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의혹 스님이 포교원장? 조계종 개혁 필요 공감”
“비위 의혹 스님이 포교원장? 조계종 개혁 필요 공감”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10.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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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사 좌담회-中] 거리로 나선 불광사 신도들

불광사 사태가 ‘창건주 권한 승계’로 일단락됐다. 불광사 사태는 사찰 신도들이 조직직으로 비위 의혹이 있는 출가자를 더 이상 스승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찰운영에서 손을 떼게 만든 사찰개혁이라는 점에서 한국불교사에서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불광사 사태를 신도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사찰을 봉쇄하고 창건주와 종무원을 절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고 스님을 몰아낸 사건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불광사 신도들은 왜 창건주 권한을 가진 지홍 스님을 ‘탄핵’했을까. 일부 세력이 말하는 것처럼 불광사 사태의 본질이 ‘창건주 권한’ 문제에 있었을까. 신도에 의한 신도들을 위한 사찰 개혁 운동은 불광사가 처음은 아니다. 용주사 신도비대위는 물론 길상사 거사림회 등 사찰신도들에 의한 개혁운동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른 개혁운동과 차이는 불광사 사태는 신도 구성원 전체의 의견이 반영된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불교닷컴>은 불광사 사태의 본질과 뒷이야기, 향후 과제 등을 짚어 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지난 15일 열린 좌담회에는 불광사 명등대표인 조대연 거사(법명 도문), 마하보디 합창단원인 김선학 보살(법명 원묘행), 권정호 변호사(법명 원택)와 김영국 불교개혁행동 상임공동대표,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상/중/하로 나눠 게재한다.

▲ 불광사 사태 관련 좌담회.

Q. 불광사가 불교개혁행동과 연대하고, 거리투쟁에 나섰다. 불광사만이 아닌 불교개혁을 요구했다. 용주사 길상사 봉은사 등은 일부 신도가 나섰지만 불광사는 전체 신도가 나섰다는 점이 다르다. 어떤 일이 있었나.

조대연-회장단과 갈등을 보이지 않고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게 전체적으로 투쟁하는 데 좋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고 회장단과 길을 달리하면 명등 내부도 분란이 일어날 수 있었다. 비대위 구성이 되면 조직이 축소될 수 있었다. 전체의 힘을 모으려면 회장단과 같이 가는 게 필요했다.

권정호-그런 이유 때문에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비대위 구성에 대한 의견이 숱하게 나왔지만 이런 의견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다.

조대연-지홍 스님 측은 회장단도 공격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공격받는 상황이었다.

권정호-아마도 지홍 스님 측은 불광사가 고발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법회장은 고발을 보류하려 했다. 지홍 스님 측은 ‘박홍우 너는 안 돼’라고 접근했다. 초기에는 창건주 권한을 내려놓는 조건에 법회장 퇴진, 혜담 스님 퇴진을 내세웠다.

▲ 김영국 불교개혁행동 상임공동대표.

Q. 불광사와 불교개혁행동이 연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잖나.

김영국-처음부터 연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불광사에서 언제 연락이 올까. 생각만 했다.

권정호-비공식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 지홍 스님이 포교원장으로서 자승 적폐의 주요한 축이라는 것을 신도들이 모두 알게 됐다. 불광사 문제가 꼬인 게 조계종 적폐와 무관하지 않구나. 이런 인식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불교개혁행동의 주말집회에 나가 ‘지홍 구속을 외치자’, ‘지홍 퇴진을 요구하러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조대연-설조 스님의 단식이 절정일 때다. 저를 비롯해 신도들이 스님의 단식에 영향을 받았다. 불광사 개혁이 중요하지만 조계종의 개혁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불광사에서 비위가 있는 승려가 포교원장으로 앉아 한국불교를 주무르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권정호-이전이라면 종단 적폐에 나가자는 의견에 불교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에 나서려 하느냐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나갔다.

김선학-지홍 스님이 포교원장이어서 조계사 앞으로 나가자는 마음이 많았다. 처음에는 불광사 출신 포교사가 주축이 되어 많이 참여했다. 그런데 포교원 측이 집회에 나가는 포교사는 자르겠다고 나왔다. 오히려 잘리기 전에 미리 나오자고 하면서 동참했다. 집회에 나서자 ‘포교원장 퇴진 피켓은 들지 말라’는 소문이 있었다. 신도들은 오히려 이게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해 더 집회에 나가고 피켓을 들었다.

