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쪽빛 물감을 떨어뜨린 듯 푸르고 드높은 하늘을 보면 누구나 생각이 깊어진다. 이 가을, 한권의 경전과 함께 부처를 닮은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동국대출판부는 동국대 총장을 역임했던 선지식 故 백성욱 박사의 <금강경 강화>를 출간했다. 책은 백 박사가 1959년 동국대에서 1200여 대중에게 강의한 내용을 금강경독송회가 녹음ㆍ정리한 것이다.
백성욱 박사는 한 때 <대방광불화엄경>을 독송했다. 그가 여러 해 동안 <화엄경>을 독송하는 선배, 과거 조사들을 지켜봤더니 뜻만 컸지 모두 곤궁했다.
백 박사는 “<화엄경>이 워낙 부처님ㆍ빛의 세계를 말씀하고 있으니 뜻은 큰데 실제로 이 곳 현실세계에는 적용이 안되는 구나. 지혜를 키우고 복을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금강경>”이라며 <금강경> 독송을 시작했다.
백 박사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중생을 위해 출현하신 뜻은 <금강경> 반야부 때문이다. <금강경>은 아무나, 즉 초심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마음의 상처도 받아 본 최상승자가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중생이 <금강경>으로 마음을 깨쳐서 부처님 지혜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 출현했다”고 말했다.
동국역경원은 동국대 초대 역경원장을 역임했던 운허 스님이 초역하고, 역경보살 월운 스님(봉선사 조실)이 한글로 개역한 <수릉엄경>을 발간했다.
<능엄경>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이 원래 이름이다. 경전의 7권에 실린 ‘능엄주’는 용맹스럽게 정진해 선정을 닦는 데 힘을 주는 주문으로 ‘능엄주’ 독송은 성철 스님도 수지독송을 권했던 수행법이다.
불광출판사는 한암대원 선사가 강설한 <반야심경>을 내놓았다.
<반야심경>은 석가모니 부처님 성도 후 49년 설법한 가운데 21년간 설한 <반야경>을 260자로 축약한 것이다.
책은 한암대원 선사가 1998년 11월 동안거부터 2000년 2월 동안거까지 오등선원과 오등시민선원 대중에게 36회로 나누어 소참법문 한 것을 정리했다.
민족사는 ‘경전강의 시리즈’를 새롭게 내놓았다. 경전 강의 수업을 들으며 불편을 겪은 불자들의 고충을 풀어줄 책은 유명한 스님들의 강의를 직접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전 원문과 독음, 번역을 실었다. 한자풀이를 함께 배치해 옥편 없이도 쉽게 경전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또, 추가 메모장 없이도 강의 내용을 직접 필기할 수 있도록 책의 여백을 둔 불자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민족사는 그 시작으로 <금강경> <유마경>을 출간했다. <금강경>은 성본 스님(동국대 교수)이, <유마경<은 무비 스님(前 동국대 역경원장)이 강설했다.
성본 스님은 절망과 무기력에 지친 현대인의 괴로움을 달래줄 긍정의 힘을 <금강경>에서 찾아 보인다.
<유마경>은 불교를 어설프게 공부한 사람들의 편협하고 치우친 안목을 여지없이 깨트리고, 허공처럼 드넓고 툭 터진 인간의 본성을 깨우치며, 대승불교 근본과 줄기들을 총망라해 불교공부의 진실로 돌아갈 바를 남김없이 제시한다. 무비 스님은 <유마경>을 통해 갖가지 고민과 불행 속에서 헤엄치는 현대인의 아픔을 보듬어 공감하는 힘을 찾고 있다.
금강경┃성본 스님 강설┃민족사┃2만5000원
유마경┃무비 스님 강설┃민족사┃2만8000원
반야심경┃무구자 도인 주해┃한암대원 선사 강설┃불광출판사┃2만2000원
백성욱의 금강경 강화┃금강경독송회 녹취 및 정리┃동국대출판부┃1만5000원
수릉엄경┃이운허 초역┃김월운 개역┃동국역경원┃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