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조명탑 시위가 스펙 쌓기라고요?"
"동국대 조명탑 시위가 스펙 쌓기라고요?"
  • 안드레
  • 승인 2018.11.18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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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안드레의 조명탑 일기 3. 고공에서 맞이하는 첫주말입니다.

 

11월 17, 18일 고공농성 5,6일차

고공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입니다.

주말에는 청소도 하고, 철탑농성장 정비도 했습니다. 바람 때문에 조명탑 플랜카드를 다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날씨도 많이 추워졌습니다. 주말이라 학교가 조용할 줄 알았는데, 예비 새내기들이 수시면접을 보려고 부모님들과 학교를 찾았습니다. 희망과 꿈보다는 암울한 현실을 먼저 보여주어 마음이 아픕니다.

조명탑에 올라온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갑니다. 온라인으로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큰 힘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 등을 보니, 저에게 많은 오해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주말을 맞이하여, 저의 진심과 절박함을 다시금 알려드리고자 몇 자 적습니다.

우리는 교육상품의 구매자가 아닌 대학의 구성원입니다.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제가 다른 목적이 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왜 대학 운영에 관여하고, 우리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 의문을 품는 분들도 계십니다. 우리는 대학의 구성원입니다. 권리는 부(不)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망각되는 것입니다. 나를 대표하는 총장을 선출하는 데에 당연히 나의 권리는 존재합니다. 우리 권리를 스스로 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제가 추운 날씨 이곳에 올라온 이유는 오로지 내가 사랑하는 동국대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길 바랄 뿐입니다.

저의 종교는 대학 민주주의입니다.

제가 총학생회장직을 역임할 때부터, 백승규 학생지원팀장이 ‘기독교 총학생회장이 불교대학을 망친다’는 망언과 정각원 교법사의 ‘철새 종교인 총학생회장 안드레는 더 이상 불교를 능멸하지마라’라는 법보신문 기고를 통해 종교적 프레임으로 모든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공격이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도 기사 댓글과 커뮤니티에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종교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학내에서 종교적 활동을 한적 역시 없습니다. 지금 저의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대학 민주주의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총장이 스님이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종단에 의해 선임되었기 때문에, 그 구조를 바꾸자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름이라는 귀속적 정체성 하나로 저를 폄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문제는 종교가 아닌 동국대 미래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가 흔들리는 조명탑에서 어떠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동국대 학우 중 한명입니다.
운동권의 수장이다, 나이 먹고 스펙 쌓고 있다라는 등의 말씀이 있으십니다. 운동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내에 많은 의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운동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펙을 쌓기 위해, 목숨을 걸고 조명탑에 오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이것을 통해 사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동국대 학우 중 한명으로서 망가진 동국대를 바로 세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 끝내지 못한 이 사태를 한태식 연임 저지와 총장직선제로 이제는 해결하고 싶을 뿐입니다. 신념과 진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내용이 길어 졌습니다. 동국대에 입학하여 많은 상처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습니다. 주말에 조명탑 플랜카드를 달았습니다. 본관에 학생들의 요구가 더욱더 크고 강력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저희의 진심이 동악에 울려 퍼지고, 우리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스스로 지켜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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