김영국-지홍 스님은 포교원장 자리도 정치적으로 받았다. 2013년 자승 원장이 재임했을 때 봉은사 문제가 있었다. 당시 지홍 스님은 포교원장이 아닐 때다. 이 때 지홍 스님이 공식성명을 내고 자승 원장이 총무원장 선거를 하면서 거래를 했다. 이게 조계종에 있어서야 될 일이냐, 봉은사를 사고파는 매관매직을 했다. 종상 스님에게 봉은사를 팔았다는 얘기다.

김경호-지홍 스님은 당시 여당인 불교광장의 대표였다. 여당대표가 자승 원장을 처 받은 것이다.

김영국-만약에 종상 스님에게 봉은사 주지 직을 팔게 되면 자신은 불교광장도 탈퇴하고 자승 반대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은 자승 원장과 거래를 한 것이다. 봉은사는 종상 스님에게 넘어갔고, 그 뒤에 지홍 스님이 받은 게 포교원장이다.

▲ 권정호 변호사(법명 원택).

권정호-신도들이 불광사 사태 초기에 ‘불광 광덕 스님을 곡한다’는 전00 씨의 글이 나오고, 적극적인 명등들이 반박하는 글을 기고하면서 불교계 언론도 보게 됐다. 이전에 모 신문은 불광사 1층 로비에 비치할 정도였다. 주류언론이 사실과 다르게 신도들을 자극하고 지홍 스님을 편드는 것을 신도들이 봤다. 해종언론이라는 <불교닷컴> <불교포커스>가 신도들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이를 <한겨레> <경향신문>으로 인식했고, 기존 주류언론들은 조중동처럼 보게 된 것도 달라진 인식이다.

Q. 신도들 거리투쟁에 대한 평가를 더 이야기 해보자.

김영국-불교개혁행동 대표자 회의에서 불광사 이야기가 안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교개혁행동이 공식 접촉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봤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계속 이야기하고. 그 시점이 어느 때가 되겠나. 같이 할 수 있는 시점을 고민했다. 처음 일이 불거졌을 때 이번 일이 단순히 불광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계종의 적폐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설득하면 먹힐까 그런 생각이 많았다. 결국 우리가 설득하지 않아도 현상이 드러나고, 지홍 스님이 자기 문도회의 사형 사제를 물리쳤다. 문도회 사형사제 중에 저와 불교학과를 다닌 분도 있다. 그 스님들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지홍 스님은 불광사를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 공들여 온 것이다. 그 시점에서 불광사가 사유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터진 것이다. 불광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찰은 주지 스님의 것도 아니고, 일하는 종무원 것도 아니다. 주지와 종무원과 신도 모두의 재산 아닌가. 공찰이 아닌 사설사암은 더욱 그렇다. 개인이 소유하려는 의도를 캐치해서 잘 저지했다. 불광사가 사부대중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신도들의 뜻이 첫발을 내딛었다는 대단한 의미가 있다.

조대연-거리투쟁은 명등의 역할이 컸다. 명등은 구법회 장악력이 높다. 오랫동안 불광사 수행과정을 거친 사람을 명등으로 뽑기 때문에 신도들이 잘 따른다. 거리투쟁은 회장단의 협조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했다. 다른 사찰과 다른 장점이다. 명등이 움직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홍 스님 측이 임원을 동원해 시위에 못 나오게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시도했어도 명등에게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 김선학 보살(불광사 전 명등, 마하보디합창단원 법명 원묘행)

권정호-매주 명등회의가 열릴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명등은 대략 5개 정도이다. 대부분이 보살님들인데, 거사 명등도 7~8분이 있다. 회의하면 거사들이 논의와 분위기를 많이 이끌었다. 지홍 스님의 불광 사유화 기도를 법등 민주주의를 내세운 명등 대표들이 저지시킨 측면이 크다. 명등은 최종 합의 내용에 100% 동의하지 않았다. 창건주 내려놓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불광미디어도 즉각 내려놓아야 하는데, 8년이나 운영하도록 해 말이 많았다. 다만 지홍 스님의 불광사 사유화를 막았다는 큰 기조에서 큰 승리가 아닌가, 했다. 명등은 합의에 100% 만족하지 않아도 우리가 수용하고, 정상화를 위한 제도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명등 회의서도 나왔지만,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스님들은 수행에 전념하고 사찰운영과 재정은 재가불자들이 맡는 쪽으로 가자는 의견이 많다. 공석인 종무실장을 신도인 명등 중 한 분이 맡았다. 종무행정의 빈자리를 신도들이 채우자는 이야기도 있다.

