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 스님, 도박·고액 골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설조 스님, 도박·고액 골프보다 더 심각한 것은?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11.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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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벽진 곳에 내친 진신사리탑과 충정공 동상…나라·교단이 똑같아”17일 정정법회서 질타 “종교·이데올로기보다 생명·핏줄이 더 소중”
17일 정정법회에서 법문하는 설조 스님.
17일 정정법회에서 법문하는 설조 스님.

“일제강점기 스리랑카 고승이 전해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던 탑을 총무원 궁벽진 곳으로 옮기는 승려와 충정공 민영환 선생의 동생을 우정공원의 한 귀퉁이로 옮긴 세태가 똑같다. 승속이 어찌나 똑같은지 모르겠다.”

설조 스님이 17일 정정법회 토요정기법회를 통해 원칙과 상식을 잊어버린 우리 사회와 조계종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설조 스님은 이날 법회에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모셔졌던 부처님 진신사리탑이 총무원 건물 뒤편의 외진 곳에 버려지듯 옮겨지고, 안국동로터리에 있던 충정공 민영환 선생의 동상이 어느새 우정공원 한 귀퉁이로 이전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이 방치된 현실을 개탄했다.

설조 스님은 “우리나라는 전쟁과 장기간 휴전, 분단이 겨레의 의사에 반해 힘 센 나라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어려운 처지를 겪어 왔고, 교단은 외세나 이교도의 침탈이 아닌 출가승의 부패와 타락으로 불자들이 나날이 이탈하고 선량한 이웃시민들의 외면은 갈수록 따가워 지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공민왕사를 지낸 나옹 스님은 ‘사람들이 부처님 말씀을 잘 지니고 행하면 나라와 나라의 전쟁 위협이 사라지고 세계가 평화로워질 것’이라는 좋은 처방을 주셨다”며 “세계적인 분쟁이나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갈등 관계나 분쟁의 원인은 ‘자기고집’, ‘자기편의’, ‘자기종교’, ‘자기이데올로기’로 말미암은 것으로 종교나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구일 뿐, 생명보다 핏줄보다 소중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요즘 더 커 보인다는 설조 스님은 “도산 선생이 겨레의 계몽과 나라의 독립을 외쳤을 때가 서른 살 전이었다”며 “나는 부끄럽지만 도산 선생의 외침을 늙어가면서도 흉내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도산이 하신대로 내 종교보다 겨레의 화목과 나라의 독립이 소중하다고 한 결 같이 말할 수 있을까. 저는 부끄럽지만 우리는 겨레의 화목, 나라의 번영이 종교와 이데올로기보다 더 소중하다고 외쳐서 겨레 사랑이 현실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이끌어 가야 한다”고 했다.

또 스님은 “공자는 인, 어진 마음과 평화로운 마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어질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자 한다면 가질 수 있다고 하셨다”며 “우리가 화목을 원하고, 적폐 청산을 원하고, 번영을 원한다면 숫자에 관계없이 지혜와 자비를 행해야 불교와 나라가 성스러워지고 평화로워 질 것”이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교단의 참담한 문제는 누가 도박을 하거나 고액의 골프는 치는 것만이 아니다”며 “심각한 문제가 조계사 앞마당에 있다”고 꾸짖었다.

스님은 “우리 교단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불상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부처님 진신사리는 대웅전 앞에 모시는 것이 상례”라며 “일제강점기 스리랑카의 고승(다르마팔라)이 조선불교를 방문해 당신이 모시고 있는 사리를 기증했고, 그 사리를 당시 교단은 심혈을 기울여 사리탑을 조성해 봉안했지만, 현재 조계사는 이 탑을 총무원의 궁벽진 곳에 옮겨 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당시 사리탑은 일제강점기다 보니 신라 고려의 양식이 아닌 일본불교의 양식이었다”며 “일제 양식의 탑이라는 구실로 탑신을 옮긴 것은 적절치 않은 행위”라고 질타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 마당에 봉안되다가 새 탑이 조성되면서 총무원 뒷편 궁벽진 곳으로 옮겨진 부처님 진신사리탑(1930년 조성).
조계사 대웅전 앞 마당에 봉안되다가 새 탑이 조성되면서 총무원 뒷편 궁벽진 곳으로 옮겨진 부처님 진신사리탑(1930년 조성).

