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대표선출위원회 유감
직능대표선출위원회 유감
  • 불교닷컴
  • 승인 2006.10.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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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자정센터에서 띄우는 공개편지②[전문]

지난 4월 5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기로에 섰다'는 제목으로 <교단자정센터> 원장 명의의 첫 번째 공개편지를 띄우고 근 반년이 지나 두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교단자정센터>가 지난 9월 22일 ‘교단자정 긴급간담회’를 진행하고 조계중앙종회의원선거 관련 활동 방침을 정한 이후, 추석 휴가도 없이 꼬박 1개월간을 주야로 이 문제에 매달려왔습니다.

회원들에게 긴급 자원봉사를 호소하면서까지 밤샘작업을 하여 제방에 수천통의 호소문(교단청정 1, 2호)을 발송하고, 뜻을 같이하는 불교단체와 스님들을 모으고, 총무원장 스님 면담으로 시작하여 각종의 문서를 보내고, 언론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제방의 스님들로부터 공감과 격려, 제보성 전화가 걸려오고, 종법무시행위에 대한 정당한 주장이 출가세계에서도 울렸던 것은 교단의 역동적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하나의 가능성이었었습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직능대표선출위원회’의 건강한 여론과 종법을 무시하는 결정은 이와 같은 한 가닥 희망조차 짓밟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종법 파괴행위는 지난 총무원장 선거와 이어서 행해진 교구본사주지선거 등의 과정에서 이미 확인될 대로 확인된 것이므로 더 이상 실망할 것도 못됩니다. 하지만 ‘직능대표선출위원회’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우선 그 구성에서, ‘조계종 비구법계 1급 대종사 이상으로 학식과 덕행을 겸비한 큰스님들로 구성되는 원로의원’이셨던 총무원장스님이 위원장으로 계시고, 지선스님, 청화스님, 수경스님, 정념스님 같이 그간 바른 목소리를 내셨고 개혁적 상징성을 가진 분들이 주요 구성원이자 수적으로도 열세이지 않은 구성이었으므로 더욱 기대가 컸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은 그런 기대를 아주 편리하게 묵살해버렸습니다.         

총무원장스님께서야 지난 10월 11일 재가단체 대표자와의 면담에서, 공명한 선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주십사하는 건의를 묵살하시고는, 마침내 투표일에 임박한 어제(10월 24일)에 이르러서야 사실상 사과문에 다름없는 ‘담화문’을 발표하셨으니 그 또한 더 이상 실망할 게제가 못됩니다.

그리고 수경스님과 정념스님은 그분들이 점찍은 직능대표들이 당신들의 손에 때를 묻히지 않고 뜻한 바대로 선출되었느냐 아니냐 하는 손익계산을 떠나, 선출의 원칙을 거론하며 회의의 연기 등을 주장하였고, 기존 관행에 따른 선출에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히고 퇴장하였으므로 명분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독 지선스님과 청화스님은 ‘대의’는 젖혀두고라도 ‘명분’을 생각지 않는 결정을 내리셨으니 이것이 더욱 안타까운 것입니다. 

지난 23일 열린 ‘직능대표선출위원회’가 어떠한 결정을 하는가에 따라 현재 혼탁하게 진행되고 있는 선거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리고, 선거가 대중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으로 가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signal)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회의였으므로 우리 <교단자정센터>를 비롯한 조계종중앙신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재가단체와 수경스님님(불교환경연대), 효림스님(실천불교승가회) 등은 지난 10월 20일(금) 급히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하였습니다. 

이 자리의 결론은 직능대표선출이 종국에는 기존의 관행에 따라 최종적인 결론이 나더라도, 우선 23일 회의에서의 결정을 한차례 미루어 제방의 여론을 반영하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요약됩니다. 이렇게 회의를 만들기 위해 수경스님과 저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일요일인 22일까지 인연 있는 선출위원 분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진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22일 일요일 저녁, 저는 이러한 회의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지선스님께 전화를 드렸고, 이어 수경스님께 전화를 드려 두 분이 직접 통화를 하시도록 했습니다. 최종적인 결론은 사표를 던지고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으시겠다는 수경스님은 사표를 거두고 회의에 참가하며, 수경스님께서 회의장에서 연기를 주장하면 이를 지선스님이 돕기로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교포커스’의 보도에 의하면, 23일 직능대표선출위원회 공식회의장에서 지선스님은 정반대로 “연기한 후에 법을 개정한다든가, 3원장이 자리를 내놓던가, 직능대표선출위원들이 한 자리씩 내놓는 안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실현 가능하겠는가. 차기 종회도 원 구성을 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데 무작정 연기할 수 있는가. 더 큰 혼란이 예상 된다”며, 이유까지 조목조목 들어가며 연기불가론을 말씀하셨습니다.

주장하신 말씀 중에 한 가지 “더 큰 혼란이 예상 된다”는 것은 교계 중진스님으로서의 염려이리라 깊이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각 직능단체와 대중이 요구하는 수준의 선출이 실현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어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도 아니요, 직능대표선출이 안된다고 차기 종회 원 구성이 진행되지 못하는 법적하자가 생기는 것도 아니므로 그것은 이유가 되질 않습니다.

오히려 (선출)연기불가 입장에 힘을 싣기 위한 현실론을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유추해 보건대, 직능대표 선출이 연기가 되면 20명의 직능대표 종회의원 중 6~7명의 ‘실천불교승가회’ 몫이 종회 원 구성에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다른 ‘현실적’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실천불교승가회’는 현 총무원장스님 당선의 공신인 이른바 ‘5인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구조를 혁파할 것을 총무원장스님에게 문건으로 건의하였고, 이 건의문이 혁파를 요구한 대상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곤혹스러운 일들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번의 과정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그분들 중 상당수를 직능대표로 추천했고, 그분들이 선출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선출하는데 한 번의 제동도 않고 동의한 것을 보건데, 그 건의는 우리의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my way)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절규(cry for help)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제 기사에 보니 ‘직능대표선출위원회’ 결의문이 나왔습니다. 차기 종회에서 직능대표선출에 관한 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라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결의문이 ‘직능의 대표성, 자격기준, 선출방법을 명확히 하라’는 말로가 아니라, ‘10개의 전문분야로 구분된 직능이란 것을 아예 없애고, 계파의 비율에 따라 각기 추천하는 인물을 선출하는 (종회 계파별)비례대표제로 바꾸라’는 본심을 달리 표현한 것처럼 신뢰성 없이 들립니다.

대중의 여론과 마음을 얻고자 하는 노력, 그것이 표리가 일치하는 진정어린 것이라면 어질고 바른 정치일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일종의 정치적 기교이거나 대중인기편승주의라고 한다 해도 완전히 어리석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의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최고의 행동 준거로 삼지 않고, 어제 세운 명분이 하루아침에 정반대의 그것으로 표변한다면 이는 현실정치도 아니요, 더욱이 ‘실천불교’도 아닐 것입니다. 저는 수경스님의 ‘모든 것을 놓을 생각을 하면 해결 된다’는 발언을 ‘현실정치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발언 혹은 종단 사정을 잘 모르는 대중들을 상대로 한 인기발언’이 아니라, 진정어린 마음으로 제 발언 삼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윤남진(교단자정센터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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