 일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이 아직도 불교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이상 수미산은 믿지 않는다. 그런다고 불교가 위태로와지는 것은 아니다. 하하하하 하하하. 기본적으로 사성제와 순수한 의식과 이런 (수미산을 믿는) 무지의 제거 가능성에 대해서, 현명하고 실제적인 과학자들은 그냥 부인하지 않고 흥미를 보인다."

"현명한 과학자들과 아주 유명한 과학자들이, 예를 들어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J. Davidson 위스콘신 대학 심리학 정신의학 교수. 달라이 라마의 오랜 절친) 같은 과학자들이, 마음을 열고, 내생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마음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과학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니다. (주: 서구 과학자들이 불교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불교에 대해 사유를 하게 되면, 불교인들이 의심없이 불변의 진리로 믿는 윤회론 등에 대해서 반박하기 힘든 비판을 할 수 있다. 이는 무척 위험한 일이다. 아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과학이 100프로 확실하게 증명한 것은 우리 불교도들이 받아들이면 된다. 수미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 2011.3.15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 태국 불교들과 설법 대화(https://youtu.be/eIRmpQbebQk)

부록: 마음챙김을 인지치료술과 결합시키면 다음을 관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생각을 그냥 생각으로 보게 됨에 따라, 덫에 걸린듯 생각에 사로잡히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 <리차드 데이비드손>

데이비드손은 뇌의 가소성을 근거로 삼아 '우리가 악기를 배우거나 골프나 테니스를 훈련하듯이, 행복과 자비심도 (정신적) 기술의 하나로 배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대중화시켰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행복은 여타 기술과 마찬가지로, 취득하려면, 연습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누구나 알 듯이 뇌는 정신훈련에 반응하여 변화하게끔 만들어져 있으므로, 마음을 훈련시켜 행복해지는 게 가능하다".

그는 14대 달라이 라마의 오랜 친구이며 명상과 연관한 뇌 연구에 대한 업적이 있다. 그는 장기간 매일 명상을 하고 있으며 달라이 라마와 정기적으로 교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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