설조 스님은 단식을 하는 동안 포행하다가 조계사 앞 사리탑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에 옮겨진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이 탑을 옮긴 사람은 ‘외도’에서 선암사를 거쳐 조계종 승려가 된 세민 스님이며, 부처님 사리탑을 궁벽진 곳에 방치하듯 옮기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저 생활을 유지하는 도구에 불과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설조 스님이 말한 조계사 부처님 사리탑은 1913년 8월 스리랑카의 다르마 팔라(1864-1933) 스님이 미국을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우리나라에 들려 강연하고 떠나면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조선불교에 기증했다. 당시 조선불교계는 각황사에서 이 사리를 참배하는 행사를 가졌고, 1930년 10월 원주(院主) 이윤근 씨를 비롯한 여러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조성사리탑을 조성해 사리를 봉안했다. 2009년 9월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현 원로의장) 당시 이 사리탑은 댇웅전 앞 마당에서 총무원 건물 뒤편의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문 곳으로 이전댔다. 당시 세민 스님 명의로 새겨진 사리탑 이운 이력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30년 경호 스님의 주선으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일식으로 조성했던 것으로 2009년 8각 10층 세존진신사리탑을 세우며 이곳으로 옮겨왔다. 권상로 스님이 짓고 김돈희 선생이 쓴 석가세존진신사리탑비명이 새겨진 비석 또한 이 탑 서쪽으로 이전“했다.

설조 스님은 “승속의 용심이 유사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설조 스님은 “내가 단식한 우정공원 옆에도 참담한 현상이 있다”며 대한제국의 패망을 목전에 두고 충정공 민영환 선생이 자결했다. 그분의 동상은 생가(현 조계사 자리)에 모시지 못하고 안국동로터리에 모셨다가 도로가 확장되면서 돈화문 앞으로 이전됐다가 다시 우정공원의 한 귀퉁이로 옮겨졌다“고 했다.

이어 “조계사가 충정공의 생가를 살 수 있었다면 국가 역시 생가를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웅전 앞에 잇어야 할 사리탑이 궁벽진 곳에 모신 중들이나 충정공의 동상을 공원 귀퉁이에 모신 속세의 마음이 어찌나 똑같은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설조 스님은 “나라에 원호처 광복회가 있고 애국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단에는 종정과 원로 스님, 방장 조실 대강백 율사 스님들이 계신데도 사리탑이 이 모양이 된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탈종까지 하며 쌍둥이 아빠 주지와 돈선거를 막으려던 송담 스님의 간절한 말씀을 어긴 것은 용주사 대중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외면한 것”이라고 했다.

안국동로터리에 있다가 도로 확장을 명분으로 돈화문 앞으로 이전됐다가 이명박 서울시장 때 우정공원 귀퉁이로 옮겨진 충정공 민영환 선생 동상.
안국동로터리에 있다가 도로 확장을 명분으로 돈화문 앞으로 이전됐다가 이명박 서울시장 때 우정공원 귀퉁이로 옮겨진 충정공 민영환 선생 동상.

충정공 민영환 선생의 동상은 조계사 옆 우정공원 한 귀퉁이에 세워져 있다. 계정 민영환(桂庭 閔泳煥·1861~1905)은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고발하기 위해 자결했다. 시호는 충정공이다. 원래 충정공의 동상은 세종로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처럼 1957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 한복판에 세워졌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젊은 시절 감옥에 갇혔을 때 자신을 빼내 미국으로 보내준 은인인 민영환 선생을 추모해 안국동로터리에 동상을 세웠다. 당시 충무공의 생가 터가 현 조계사이다. 그러다 박정희 정권 시절 야당인 신민당 당사가 안국동에 들어서면서 반정부 시위대 거점 역할을 하자 1970년 정부가 도로 확충을 명분 삼아 창덕궁 돈화문 앞으로 동상을 쫓아냈다. 충무공의 동상이 궁궐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2003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아무도 찾지 않는 우정공원 한 귀퉁이로 동상을 이전했다.

설조 스님은 조계사 부처님 진신사리탑과 민영환 선생의 동상을 모신 태도를 설명하고, “나옹 스님 말씀처럼 지혜와 자리를 행해 그 영향이 가족과 마을사람에게 퍼지면 나라는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고, 세계는 평화로워 지며, 교단도 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조 스님의 정정법회는 매월 첫째 셋째주 토요일 오전 11시 서울 안국동 정정법회 법당에서 열린다. 또 격주 금요일 저녁 7시에는 명사초청 강연이 진행된다. 오는 30일 오후 7시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을 강사로 첫 명사초청 강연이 열린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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