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채소인 비트(beetroot)는 혈관을 확장하고 혈전을 녹여주는 베타인 성분이 풍부하여 고혈압 증상을 완화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천연 혈압약’이다.
실제로 영국 퀸메리 런던대학 혈관약리학과 연구팀은 매일 비트주스를 한 잔씩 마시는 것만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고혈압저널(Journal of Hypertension)’을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수축기 혈압이 140~159mmHg인 고혈압 환자들을 둘로 나눈 뒤, 한 그룹에만 매일 비트즙을 복용케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비트즙을 꾸준히 섭취한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혈압이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그 효과는 24시간 넘게 지속됐다.
이처럼 고혈압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비트는 식감이 아삭하고 단맛이 있어 생채나 샐러드, 장아찌 등으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인기 있는 것은 비트주스, 비트즙, 비트차 등의 건강식품이다. 특히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비트즙은 비트 먹는 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시판 비트즙, 비트쥬스 등을 구입해 먹을 땐 제조방식을 반드시 체크해봐야 한다. 레드비트주스는 어떤 제조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완제품의 영양소 함량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를 뜨거운 물에 넣고 끓이는 ‘열수 추출’ 방식의 비트즙은 열에 약한 비트 영양소들이 다량 파괴되면서 비트의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수용성 비타민(L-아스코르브산)과 지용성 비타민(트랜스-레티놀 아세테이트)은 고온에서 단 15분만 가열해도 최대 100% 파괴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열에 약한 비트의 영양성분을 온전히 보존하려면 제조과정이 50℃ 이하의 저온을 유지하는 ‘저온추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저온추출 방식은 열에 의한 영양소 파괴가 발생하지 않아 비트의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아울러 비트 영양분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발효방식을 적용한 것이 좋다. 채소나 과일 같은 식물성 영양소는 단단한 세포벽 안에 갇혀 있는데, 인체에는 이러한 식물 세포벽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세포벽 안에 있는 영양분은 소화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발효를 거치면 단단한 식물성 세포벽이 끊어지면서 그 안에 갇혀 있었던 영양물질이 위산과 소화액에 쉽게 분해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된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모든 고분자 물질이 소화 흡수가 빠른 저분자 구조로 전환되어 전체 영양소의 흡수율 또한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발효 비트즙은 보다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한 탓에 시도하는 브랜드가 많지 않다. 현재로는 ‘더작’ 등 일부 건강식품 브랜드만이 특허 효소를 이용한 발효 비트즙을 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