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건 숭례문 아니라, 지도급 인사의 양심
불에 탄 건 숭례문 아니라, 지도급 인사의 양심
  • 법응 스님
  • 승인 2009.12.2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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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부족도 그들의 문화유산은 지킨다

이 글은 숭례문 화재당시 오마이 뉴스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입니다. 성보문화재 화재예방의 경각심에서 게재합니다. 법응 스님(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이 숭례문 화재사건에 대해 글을 보내와 전재한다. <편집자주> 

▲ 13일 숭례문 화재현장 보수작업을 위한 가림막 설치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게 불타버린 숭례문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소연

숭례문은 건축당시부터 개방돼 있었다. 누구나 숭례문을 일정거리나 먼 거리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문화재를 관람하고 느낀다는 것은 만지거나 두들겨 보고 올라가거나 그 옆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숭례문과 같은 거대규모의 고건축은 일정한 이격거리에서 보고 느껴야 제 맛이 난다. 건축기법이나 단청 등 세세한 것은 설명과 적당한 인식거리에서도 충족가능하다.
이런 차원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남대문을 개방한 것이 아니라, 국보1호인 남대문을 무방비의 저잣거리로 내 몬 것이라 해야 옳다. 이때부터 국보1호의 대접은 사라졌다. 수문장 교대식이나 취타대행렬 역시 일정한 거리에서 관람케 하면 된다. 신원파악이 안 되는 불특정 대중을 건조할 대로 건조되고, 타이어 분진과 먼지로 실내외가 가득 찼을 목조건축물에 출입시킨 행위는 문화재에 대한 무식과 애정결여의 발상이다.

 엄청난 가치의 문화재를 저잣거리에 방치한 까닭

 숭례문이 자기네들 개인자산으로써 엄청난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저잣거리에 그렇게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문화재는 그 관리정밀도에 따라 국민도 그에 상응하게 대함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우습게 여기는 집안의 물건은 자식들도 그렇게 여긴다.

 화재 예방의 책임은 관리기관이, 화재 시 진압은 전적으로 소방기관의 책임이다. 문화재청이 숭례문의 관리를 서울시와 중구청에 떠넘기기만 한다면 앞으로 복구나 모든 뒷수습도 문화재청은 관여치 말아야 한다는 이론이 가능하다. 문화재청은 법에 의해 그 관리를 서울시나 관할 구청에 위임하는 것으로써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에 대한 감독과 더불어 전문기관으로서 문제점을 수시 점검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도록 행정지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소신과 철학 없는 이 시대 공무원의 단상을 보는 듯하여 가슴 아프다.

 숭례문 입구에 고건축양식의 2평짜리 초소하나 건축하여 공익요원이라도 배치해 주야간 안내와 경비를 세웠다면 이런 불상사는 예방 가능했다. 전자감지 시스템은 2차 방어 수단이지 직접수단이 아니다. 전자 감지 시스템은 출동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한다.

 현장에 경비요원을 배치하는 것은 이미 신고 단계를 넘어서 직접 대응이 가능하기에 실효성이 크다. 화재는 발화 5분 이내 진화해야 한다. 결국 모든 처리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 정석임을 망각치 말아야 한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고생은 인정한다. 그러나 화재진압현장에서의 모든 상황판단과 진압권은 소방당국에 있다. 이것이 권리이자 의무다. 숭례문의 화재 진압시 소방대원들은 문화재라는 인식보다 화재진압이라는 고유의 업무에 충실했어야 한다. 화재진압의 기본은 파괴며 이 과정은 정당행위다. 향후 이와 유사사례가 재발한다면 천장에 적정량의 폭약을 터트려서 일부 훼손을 감수하고 진화해야 한다. 이를 두고 뭐라 한다면 안 된다.

 허술한 잔해 처리... 역시 문화야만국

 타고 남은 잔해의 처리를 보면 역시 문화야만국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장의 모든 잔해는 방화의 증거인 동시 문화재다. 문화재는 원형이 보존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식되거나 산화과정의 것도 문화재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수천 년 간 매장되었다가 발견된 와편을 왜 버리지 않고 창고에 보관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현장에서의 모든 타고남은 잔존물들은 서울시나 근교의 폐교나 빈 건물에 보관하여 하나하나 정밀분석 선별하고, 사진 등 기록으로 남긴 후 취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쓰레기 처리회사에 하청을 줬다면 우리나라는 망해가는 국가라 해도 괜찮다.

문제는 지휘체계이며 애정의 문제다.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소신, 머리가 좋은 지휘관의 부재가 더 한탄스럽다.

복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우선 필요한 것은 복원의 주체의 결정이다. 길어지기 때문에 본론만 거론한다. 우선 거국적으로 가칭 ‘국보1호 숭례문복원 및 사후처리대책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국보1호에 대한 상응한 예우다.

첫째, 덕망과 청렴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 고건축계의 저명인사들로 증명과 조언 그리고 감독 기능의 상층 지휘부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국민대표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상중부를 구성하여 국민적 공감대와 참여의 기회를 균등케 해야 한다.

셋째, 복원의 직접 공사는 고건축을 시행하는 고건축 전문인 600~1000인으로 ‘고건축인 숭례문 복원실행위원회’를 구성하여 고건축을 직접 시공하는 모든 장인들에게 참여기회를 줘야한다.

넷째, 이 모든 과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동참의 기회를 주는 ‘운영과 홍보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이를 위해 정부당국은 관련 시민사회단체 포함한 ‘숭례문복원비상협의기구’를 구성하여 로드맵을 설정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숭례문이 불탄 게 아니라 지도급 인사들의 양심이 전소됐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그러나 이번 화재와 같은 인재는 국가적 수치이며 현 우리나라가 얼마나 안일함에 빠져있고, 배금주의에 물들어 문(文)적 가치들을 홀대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반드시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국가지도자나 공무원부터 긴장해야 한다. 국가 지도자와 각급의 공무원들이 허점을 보이고 생각을 엉뚱하게 하면 국민도 그에 따라간다. 그래서 지도자가 어려운 것이며 지도자는 애국심과 천재성, 무엇보다 마음부터 열려있어야 한다.

숭례문이 불탄 것이 아니라 지도급 인사들의 지도력과 양심 그리고 애국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이미 전소됐기에 숭례문도 따라서 불탄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MBC <100분토론>을 지켜보면서 든 느낌은 이렇게 안일하고 책임전가 일색이고, 무대책이고 무방비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가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오늘의 대한민국 상황이 무섭다.

답은 모든 지도급 인사들의 나태하고 천박했던 마음의 복원이다. 부디 깊은 성찰을 바란다. 이것만 이루어지면 남대문은 천개라도 복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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