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연출 이광영/ 극본 김아정/ 제작 비욘드 제이)가 호평 속에 출발했다.
로맨스 코미디의 흥행 성공은 ‘재벌남-서민녀’라는 드라마적 판타지를 얼마만큼 시청자들에게 현실감있게 납득시키느냐가 관건일 터. 지난 주 첫 방송한 SBS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는 김아정 작가가 세밀하게 변주한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발랄한 연기로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김영광(도민익 역), 입체적 캐릭터의 세밀한 감정 묘사에 화제
로코의 남주가 늘 그렇듯, 도민익 역시도 알고 보면 트라우마 덩어리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정애리(심해라 역)는 냉담하고, 외삼촌 김민상(심해용 역)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며 대놓고 자리를 넘본다. 최고 절친 구자성(기대주 역)은 그를 죽이려 했던 살인 교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정규직 전환까지 고려했던 첫 비서 이후 후임은 무조건 1년 단기 파견직만 채용한다.
밖에서 낳아온 아들로 재벌가에 들어온 도민익은 7살 때 한 '선천성 거대 뇌동맥류' 수술로 34세가 되도록 운동회 한번 못가봤다. 그런데 이번엔 '안면실인증'이란다.
얼굴 한번 보면 평생을 기억하고 표정 한번 보면 속까지 스캔하는 독심술사로 불리던 그는, 이제 정갈희 외엔 의지할 곳이 없어 보인다. 이 까칠한 완벽남의 정착지는 결국, 홀로 떨어진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굳세게 지켜줄 엄마같은 여자일까?
김영광은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가 가진 세밀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하게, 사내 정치에는 능글능글하게, 재벌가 눈치밥 먹고 산 27년의 세월만큼 '잘난 맛'을 능숙하게 표현한다. 가슴 속 서린 깊은 그늘은 간간이 말없이 눈빛으로 내비친다.
김영광은 이달 초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신인 남자 배우상을 수상하며 그의 필모그래피가 이제 물 오르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앞으로 펼칠 그의 연기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기주(정갈희 역), 포텐 제대로 터트렸다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해고 통보를 하는 보스에게 그녀가 쏟아낸 눈물은 비애만이 아니였다.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당당함이였다.
또한,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그에 합당한 권리와 댓가를 당당하게 요구하고픈 '밀레니엄 세대'의 마음도 대변했다.
고등학교때 홀어머니를 잃고 살아온 지난 10년 세월은 '파견직'이라는 그녀의 신분이 설명해준다. 자신의 품위는 "엄마 유골함에 같이 묻어서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 나온 적이 없다"는 정갈희는 정규직이라는 벽 앞에 매번 기대했다 실망해 본 슈퍼 '을'의 절실함을 보여준다.
10분만에 불러대는 통에 빨리 뛰기 위해 통굽 구두만 신고, 면도기-양말-우산-쓰레빠 등 보스가 찾을만한 건 죄다 넣어다니는 기저귀가방이 트레이드 마크까지 될 정도로 고군분투한다.
진기주는 이번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로 제대로 '포텐' 터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우 데뷔 이전 대기업-언론사를 거치며 겪은 사회생활이 자양분이 되었는지, 조직의 일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20대의 고민을 유쾌하지만 현실적으로 연기해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진정한 장애란 무엇인가
이 드라마에서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캐릭터는 전갈희의 오빠 서동원(정중희 역)이다.
정중희는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으면 어떠랴. 그에게 장애인이라는 그늘은 별로 없어보인다. 오히려 더 아파보이고 걱정되는 쪽은 도민익이다.
시각만 잃었을 뿐 안마사라는 엄연한 직업인으로, 실직한 동생을 위로하기 위해 던져주는 등 든든한 맏이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 비록 종종 손에 멍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정중희와 도민익. 과연 어느 쪽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지, 진정한 장애란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김아정 작가의 시도가 의미깊게 다가온다.
이렇듯 SBS 월화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는 첫째주 방송에서 다채로운 매력과 떡밥을 던지며 시작했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회수하며 풀어나갈지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에서 계속된다.
[뉴스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