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_국민 무시한 쿠데타"
"미디어법_국민 무시한 쿠데타"
  • 김재일
  • 승인 2009.07.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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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일(사단법인 보리방송모니터회 이사장, 불교방송 위원, 불교TV 위원)

■ 미디어법의 주요 내용

  ‘미디어법’이라는 용어는 편의상 불려진 말일 뿐, 법 조항에 따로 명시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다. 신문법,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률들을 통틀어서 부르는 명칭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법 개정안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것은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신문과 통신사의 상호겸영 금지조항 폐지,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진입 허용, 외국자본의 방송진입 허용, 대기업의 위성방송 소유제한 폐지 등이다.

  특히 화두가 되고 있는 쟁점은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이나 통신사를 겸영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현행 신문법을 폐지하여 참여토록 한다는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에 깊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 정치적 측면

  우리나라 정치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우리나라 대규모 언론사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대표적인 보수언론들이다. 대기업들도 거의 보수 성향을 지닌 그룹들이다.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도 보수 정당이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보수언론사와 대기업들이 영향력 높은 방송사를 갖게 되면 우리 사회의 언론적 균형이 깨어진다. 진보그룹에 속하는 신문사들이나 소기업들은 재정이 열악하여 방송시장에 뛰어들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한나라당이 신문사나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지분을 20%로 제한했다지만, 이는 방송에 참여한 모든 신문사나 기업들을 합한 비율이 아니라 1개 자본의 보유한도이기 때문에 보수그룹 3개가 20%씩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결국 보수그룹 지분은 60%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정치적 보수그룹들이 미디어법 개정으로 방송의 편집권과 독립성을 장악할 경우 보도 시사프로그램들이 보수 편향적으로 흘러서 사회의 균형을 깨뜨릴 우려가 높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한 후 언론이 정치계에 종속되어 정부에 의한 여론 왜곡,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한 나라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보수언론만 성장하면 우리 사회의 정치적 균형이 깨어져 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미디어법 개정은 결국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보수 그룹들의 정치적 계략이다.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큰 신문사나 대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분야는 YTN 같은 보도전문 채널이나 TV 3사와 같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이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자명하다. 정치와 언론의 유착은 정치경제의 유착보다 그 해악과 폐해가 더 심각하다.

  신문방송 겸영과 교차소유 허용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지만, 나라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일본 등 신문방송 겸영을 규제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법적 장치를 두고 독과점을 막고 있다.

■ 언론산업 측면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은 결국 방송산업의 무한경쟁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두 가지 현상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새 방송사의 등장이요, 다른 하나는 기존 방송의 인수합병 형태이다. 어떤 경우이든 언론기업의 공룡화가 이루어져서 독과점 구조를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언론세상이 되어 소형 채널들이 설 자리가 없어져 언론산업의 다양성과 다층구조는 이루기가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 방송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국제경쟁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외국자본의 국내 방송시장 참여로 국내시장이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고, 이익이 있다고 해도 외국으로 빠져나갈 공산이 100%이다. 자본 유입만으로는 국제경쟁력이 향상된다는 보장도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한미 FTA는 미국자본에 대한 국내시장을 완전개방이 아니다. 이를 빌미로 개정을 서두르는 것은 왜곡이다. 우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미디어환경의 변화로 활자매체인 신문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대규모 신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방송겸영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신문사를 구하겠다는 것은 언론논리가 아니라 산업논리이다. 신문과 방송 시장의 균형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어려운 신문사를 구하려면 오히려 작은 신문사부터 방송겸영을 허가해야 할 것이다.

■ 경제적인 면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인한 방송시장의 변화는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구조조정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새로운 방송사를 만들기보다 기존 방송사의 운영에 참여하거나 인수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인수 합병 등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방송시장 규모나 인원감축이 예상된다. 텍사스 주립대학의 최진봉 교수도 최근 미국의 사례를 들어서 오히려 일자리를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벌들의 방송산업 진출과 신문의 방송 겸영이 현실화되면 방송사업 관련 일자리가 2만여 개나 생긴다는 정부측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는 과장이다. 초기에는 약간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지만, 한나라당이 추정하는 숫자의 10% 정도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 방송의 질

  큰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산업 진출이 새로운 방송사 설립으로 이루어질 경우는 방송사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상품(프로그램)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전체의 방송질은 현재보다 평가절하될 것이다.

  큰 신문사와 대기업이 새 방송사 설립을 미루고 기존 방송사를 인수 합병하는 형태라면 상품(프로그램)의 변형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경우에도 방송 내용이 상업대중화, 보수화로 선회될 것이 자명하다.

  위의 두 가지, 어떤 경우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시 독과점 형태로 나아갈 것이다. 다양성이 절적향상과 항상 함수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도 우리 방송은 시장논리에 발목이 묶여 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시청율이 낮으면 광고가 붙지 않기 때문에 꽝이다. 대기업의 방송산업 진출로 새로운 방송사가 만들어지면 무한경쟁이 벌어져서 시청율지상주의가 더욱 심화되어 상품(프로그램)의 질이 급락할 우려가 높다. 대기업이 기존 방송사 운영에 참여하거나 인수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생명줄로 삼기 때문에 시청율이 높은 막가파 프로그램을 양산해 낼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 미디어법 개정과 종교편향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방송시장이 무한경쟁 체재에 들면 기독교 등 이웃종교에 비해 불교에 불리한 형국이 조성될 수 있다. 개신교는 불교보다 방송참여 역사가 월등히 깊고 노하우가 많고 언론 집약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가톨릭 역시 이 땅에 맨먼저 미디어교육과 수용자운동을 전개해 왔다. 이에 비해 불교는 언론 역사도 짧고 마인드도 크게 뒤떨어진다.

  그러나,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무궁무진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잘만 대응하면 매우 희망적인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결국은 인재 불사가 관건이다. 아무리 우수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어도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쓸 데가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보리방송모니터회가 종단에 언론종합대책기구나 미디어센터 등을 세워서 새로운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응하라고 주문해왔지만, 아직 움직임이 없다. 총무원은 미디어위원회를 실전 중심으로 개편하여 활성화시키고, 종회를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미디어종책 등을 개발해야 한다.

■ 미디어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불자의 자세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맞고 있다. 미디어환경의 발빠른 변화에 맞추어 미디어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형평성과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고, 국민적 합의가 전재되지 않은 미디어법 개정은 개악이다.

  여러 곳에서 조사한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현재 언론 종사자의 80% 이상이, 언론 관련 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도 70% 이상이, 전국민 65% 이상이 미이어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은 결국 소수 이익집단들의 쿠데타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법 개정안은 결국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이에 민주당과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사들이 재투표와 대리투표와 표결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원천무효화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적법성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불자들이라도 개개인의 이해 관계에 따라 미디어법을 보는 입장들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나라와 불교 전체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국민적 합의에 따라 현행 미디어 관련법을 다시 손질하여 다시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번에 불법으로 통과된 미디어법을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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