“불광미디어 가져와도 폭탄? 지홍 스님은 영향력 유지에 필요했을 것”

Q. 자연스럽게 합의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 왔다. 합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합의가 일종의 거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광 신도들 입장서 동의가 됐나.

조대연-우리의 목적은 사유화 저지가 가장 컸다. 사찰이든 회사든 사태가 장기화 되면 신도들이나 직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절에서 지킴이 활동 계속 이어지면 피로도 누적된다. 창건주 문제나 개혁에 대한 저항 세력이 만만찮았다. 종무소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붙었다. 그들이 모든 자금과 권력을 쥐고 있었다. 또 유관기관 직원들, 불광미디어 출판사 교육원 반야원 등에 지홍 스님 쪽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저항이 힘들었다. 지홍 스님 쪽은 출판사도 있어 언론대응도 빠르고 글 쓰는 사람도 많았겠지만, 우리는 일하다가 시간 내서 글을 써야 했고, 이런 일에 경험도 없었다. 지홍 스님 측이 신문까지 만들어 왜곡된 이야기를 배포할 정도였다.

권정호-종무원들이 신도들 연락처와 이메일 등 정보를 다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일부 신도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종무원을 고소했다. 합의와 관계없이 아직 남아있는 사건이다.

김선학-지홍 스님 측이 ‘불광의 소리’를 집집마다 보내왔다. 우리는 뜯어보지 말고 포교원장에게 반송하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합의에 100% 만족하지 않았다. 많이 참고 이 정도로 합의를 한데 따르는 분위기였다. 격하게 반발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정상화 쪽에 무게를 뒀다.

조대연-불광미디어는 월간 불광만 출판하는 게 아니다. 이미 기업이다. 매출이 30억 대인 기업이다.

▲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김경호-종단에서도 일도 많이 받고 있다.

조대연-불교미디어를 우리가 가져와도 운영 능력이 있어야 매출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 직원도 몇 십 명인데, 직원들 먹여 살리고 운영도 해야 한다. 가져온다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분만 불광사가 가져도 적자가 나면 절에서 책임져야 한다. 출판사 운영이 어렵다. 포교원장이 있어 연매출 30억 하는 것 아니겠나. 출판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져와도 폭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권정호-지홍 스님이 창건주 권한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몇 주간 스님들이 만났다. 합의에서 이전에 혜담 스님은 옷 벗어라, 법회장은 퇴진해야 한다 등의 조건은 다 걷어버렸다. 마지막 합의에서 불광미디어가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불광미디어 지분을 불광사 측은 5대 5를 제안했는데 지홍 스님이 합의 장을 박차고 나갔다. 7년까지 양보했는데 올려달라고 요구해 8년이 됐다. 지홍 스님이 불광미디어에 매달린 것에 대해 법회장과 임원 몇 분이 논의했는데, 대체로 지홍 스님이 불교계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불광미디어가 중요했을 것이라고 봤다. 매년 하는 불교박람회도 비중이 크다고 들었다. 불교계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양보할 수 없는 게 아니었나 싶다.

Q. 지홍 스님은 창건주 직을 신도들에게 의해 내려놓지 않으려는 데 노력한 것 같다. 박홍우 법회장이 합의 장에 못 들어간 걸로 안다. 신도들을 합의 주체로 등장시키지 않으려는 의도 아니었겠나.

권정호-맞다. 법회장은 (최종 합의문 작성때) 합의 장 옆방에서 대기하며 합의했다.

조대연-신도들이 격렬하게 힘 있게 싸워도 사찰운영의 책임은 스님들에게도 있다. 신도들 이미지가 안 좋게 비춰질 수 있다. 합의하는 데도 목소리를 크게 내면 현실에서 감정이 안 좋아 질 수 있다. 물론 합의도 신도들 동의가 있었어야 했다. 11명의 위원이 구성돼 승인해줬어야 했다.

권정호-막판 도장 찍어야 하는데 법회장 혼자 결정할 수 없어 전권 위임받는 11명의 위원을 데리고 갔다.

