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피었습니다
연꽃이 피었습니다
  • 불교닷컴
  • 승인 2010.03.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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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연꽃 향이 살아 있는 보광스님의 첫 에세이

│지은이 한보광│46판 344쪽(컬러 도판 16쪽)│도서출판 여래장│값 15,000원│

30여 년을 강단에서 강의하며 학문의 길을 걸어온 한보광 스님이
일상을 젖어드는 청계산의 아름다움과 연꽃의 향내를 맡으며
수줍게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
어디에 좋지 않은 산이 있을까마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청계산이 너무나 좋아서 앞으로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이 산은 사시사철 좋지 않은 때가 없다. 봄이면 연둣빛으로 산을 덮고 여기저기서 산벚꽃이 수를 놓으며, 여름에는 푸르름이 더하여 깊은 바다와도 같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들고, 눈으로 덮인 겨울산은 마치 설산을 연상케 한다. 얼마 전부터는 이수봉 산마루가 마치 부처님 얼굴과도 같은 모습을 나투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산을 보고 합장하며, 혼자서 청계산 와불봉臥佛峯이라고 이름 붙여 보기도 했다. ……머리말 중에서

❚책 소개❚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지만, 저자만큼이나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도량에 핀 연꽃을 보면서 소박한 기쁨을 찾고, 연꽃과 대화하고, 정을 나누는 저자는, 연꽃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깨달음의 의미를 배우고 삶속에 실천하며 살고자 그동안 써놓았던 많은 글들을 엮어 수필집을 내었다. 
출가자로서 소박하면서 잔잔한 일상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으며, 잊지 못할 그리운 분들과의 인연이야기들,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교생활의 추억이 한껏 배어 있는 글들, 불교 종책에 대한 제안의 글 등 다년간의 다양한 소재거리로 풀어낸 글들이 가득하다.
수행승으로, 학자로, 때로는 논설위원으로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아낸 이 책은 독자가 읽기에 걸림이 없는 시원한 매력이 있다.
연일 카메라 속에 연꽃을 비롯한 주변의 소담한 일상을 담았던 저자의 열정과 노고로 인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꽃의 자태와 주변의 정겨운 모습들을 담은 사진이 함께 실려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뭐랄까, 정말 연꽃과 같이 향기가 살아있는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한보광 스님

경북 경주시 모량리에서 출생
경주 분황사에서 득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및 대학원 졸업
일본 불교대학에서 문학박사 취득
일본 경도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
동국대학교 정각원장, 대외협력처장,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
불교대학원장, 그리고 EBTI(국제전자불전협회) 회장 역임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
청계산 정토사 주지
대각사상연구원장
한국정토학회 명예회장
동국대학교 전자불전문화재콘텐츠연구소장
일본 인도학불교학회 이사
조계종 제14대 중앙종회의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 저서 및 역서
『龍城禪師硏究』, 『淨土敎槪論』(坪井俊映著),
『新羅淨土思想の硏究』(일본판), 『禪과 日本文化』(柳田聖山著),
『信仰結社硏究』, 『禪淨雙修의 展開』(藤吉慈海著) ,
『日本禪의 歷史』, 『淨土三部經』, 『般舟三昧經』,
『譯註正法眼藏講義』제1권

􄤧 논문
「延壽門下の高麗修學僧について」
「來迎院本の遊心安樂道について」
「念佛의 實踐方法에 관한 硏究」등 120여 편이 있음.

􄤧 受賞
 日本印度學佛敎學會賞

❚책 속으로❚

산사의 새벽은 어디라도 싱그러우며 고요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지나고 별빛도 희미해질 때면 사미는 천근같은 몸을 일으켜 새벽예불을 준비한다.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때면 새벽잠이 없는 노스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지난밤에 긴장을 하고 잠든 탓에 5분 전에 일어나 급하게 준비하였지만, 4시를 어기지 않고 도량석은 시작된다.……본문 19쪽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청계산 기슭이라 비교적 한적하면서도 도반들이 쉬어가기 편하며 흙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고, 산바람이 불어 와서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다. 봄이면 논둑을 태울 수 있고 가을이면 낙엽 타는 연기가 향 내음처럼 좋다.
동네 사람들은 밭에 갔다 올 때면 호박이랑 고추, 산나물을 캐 와서 부처님 전에 올리는 것을 큰 공양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절 아래에 사는 조 목사님은 산에서 캔 더덕으로 곡차를 담가 가끔 가져오기도 한다.……본문 26쪽

