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문관: 가섭찰간(迦葉刹竿)
신무문관: 가섭찰간(迦葉刹竿)
  • 박영재 교수
  • 승인 2018.11.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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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36.

* 성찰배경: 금란가사(金襴袈裟)는 석가세존 생전에 이모였던 마가파도파제 부인이 세존께 금실로 수놓은 가사를 한 벌 지어 올린 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후 선종(禪宗)에서는 세존께서 가섭 존자에게 이 금란가사를 전법의 신표(信標)로 전해준 것으로 여겨 금란가사(중국에서는 조사의 의발衣鉢)를 전해 받은 분들을 선종의 조사(祖師)로 숭앙(崇仰)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지혜롭지 못한 불제자(佛弟子)들이 겉모습만 취해 자신들의 스승들께 금란가사를 지어드리며 검소하고 청정해야할 수행자의 정신을 망각하게 하는 불충(不忠)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이 주제는 비단 출가(出家)의 세계뿐만이 아니라 금란가사에 견줄 수 있는 명품을 포함해 겉껍데기 과시하기에 중독(中毒)된 재가(在家)의 세계에서도 깊이 성찰해야 할 주제라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금란가사와 관계된 ‘가섭찰간(迦葉刹竿)’(<무문관> 제22칙) 공안을 제창하고자 합니다.

본칙(本則): 아난이 가섭 존자께 “세존께서 금란가사 외에 또 어떤 것을 전하셨습니까?”라고 묻자 가섭 존자께서 “아난아!”하고 부르셨다. 아난이 “네” 하고 응답하자 가섭 존자께서 “(법문이 끝났으니) 문 앞의 찰간을 내리거라!”라고 하셨다.

평창(評唱): 만약 이에 대해 제대로 한 마디 이를 수 있다면 영산회상(靈山會上)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음을 알리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대들이) 비록 과거 비바시불(毘婆尸佛) 때부터 일찍이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직 깨침의 묘법(妙法)을 터득하지 못한 것과 같느니라.

송頌: 게송으로 가로되, 물음보다 응답이 친절한가 어떤가? (그런데 이 화두를) 그 얼마나 많은 수행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참구했던가! 형이 부르고 동생이 대답하여 만천하에 그 가풍을 몽땅 드러내니, (이것이야 말로) 음양에도 속하지 않는 별세계의 봄이로구나. [문처하여답처친問處何如答處親 기인어차안생근幾人於此眼生筋 형호제응양가추兄呼弟應揚家醜 불속음양별시춘不屬陰陽別是春]

군더더기: 무문혜개 선사께서 붙인 위의 게송(偈頌) 가운데 ‘가추(家醜)’는 본래 남에게 알리기 부끄러운 집안일이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선가(禪家)의 진수(眞髓)’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아난이 가섭 존자의 뜻을 인득했든지 안 했든지에 관계없이 형이 부르고 아우가 응답하는 가운데 음양(陰陽), 즉 이원적인 분별심이 완전히 끊어진 선의 진수를 몽땅 드러내고 있어 이 문답이야말로 백화가 만발한 봄소식이라는 것을 무문 선사께서 후학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덧붙인 것입니다.