김선학-합의문에 도장을 찍는 과정에 지오 스님이 나와 법회장에게 동의를 구하고 회장은 11명 위원 동의를 구하는 일이 반복됐다.

▲ 조대연 거사(불광법회 명등, 법명 도문)

Q. 합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어떻게 보았나.

김영국-합의는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쨌든 지홍 스님은 합의를 통해 불광미디어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다시 재기할 발판을 불광미디어를 통하려 했을 것이다. 불광미디어는 돈을 버는 것 뿐 아니라 일하는 주요 인사들이 지홍 스님의 책사들이다. 앞으로 종무소에서 나온 사람들도 지홍 스님과 일할 것이다. 앞으로 지홍 스님이 무엇을 원할까. 지금 당장은 신도들에 의해 한발 물러섰지만 포교원장 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음에 총무원장을 노린다든지 재기할 발판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광미디어를 가져오면 폭탄이 될 것 같아 합의했다지만, 저는 오히려 가져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물적 토대가 없으면 지홍 스님은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권정호-두 가지 풍경이 있다. 불광사는 해마다 산사순례를 간다. 법주 스님인 지오 스님이 범어사에 계시는 데 사태 해결 후 첫 산사순례를 범어사로 가기로 했다가 번복이 됐다. 범어사 스님들이 불광사 신도들을 안 좋아 한다고 한다. 스님을 쫓아낸 과격한 불광사 신도들. 산사순례하면 제대로 환영받겠냐는 얘기가 있었다. 지난 14일 불광사 창립 44주년 기념법회서 문도대표와 법주 스님이 나와 신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고 소중히 여기겠다고 하셨다. 불광사는 그런 경계점에 서 있다. 나이 든 보수적인 스님들은 신도들이 스님을 쫓아낼 수 있느냐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가하면, 불교개혁의 흐름과 방향으로 보면 새롭게 본받아야 할 면이 있는 것 같다.

“신도 사찰운영 명분화 딜레마 사회법 개정 필요”

김경호-불교개혁운동이 외연 확장의 한계에 봉착했다. 자승을 중심으로 하는 조계종 권승들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싸웠지만 비오는 날은 20여 명 밖에 안 오던 적도 있다. 신도들이 결합되면서 세가 쭉 늘었다. 설정 총무원장은 버티려고 했다. 이쪽이 세가 불어나면서 안 되겠다 시끄러우니 꼬리 자르기 하자. 그래서 설정 원장을 잘라버린 결정은 불광사와 여러 대중이 결합해 불교개혁행동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크게는 종단 작게는 불광사에서 신도들이 스님들을 교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딜레마는 신도들이 사찰운영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명문화된 권리가 아니다. 사찰을 만들고 키우고 중창불사를 한 것은 주지가 자기 쌈짓돈으로 한 게 아니다. 신도들이 보시하고 봉사해 만든 것인데 그 과정에서 신도 권리는 실종되고 창건주라는 권한 가진 자가 도장을 갖고 법적으로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것 때문에 사찰이 사유화되는 구조이다. 이 구조는 불교만 문제 아니다. 한국사회 종교가 갖는, 모든 종교의 공통점이다. 개신교에서 목사의 전횡이 가능하고 불교에서 주지 전횡이 가능하게 하는 문제이다. 종단 법만 고쳐서는 안 된다. 국가법까지 고쳐 종교집단에서 신도들의 기여 분을 법적으로 명분화하는 게 필요하다.

김영국-조계종 말고 다른 종단 사찰에서 소송이 일어난 적이 있다. 사찰을 주지가 마음대로 철거 이전하려했는데 소송이 붙었다. 글을 쓰려다가 대법원 판례를 찾아보니 판례가 있더라. 판례는 종교재산인 토지건물 등은 성직자의 재산이 아니고 ‘사찰 구성원 총유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총유재산은 사찰의의 재산은 스님 신도 모두의 공동소유라는 것이다. 사찰을 팔고 이전하려면 신도총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조계종 사찰이나, 개신교 교회나, 가톨릭 성당도 신도들의 시주로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은 신부 목사 스님이 주인이다. 제 생각은 이 점을 본격 문제 삼아 소송까지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조계종 사찰은 전통사찰보존법이라는 국가법에 의해 총무원장의 승인이 없으면 팔지도 못하고 임대도 못하게 하는데, 이를 폐지하고 일반 민법을 준용해 사찰재산은 전통사찰이라 해도 문화재 외에 모든 재산은 스님과 신도들의 공동재산이라는 판례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 불광사 사태 관련 좌담회.

