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스님 내세워 여성 불자와 다투는 포교원
비구니 스님 내세워 여성 불자와 다투는 포교원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03.0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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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비구니 스님을 불교여성개발원 직무대행 임명”
▲ 조계종 포교원의 압력에 반발해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공지한 불교여성개발원 홈페이지.

한국불교 여성 불자들의 구심점인 불교여성개발원에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홍)이 비구니 스님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합법적으로 선출한 새 원장을 인정하지 않아 온 포교원이 비구니 스님을 내세워 여성 불자들을 압박하고 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분위기다. 총무원 호법부 첫 비구니 상임감찰이었던 정현 스님을 포교원이 직무대행으로 임명한 것은 조직안정화 보다는 불교여성개발원에 강한 압박과 조직 장악 의도가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직안정화 보다 조직 장악 의도 있는 듯

2월 27일 직무대행으로 임명된 정현 스님(서울 법룡사 주지)은 임명장을 받은 후 불교여성개발원에 나타나 업무보고를 핑계로 원장 직인과 통장 등을 내보이라는 등의 위압적 태도를 보여 실무자들이 황망한 상황에 내몰리고 부도덕한 종단 권력의 잔혹함에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우바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여성 불자들과 교계시민사회에 파다하다.

조계종 포교원은 지난해 11월 20일 불교여성개발원 10대 원장이자 (사)지혜로운 이사장에 선출된 김외숙 교수(한국방송통신대 생활과학과)의 취임식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허했다. 심지어 김외숙 (사)지혜로운 여성 신임 이사장 취임식을 불교여성개발원이 강행하자 조계종 건물 대관 금지, 차량 대여 금지, 특별 감사 등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실력행사에 나섰고, 이에 맞서 불교여성개발원 측은 자체 강의실에서 취임식을 강행했다.

박홍우 불광법회장과 부부관계여서 인정 못 해

그러자 포교원은 불교여성개발원의 장부를 강압적으로 수거해 특별감사를 실시해 불교여성광장 건립기금과 조계종 총본산성역화불사 지정기탁금 등이 지혜로운 여성 통장으로 부당 전출했다면서 마치 예산 집행과 재정 운영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압박하기 시작했다. 포교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약 7억 8356만원이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사단법인 지혜로운 여성 계좌로 이사회 승인 없이 불법 전출”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2월 10~11일 열린 포교원 산하단체 워크숍에서 불교여성개발원에는 참석요청을 하지 않은 채 ‘불교여성개발원 및 (사)지혜로운여성 관련 현안’이 보고 됐다. 또 불교여성개발원의 운영과 관련한 포교원의 일방적인 내용이 교계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포교원이 불교여성개발원 측이 김외숙 교수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김외숙 원장이 박홍우 불광사 불광법회장(신도회장)과 부부관계라는 점과 김외숙 교수가 지난해 불교개혁행동이 주도한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에 참석해 ‘지홍 퇴진’을 외쳤다는 것이다. 이에 조계종은 김외숙 교수를 반종단적 불법집회 참가자로 낙인찍고 있다. 일련의 상황은 지홍 포교원장이 불광사 회주 시절 드러난 여성종무원과 주고받은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와 불광유치원 급여를 부당 수급해 횡령 혐의로 고발된 건과 무관치 않다. 불교여성개발원 역시 포교원의 일련의 조치는 지홍 포교원장이 박홍우 법회장과 부부관계인 김외숙 교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빚어진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교여성개발원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포교원의 ‘불교여성개발원 및 (사)지혜로운여성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임명의 쟁점과 해결책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임명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며▷비구니스님을 원장직무대행으로 임명한 포교원에 대한 항의서 ▷3.6 포교원 기자회견(비구니 정현스님)에 대한 불교여성개발원 반박문 등을 공지하면서 원만한 문제 해결을 기다려 왔다.

