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빈관이 자승 전 원장 집이냐, 로비 창구 전락”
“영빈관이 자승 전 원장 집이냐, 로비 창구 전락”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07.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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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개혁행동 3일 봉은사 앞 서명운동…신도 동원 맞불
▲ 불교개혁행동 연대 단체들은 3일 오전 11시 봉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봉은사는 한쪽에 테이블을 펼치고 스피커를 동원해 ‘백만원력결집’을 홍보를 핑계로 불개행의 기자회견과 서명운동을 방해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는 시민단체와 이를 막으려는 봉은사 신도들의 실랑이는 40여분 동안 이어졌다.

불교계시민단체들이 자승 전 총무원장이 봉은사 영빈관(템플스테이체험관)을 로비 장소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서명운동과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봉은사가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영빈관 관장으로 추대한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자 ‘감로수(생수) 비리 당사자가 국고지원을 받아 건립한 템플스테이체험관을 개인 건물처럼 사용하고 성스러운 고찰 봉은사를 로비 장소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 스님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그리고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유착관계’ 규명을 국회에 요청했던 불교개혁행동 연대 단체들은 3일 오전 11시 봉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봉은사는 한쪽에 테이블을 펼치고 스피커를 동원해 ‘백만원력결집’을 홍보를 핑계로 불개행의 기자회견과 서명운동을 방해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는 시민단체와 이를 막으려는 봉은사 신도들의 실랑이는 40여분 동안 이어졌다.

▲ 기자회견을 막는 봉은사 신도들.

한 봉은사 신도는 “어젯밤부터 사찰에서 신도들을 준비했다. 초하루 기도하는 곳에서 왜 이러느냐, 기도할 수 있게 다른 곳으로 가달라”고 했다.

또 다른 한 신도는 “자승 스님도 없는 봉은사에 와서 왜 이러느냐, 하려거든 총무원 앞에 가서 해라”고 했다. ‘봉은사에 자승 스님이 오늘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봉은사 한 종무원은 말을 얼버무렸고, 한 종무원은 “오늘은 자승 스님이 안 계신다.”고 했다.

봉은사 거사림회 소속이라는 한 거사는 “자승 스님이 다이어트 강좌를 맡는 게 뭐가 문제냐, 자승 스님은 그럼 어디로 가라는 거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손상훈 교단자정센터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 자승 전 원장이 감로수 비리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우리는 감로수 사건이 과거 자승 전 원장의 도박 의혹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처럼 되어 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명운동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

현수막을 뺏으려는 신도들과 이를 막고 기자회견을 하려는 시민단체 간 고성과 대립은 계속 이어졌다.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등 불교개혁행동 연대단체 관계자들은 현수막을 펼치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했고, 봉은사 신도들은 현수막 앞을 가로막고 물러서지 않았다. 봉은사 측이 스피커 소리를 높여 ‘백만원력결집’ 홍보로 기자회견을 막자 불개행 측도 소형 스피커를 이용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2일 국회 앞에서 발표한 기자회견문까지 읽고 나선 후에도 실랑이는 이어졌고, 불교개혁행동 측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중재를 받아들여 봉은사 앞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서명운동 장소를 바꾸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단체 관계자들은 봉은사 건너편에서 박종린 불력회 대표법사의 ‘아미타불’ 염송에 맞춰 고성염불을 하면서 시민과 봉은사 신도들에게 자승 전 원장 엄정 수사와 조계종 노조 탄압 준단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봉은사가 내세운 '백만원력결집' 부스.

봉은사 측은 3개의 텐트에 테이블을 펼치고 신도들과 종무원을 배치해 ‘백만원력결집’ 홍보를 하면서 서명운동을 받는 단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봉은사 측 종무원은 수시로 사진을 찍어 어디론가 전송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봉은사 초하루 법회에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이 법사로 등단해 법문했다. 원행 스님은 영빈관(템플스테이체험관)과 자승 전 원장이 관장에 추대되는 것 등 현안에 대해 법문 동안 단 한 마디하지 않았다. 불교역사와 성지순례와 기도를 강조했을 뿐이다.

▲ 봉은사측의 방해에도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신도들.

봉은사가 신도회를 동원해 불교개혁행동에 맞선 동안에도 봉은사 일부 신도들은 도로를 건너와 서명지에 이름을 올렸다. 한 신도는 “우리 신도들이 불광사 신도들처럼 깨어나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 저도 힘이 없지만 서명에 동참하겠다. 수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 신도는 “오늘 단체들이 집회를 한다고 어젯밤부터 절에서 신도회에 연락했다. 많은 신도들이 자승 스님이 봉은사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저 앞의 신도들은 사찰 측이 동원한 것이니 더 열심히 서명운동을 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자승 전 원장을 템플스테이체험관 관장으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또 자승 전 원장이 무문관 수행을 통해 체중을 20㎏가량 감량했다며, 스님과 함께하는 건강 다이어트라는 강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단체들은 “무문관은 사량(思量) 분별심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두문불출하고 수행 정진하는 선원이지 다이어트 체험관이 아니다”며 “자승 전 원장을 관장으로 모신다는 봉은사 템플스테이체험관은 국민 세금 10억원과 신도들의 시주금 8억 5000만원으로 건립됐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와 신도들의 보시로 이루어진 템플스테이체험관을 영빈관으로 이름을 정해놓고, 국민과 일반 대중이 아닌 국빈과 내빈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는 봉은사 측의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은 전날인 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 전 원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그리고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유착관계’ 규명을 국회에 요청했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에게 ““그동안 검찰은 자승 전 총무원장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도박사건, 사찰방재시스템 비리 의혹 등 국고보조금 부정부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면서 “이번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종교계 직업종교인들이 저지르는 국가보조금 비리 의혹, 정관계 로비 다리 역할 등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종교계 적폐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불교개혁행동 연대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1시까지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김희영 불청사랑 대표, 박종린 불력회 대표법사,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정경호 단지불회 법사, 홍종표 대불련동문행동 대표, 최옥곤 전 봉은사 연등장, 조장래 대불청 회원 등은 2시간여 동안 기자회견문을 반복 낭독하고 시민과 봉은사 신도들에게 서명 동참을 호소했다.

단체들이 1시께 서명운동을 마치자 봉은사 측도 ‘백만원력결집’홍보 방송을 중단하고 천막을 철거했다. 철거 후 서명운동을 한 단체 관계자들과 이들을 막기 위해 나섰던 신도들이 한 장소에서 식사를 같이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단체 측 식사 장소에 온 신도회 사무총장은 “우리는 새벽부터 힘들었다. 서로 인식이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 우리는 수행하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서명운동이나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봉은사에는 오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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