“신도가 감사, 종무소 업무도…스님 독단·전횡 막을 절차 마련”

Q. 지난 7월에 사찰운영규칙을 개정하면서 신도들의 역할과 권한을 확장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홍우 법회장이 44주년 창립 기념법회서도 언급했다.

조대연-기존의 사찰운영규칙을 정비한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도 사찰운영규칙이 있었다. 지홍 스님이 불광사를 사유화하기 위해 규칙을 묵살하고 운영한 것이다. 주지 스님의 역할이 있지만 임무에서 배제시키고 결제 란도 없앴다. 법주의 임무도 있다. 결과적으로 법주가 결재권자다. 신도는 결제권이 없다. 이번 개정에서 신도들이 징계위원회에 들어 하고 감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신도들이 직접 감사해야 한다. 외부감사는 의미가 없다. 외부감사는 숫자만 맞춘다. 착각할 수 있다. 외부감사를 의뢰하면 더 정확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외부감사는 수입 지출의 큰 것만 본다. 신도들은 돈이 적법하게 쓰였는지 본다. 불광사 돈이 중흥사로 빠져나가면 안 된다. 외부감사는 형식적이다. 신도들이 감사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회장단을 회주가 뽑지 않고 신도들이 직선제로 뽑는 것도 필요하다.

권정호-이전에 유명무실했던 규정을 이번 사태 과정에서 스님의 전횡과 독주를 막고 신도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임원 직선제가 보장되지 않거나, 이런 일이 재발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김경호-지금 말씀하신 게 핵심이다. 일반 사찰들에서는 신도회가 유명무실하다. 주지가 신도 회장을 임명하고 맘대로 자른다. 모 본사는 신도회가 시끄럽다고 없애 버렸다. 신도들 뜻을 대변할 수 있는 신도대표를 뽑아야 제대로 감시하고 힘 있게 협조가 된다. 주지가 명분 있는 사업을 하려 할 때 신도들을 끄집어내려면 제대로 된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 불광출판사나 불광미디어를 지홍 스님 몫으로 한 불완전한 타협은 광덕 스님의 진위에도 어긋난다. 광덕 스님이 도시포교 말하면서 문서포교 중요성 때문에 불광출판사 만들었다. 현대로 보면 미디어포교이다. 광덕 스님은 미디어 포교가 현대인에게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불광출판사는 광덕 스님의 뜻을 잇는 기구인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형성된 하나의 회사인가. 종단에서 수익성 높은 템플스테이 국고지원금 나오는 것, 종단 출판물 받아와 편집 대행해 외형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과연 불교를 대중에게 전파하는 광덕 스님의 뜻을 살리는 것인가. 광덕 스님이 본 미디어 포교의 기능은 약해졌다고 본다. 경영상 위기가 있더라도 불광사가 가져와 군더더기를 털어 버리고, 문서포교, 미디어 포교라는 근본이념은 우리가 지키겠다는 역할 분담이 필요해 보였다.

권정호-불광미디어도 월간 불광 독자들로 조직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광덕 스님의 뜻이 거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조대연-불광출판사, 월간 불광이 핵심인데 이를 누가 만들 것인가. 지금까지 지홍 스님 측근들이 만들어 왔는데, (광덕 스님의) 그 정신을 담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적으로 외형만 기형적으로 키운 것이다. 창건주 권한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한번 잃으면 찾기 힘들고 잘못되면 고치기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모든 것을 원위치로 돌려놓고 옛 영광을 찾는 것은 힘들다. 현재 월간 불광은 광덕 스님의 법을 전하는 것을 담고 있지 못하다.

김선학-월간 불광은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군대 병원 등에 법보시를 많이 했다. 제가 명등으로 있을 때 갑자기 커지고 종이도 고급지를 쓰고 컬러로 나왔다. 가격도 많이 올랐다. 명등 회의 때 '왜 갑자기 키우고 돈을 많이 들이느냐'고 물으니, 지홍 스님이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급화해 수익을 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소신이 있다면 큰스님 뜻을 받아 우리가 투자를 하고, 법보시에 돈이 들더라도 기존처럼 갔어야 한다고 본다.

#[불광사 좌담회-下]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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