원장은 ‘신도증 소지자’…비구니 스님이 재가자인가

여기에 포교원은 지난 2월 25일 비구니 종회의원 당선인이자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감원(주지)인 정현 스님을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재가여성 불자들의 산실인 불교여성개발원의 원장 직에 비구니 스님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여성인 비구니 스님을 재가여성 불자들과 맞상대하도록 내세운 것이다.

나아가 정현 스님은 재가여성 불자들의 반발에도 3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원장 직무대행 임명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마치 불교여성개발원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는 지홍 포교원장에게서 비롯됐음에도 재가여성 불자들의 단체에 문제가 많아 정상화해야 한다고 호도하고 있다.

정현 스님 “예산집행·재정운영에 심각한 문제” 주장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에 따르면 정현 스님은 6일 ‘불교여성개발원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 이름으로 나서 “포교원은 2017년부터 불교여성개발원 연간사업계획과 대외 중요사업진행을 협의와 논의 과정을 통해 추진할 것을 실무책임자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이런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2017년과 2018년 시행한 포교원 행정지도에서 운영전반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지만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포교원이 주장해 온 것과 다르지 않은 “불교여성개발원과 부설법인인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에 대한 감사를 공인회계사에게 의뢰한 결과 예산집행과 재정운영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현 스님은 “금융거래 내역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불교여성개발원은 이사회 미승인 상태에서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으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약 7억 8356만원을 전출했다”며 “이 기간 중 아직 미제출한 계좌와 2011년 이전 계좌 거래내역 등을 조사하면 전출 자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지홍 포교원장에게 불교여성개발원 임명장을 받은 정현 스님.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의 정현 스님 기자회견 기사 일부 갈무리.

“이사회 승인 없이 막대한 금원 불법전출” 주장도

그러면서 “불교여성개발원은 지혜로운여성의 회계와 자금, 통장을 구분해 관리하면서 여성개발원 이사회 승인 없이 막대한 금원을 불법 전출했고, 지금까지 지원금 전출에 대한 이사회 회의록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심각한 사안임으로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현 스님은 “광장 건립은 불교여성개발원 목적 사업이며, 불교여성광장추진위원회는 이사장(포교원장 당연직)의 직속위원회”라며 “그러나 불교여성광장 건립 모연이나 특별행사 수익금을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으로 부당 전출해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불교여성개발원 계좌로 광장 후원금이 입금되면 가수금 회계처리로 지혜로운여성 계좌에 이체됐다.”며 “이렇듯 부당하게 전출된 건립기금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1억3787만7795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조계종총본산성역화불사 동참금 등 지정기탁금조차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으로 불법 전출됐다.”고 주장했다.

또 들고 나온 ‘탈종단화·반종단적 집회’…재갈 물리는 포교원

그러면서 정현 스님은 “불교여성개발원의 탈종단화를 좌시하게 않겠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등의 강경 주장을 내뱉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탈조계종을 논의한 바 없다. 그럼에도 ‘탈종단화’를 운운하는 것은 조계종 중심사고에 조계종에 소속되지 않으면 불법단체인양 취급하는 것이다.

정현스님은 “종단이 설립한 포교단체이기 때문에 매년 종단 예산으로 보조금이 편성되고, 각종 지원과 후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운영 자율성을 이유로 적법한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본인(김외숙 교수)이 직무대행이라 주장하는 것은 묵인할 수 없다. 단체운영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나 이는 행정과정의 공정성과 재정운영의 투명성이 우선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현 스님의 이 같은 기자회견에 불교여성개발원은 즉각 반박문을 내고 반발했다.