새벽 정적을 깨는 목탁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법고와 범종, 운판, 목어의 울림이 끝나면 많은 스님들이 합송하는 예불의 장엄함이란 어떠한 오케스트라에 못지않다. 오래전에 신규 교수들과 함께 해인사로 수련회를 간 일이 있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교수들이 처음으로 체험해 본 산사의 생활은 그대로 황홀경이었다고 하였다. 특히 해인사의 새벽예불 시간에 홍유동 맑은 물에 세수하고 큰법당에 앉으면 가야산 곳곳의 암자에서 울리는 법고와 범종 소리, 100여 명 스님들의 예불 소리가 그대로 극락정토의 화음이다. 이어지는 기도와 참선은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떠나는 멀지만 달콤한 여행길이 된다.……본문 37쪽

김수환 추기경을 사제관에서 만난 적이 있다. 검은 양복을 입고 나오셨는데 양복 위에 뭔가 하얀 것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추기경님, 양복에 뭐가 묻으셨네요”하고 보니 묻은 것이 아니라 양복이 낡아 구멍이 나서 하얀 속옷이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존경받는 추기경님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 아, 이분이 존경받을 생활을 하시는구나’ 싶었다.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바로 도인 것이다. 물질에 대한 우리의 불만족은 끝이 없다.……본문 55쪽

사월 초파일에 올리는 등 행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손수 등을 만들어 부처님 전에 밝히는 것을 연등燃燈이라 하고, 다른 사람이 올린 등을 보고 기뻐하는 것을 관등觀燈이라고 한다. 연잎을 한 잎 한 잎 붙여 가면서 정성을 다하는 경지야말로 그대로 수도자의 자세이며,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이 정성껏 만들어서 장엄해 둔 것을 보고 마음이 밝아지며, 환희심을 낸다고 한다면 이도 또한 그 공덕이 클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거리마다 오색등이 달리고 법당에도 등으로 가득하다.……본문 99쪽

법당에서 기도하다가 죽을 각오로 기도 발원을 하였다. 앉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눕지도 않고, 기대지도 않고, 서서 목탁을 치면서 24시간을 계속하여 염불을 하였다. 밥 먹고 세수하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법당에서 염불을 계속하였다.
처음 하루는 시작하는 마음으로 보냈고,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면서 더욱 힘이 들었다. 칠 일째가 고비였다. 한밤중에 기도를 하고 있으면, 법당에서 떨어져 있는 요사채에서 잠자는 소리, 코 고는 소리, 잠꼬대하는 소리까지 들리곤 하였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팔 일이 되고, 구 일이 지나 십 일이 넘어서니 모든 잡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본문 126쪽

출가한 지 서른 해 지나도록 내가 가지고 있는 화두는 ‘깨달음을 어떻게 사회에 실현시킬 것인가’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얼마 전 대각사상연구원을 개원했다. 대각을 성취하여 다양한 방편으로 그 깨달음을 사회에 실현한 백용성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우선 용성 스님의 사상과 연구 성과를 정리한 학술지를 출판할 생각이다. 내가 학위논문으로「원효의 정토사상」을 쓴 것도 그것과 한 맥락에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미‘성불’이라는 출가사문의 대과제를 다음 생으로 미루었다. 그리하여 지난 세월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시간들도‘깨달음의 사회 실현’을 위해 정진할 것이다.……본문 144쪽

출가자는 부모를 잊는 공부를 하지만, 그 부모는 자식을 오매불망 잊지 못한다. 나 역시 집 떠난 지 40여 년이 되다 보니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하면서 부모를 멀리하여 왔다. 마치 그것이 올바른 수행자인 양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철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부모님의 초상 때나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님의 팔순을 핑계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여 양친을 모시고 어른들에게 공양을 낸 적이 있었다.……본문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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