참고로 이 화두에 등장하는 가섭 존자는 세존의 십대제자 가운데 두타제일(頭陀第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영산회상에서 세존의 법을 처음으로 이어받은 분입니다. 한편 선종사(禪宗史)에 따르면 아난 역시 십대제자 가운데 한 분이며 다문제일(多聞第一), 즉 세존의 설법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세존 생전에는 깨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세존 입멸 후 남기신 유교(遺敎)를 결집할 때 처음에는 참가하지 못하다, 나중에 가섭 존자에게 깨달음을 인가(印可)받고 참가하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배경 때문에 이 화두에 대해서 부차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선사들 사이에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이 문답을 주고받고 있는 당시 과연 아난이 이미 깨쳐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선 <무문관>의 다른 칙의 본칙에서는 문답을 통해 제자가 깨닫게 되었을 경우에는 무문 선사께서 ‘유성(有省)’이나 ‘영오(領悟)’ 또는 ‘대오(大悟)’라는 표현을 덧붙여 ‘이때 깨쳤다.’라고 제창하고 있으나 이 본칙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 대신 ‘문 앞의 깃대를 내려놓아라!’라는 가섭 존자의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선사들 사이에 아난이 이미 깨쳤다느니 아직 깨치지 못했다느니 서로 견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예전에는 스님들이 설법을 할 때 깃대(刹竿)를 절 앞에 세워놓았다가 설법을 마치면 내려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필자는 비록 아난이 아직 미숙해 단지 전법(傳法)의 표증일 뿐인 금란가사에 대한 집착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또 따로 전한 것이 없는지 마음속으로 궁금해 하며 묻고 있는 견해를 더 선호하고 있지만, 사실 ‘아난이 깨쳤는가? 아직 깨치지 못했는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아난이 깨치고 안 깨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이 문제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비단 금란가사에 한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들은 무수히 많은 집착을 하며 살고 있다. 황금, 권력, 명예를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생들의 마음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자! 여러분, 어떻게 하면 금란가사도 내던져버리고 일체의 집착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심경양망(心境兩忘)

한편 서산대사께서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의 제창을 통해 외적(外的)인 금란가사 외에 내적(內的)으로 따로 전한 것은 없는지 궁금해 하는 그 마음까지도 철저히 놓아버리라고 불제자들을 다그치고 계십니다. 

“범부는 눈앞의 바깥 경계를 취해 집착(執着)하고 수도인(修道人)은 마음을 취해 집착한다. 그러나 마음과 바깥 경계, 이들 모두를 함께 잊어야만 참된 법이니라. [凡夫取境 道人取心. 心境兩忘 乃是眞法.]” 이어서 친절하게 다음과 같이 주해(註解)를 달아 더욱 명료하게 제창하고 계십니다.

“눈앞의 바깥 경계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사슴이 아지랑이[空花]를 물로 착각해 쫓는 것과 같고, 마음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원숭이가 물에 잠긴 달을 건져 올리려는 것과 같다. 그러나 바깥 경계와 마음이 비록 다르다고는 하나 각각 그것들을 취해 집착하는 병(病)이기는 마찬가지[一般]이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범부(凡夫)와 이승(二乘, 즉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의 병폐(病弊)를 함께 거론(擧論)한 것이니라.”

수행의 깊이

그러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비록 한평생 금란가사를 걸치지 않더라도 ‘심경양망(心境兩忘)’의 경지를 체득한 스승님들의 수행의 깊이를 어떻게 엿볼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제자들이 자기 스승님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띄우려고 하지 않더라도 스승님께서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삶을 살고 있는가를 통해, 심지어 수행과는 거리가 먼 일반인들까지도 손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만일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님을 진정으로 드러내고자 한다면, 제자 자신들이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수행을 이어가며 변화된 본인 자신의 이타적(利他的)인 삶의 모습을 이웃 분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겁니다.

끝으로 금란가사에 관하여 물리학 전공자이기도 한 필자의 솔직한 견해를 나누고자 합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금란가사 역시 누더기 옷과 똑같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사대(四大: 90여 종의 원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 보통 사람들의 허망한 눈이 법신(法身)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하나는 누더기로 하나는 금란가사로 볼뿐입니다. 그런데 비단 금란가사에 한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들은 무수히 많은 집착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좋은 외모뿐만 아니라 황금, 권력, 명예를 갖기 위해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거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생들의 마음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따라서 재가와 출가 모두 세존께서 일생을 통해 드러내 보이신 ‘통보불이(洞布不二)’의 삶, 즉 각자 통찰(洞察) 체험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보다 철저히 서로 나누며 살아가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 자기의 일상(日常)을 순간순간 돌아보며 허망한 겉껍데기들에만 집착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없는지 깊이 점검하는 일이 급선무(急先務)라 사려(思慮)되며, 이럴 경우 따로 누구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마음공부는 저절로 향상(向上)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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