“원장 공백상태 야기한 포교원이 비구니 스님 내세워 호도”

불교여성개발원은 7일 오전 ‘정현스님의 2019. 3. 6.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 제하의 반박문을 통해 “회원들이 추천한 원장후보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승인하지 않은 채 2달 이상 원장 공백상태를 야기 시켰던 포교원장 지홍 스님이 비구니 스님을 내세워 건전하게 활동해온 불교여성개발원에 마치 큰 재정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정현스님은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직무대행 자격이 없다.”면서 “포교원장은 직무대행자를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또 개발원 측은 김외숙 교수가 현 불교여성개발원의 직무대행자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작년 10월 30일 임시이사회에서 불교여성개발원 원장후보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직 이사장인 포교원장이 승인을 하지 않아 전임원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적법하게 김외숙 교수를 원장직무대리로 지정해 두었으며, 포교원장은 직무대행자를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현 스님 직대 자격 없어…권한 없는 자가 무자격자 임명”

불교여성개발원은 법적 자문을 토대로 “단체의 당연직 이사장이 포교원장이지만 원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직무대행자를 임명할 권한이 없고, 비구니 스님이 직무대행자를 맡을 자격이 없다.”다고 했다.

또 “이사장(포교원장)이 비구니 스님을 원장 직무대행자로 임명한 것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무자격자를 임명한 것이어서 위법하여 무효”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임 원장이 임기를 마칠 무렵 수석부원장 김외숙을 원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한 것은 적법하다”고 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포교원과 정현 스님이 주장한 재정 운용과 관련해 (사)지혜로운여성 사이에 부당한 재정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포교원장이 주재한 이사회서 예·결산 승인”

단체는 “2000년 설립된 불교여성개발원은 2007년 (사)지혜로운여성을 설립해 대표가 겸직하면서 재정적으로도 건전하게 활동해 왔다.”며 “불교여성개발원은 정관에 부속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매년 당연직 이사장인 포교원장이 주재한 이사회에서 예산 및 결산을 승인해 왔고 포교원에서도 매년 산하단체를 지도점검하며 적정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고 했다.

또 불교여성광장 기금과 관련해 “후원회를 할 때부터 특수목적기금으로 (사)지혜로운여성 명의로 적립해 왔고 이제까지 1원 한 푼 유용하지 않고 안전하게 적립되어 있다.”면서 “임의기구인 불교여성개발원보다 사단법인인 지혜로운여성의 통장을 사용한 것은 기금의 안전성과 후원자의 세금 혜택 면에서 유리해서 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불교여성개발원은 비영리 민간단체로 임의단체에 불과하고 지혜로운 여성은 법인격을 가진 사단법인체이다.

“성역화 불사 지정기탁금 500만 원단위로 종단에 전달”

조계종총본산성역화불사 지정기탁금에 대해 단체는 “특정목적기금으로 정확하게 적립하여 500만원 단위로 조계종에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불교여성개발원은 “개발원과 (사)지혜로운여성은 대표가 겸직할 뿐만 아니라 회원도 거의 동일하며 직원, 공간 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이 통합 운영된 부분이 있고, 이런 점을 고려해 불교여성개발원과 (사)지혜로운여성 두 이사회에서 각각 통합된 재정을 심의하고 승인해 왔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 같은 운영에 대해 당연직 이사장인 포교원장은 문제를 삼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불교여성개발원은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부처님 법에 따라 세상의 빛이 되고자 노력해 온 재가불자여성단체 회원들의 뜻을 무시하며 장기간 원장 공백 상태를 야기 시키고 비구니스님을 내세워 이제까지 건전하게 운영되어 온 불교여성개발원의 재정을 문제 삼으며 마치 큰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외숙 원장 직무대행 곧 입장 밝힐 것”…지홍 원장 기소 여부 곧 결정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여성개발원과 (사)지혜로운여성은 청정승가를 외호하고 불법을 수호하여 부처님의 법이 세세생생 이어지도록 지극한 마음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여성개발원 관계자는 “2월 이사회 개최를 공문으로 거듭 요청해 왔는데, 답변이 없다가 비구니 스님을 일방적으로 임명해 보내왔다.”며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은 ‘신도증 소지자’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비구니 스님 직무대행은 무자격자일 뿐이다. 곧 김외숙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직무대행이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의 일련의 갈등은 지홍 포교원장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서울 동부지검은 지홍 포교원장을 유치원 급여 부정 수급 등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으며, 이달 중에 기소 여부 등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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