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환경보다 먼저 해야 할 "생명 살리기"
불교, 환경보다 먼저 해야 할 "생명 살리기"
  • 성법 스님
  • 승인 2009.06.29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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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법 스님] "인간으로 살 최소한의 권리 회복 나서야"
정치적 영향을 받는 시민단체와 달리, 종교단체인 불교계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일관성 있게 하는 분야가 환경문제입니다.

천성산 지킴이로 지율 스님이 보여준 모습은 결과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개인의 신념이 이렇게 강하게 표현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환경문제의 최대의 현안은 4대강 사업입니다. 경인운하나 4대강사업이 대 운하를 염두에둔 사전 작업이라든가, 4대강사업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논쟁은 나의 주관심사는 아닙니다. 더욱 그와 같이 방대하고 범국가적 사업의 타당성을 출가자 중 한 명인 내가 감히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조차가 토목과 환경전문가를 무시하는 일이 됩니다.

이 일에 앞장서는 분은 수경 스님입니다. 지난번 촛불집회에 이어 시청 앞 광장에서 수많은 스님과 신도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현 정부의 종교편향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불교 대표로서의 수경 스님의 낭독문을 듣고, 참 글을 잘 쓰시는 분이고 본받을 만 한 스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국가 단위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과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자유-인권-환경 이것이 전형적 패턴입니다. 이것은 국민의 정치적 경제적 수준의 도달에 따라 그 취미와 기호가 바뀌는 '틀'과 같은 문화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위스키 중심의 양주에서 와인으로 술 문화가 변한다든가, 골프가 특권층의 운동이 아니라 대중화한다든가, 클래식 등 오페라 공연이 일반화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거의 통계와 지표를 기준삼아 환산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국가나 인종의 차이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불교계에서도 환경에 발언권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편, 자유와 인권은 개인의 절대적 가치라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만, 환경은 상대적이고 개인의 이익이 직결돼 있어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순전히 경제성만 놓고 따진다면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때문에 입은 경제적 피해가 천문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 판단의 근거를 달리하는 것이 결국 환경운동의 명분이기도 합니다. 습지 자체의 경제적 가치와 그곳을 고속도로로 통과시켰을 때의 경제적 가치를 비교하듯이 말입니다.

어쨌든 환경운동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불교계의 중생을 위한 동사섭(同事攝)으로서의 지금과 같은 환경운동에는 이의를 제기할 점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우선 환경운동가들은 정치적 성향을 앞세우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랑스런 수경 스님이, 나라면 엄두도 못 낼 국토 종단 3보 1배는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은 환경 운동의 구호 끝에 '현 정권은 독재에 가깝다'라는 정치적 구호를 넣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환경 운동은 본질적으로 개발을 집행하는 정부나 기업측과 대립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능히 감싸줄 수 있지만, 환경의 범주를 벗어나는 지극히 정치적 사안에 대한 '단언적' 공개 발언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조금 더 출가자다운 세련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창피한 말이지만 불교 자체 내의 환경파괴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는 것도 모순입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렵기에 일 예를 들겠습니다. 강화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 도량입니다. 자연석에 부조된 관세음보살상 앞에 이르면 서해가 한 눈에 들어 옵니다. 그런데 이 관세음보살상은 대웅전보다 꽤 높은 곳에 있습니다. 마치 대구 선본사 '갓바위' 약사불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관세음보살상에 이르는 길이 대리석인지 화강암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반 빌딩의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해놨다는 것입니다. 자연석으로 축대를 쌓듯 주변의 경관과 어울리도록 계단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상식인데 왜 그렇게 했는지 '울화'가 치민 경험이 있습니다. 더욱 보문사의 계단은 눈이 조금이라도 오면 미끄러져 낙상할 만큼 맨질맨질 하였고, 중간에는 시주자가 누구인지를 아주 어색할 정도로 크게 '공고'해 놨었습니다.

결국 사찰은 합법적으로 누구의 반대도 없이 불사라는 명목으로 사찰 주변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불교계의 환경 운동하는 스님들조차 이를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전향적인 '생명 살리기' 운동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환경 운동은 그 시작과 끝이 생명 살리기에 있습니다. 환경이 망가지면 결국 그 과보로 인간에게 피해가 온다는 말을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은 결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아마 그 반대로 환경에 대한 보존의 타당성이 점점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불교는 이제부터 생명 살리기의 '생명'을, 같이 사는 인간에게 우선권을 주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자연을 파괴해 아파트에 살 우선권을 주자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룡뇽 살리고, 개구리 살리는 데 쏟을 힘을 자력 생존이 불가능한 '중생'들에게 쏟고, 환경 운동은 남는 힘 가지고 하자는 말입니다. 동물이 인간보다 더 자비를 받아야 할 우선 대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이엠에프와 작년부터의 경제난으로 국민의 일부 계층은 하루의 생존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슬픔으로 암울한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습니다. 더욱 이런 사람들은 늘어가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빈곤층 통계에도 잡히질 않습니다. 대학병원에는 암등 치료가 계속되지 않으면 죽음이 뻔한데도, 치료비는커녕 하루 하루 연명할 기초적 생활비조차 없어 망연자실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이게 어찌 병든 사람만의 일이겠습니까? 곳곳에 '생명 보존'의 자립이 안 되는 우리 이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들을 돌본 후에 환경도 돌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재보기에는 사안이 의식주 걱정 안하는 스님들의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제안하건데, 우선 각 본사에서만이라도 사찰에 등록된 신도가 기초 생활의 능력이 안 되는사람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당장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 성법 스님(용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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