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겹치기 캐스팅+빈곤한 서사+OST 남발, 공감 막는 삼요소
‘봄밤’ 겹치기 캐스팅+빈곤한 서사+OST 남발, 공감 막는 삼요소
  • 칼럼니스트 엠마K
  • 승인 2019.05.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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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한지민 서사 없는 급 전개, 그들만 애절한 사랑
사진=MBC 방송 캡쳐
사진=MBC 방송 캡쳐

29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는 유지호(정해인 분)와 이정인(한지민 분)의 마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인은 불쑥 전화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 하면 다가오는 유지호에게 선을 긋고,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남자친구 기석에게  이유 없이 신경질 적인 모습을 보이고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는 등 지나치게 자기 감정에만 충실한 이기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유지호는 아들 은우(하이안 분)와 함께 도서관에 갔다. 그리고 이정인을 만났다. 은우는 이정인을 엄마라고 불렀다. 두 사람 간 기묘한 기류는 더욱 강해졌다.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설정이라고 하지만, 첫 만남 이후 두사람이 서로에게 빠지게 되는 과정을 순간 순간의 인물들의 표정, 심리 등은 안판석 감독 특유의 연출로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나, 정작 이들의 그런 감정에 빠지게 되는 서사가 빈약하다보니 ‘뭘 했다고 벌써 둘이 저렇게 애절해?’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두사람의 감정 변화 이유를 인물들의 서사를 통한 이해가 아닌 주변 인물들이 이들 주인공의 감정을 일일이 해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퇴근 후 집에 온 정인은 유지호로부터 "책 고마워요. 친구 돼준 것도"라는 메시지를 받고 이를 가만히 보고 있는데, 불쑥 동생 재인이 이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여 주며 "남자친구가 그렇게 좋아?"라며 놀리자 거울을 보고 미소를 짓는 모습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다음날 출근한 도서관에서는 동료이자 친구인 송영주(이상희 분)가 유지호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말로 그녀를 다그쳤다. 정인은 "기석(김준한 분) 오빠 후배다. 친구 하기로 했어. 친구 할 수 있잖아"고 둘러대자, "그렇게 라도 한 건 아니고? 일을 냈네. 일 냈어. 너 이거 사고야"라며 정인의 감정을 설명해 준다.

권기석(김준한 분)이 유지호의 약국을 찾아 정인과 정인의 부모들에게 줄 영양제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에피소드에선 동료 약사들이 대사로 권기석이 다녀 간 이후로 지호가 이상하다며 지호의 감정을 대사로 장황하게 설명한다.

권기석이 후배이자 유지호 친구인 최현수와 차를 타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더 노골적이다. 최현수가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건 마음이 떴다는 결정적 증거거든. 반대로 한번 딱 꽂혀봐. 의지랑 상관 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이지”라는 대사를 읊으며 유지호와 이정인 두 사람의 감정의 당위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권기석은 이정인에게 유지호의 약국에서 구매한 영양제를 건냈다. 정인과 헤어진 후기석은 여전히 날카롭고 예민한 그녀가 맘에 걸려 집에 들어간 정인에게 전화를 걸어 커피 한 잔이라도 할까 말을 건네 보지만, 정인은 동생 재인이 집에 있어서 안 된다는 거짓말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마침 그때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는 재인은 목격한 기석은 정인의 거짓말에 씁쓸해 하며 귀가했다. 

남자친구의 방문을 거절한 직 후, 정인은 유지호에게 약 핑계를 대고 전화했다. 유지호는 "정인 씨 전화 목소리가 이렇구나"라고 말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자 유지호는 "괜한 소리 했나보다"라고 말했다.  둘은 별 거 아닌 말에 미소 짓고, 실없는 농담을 건내며 별 거 아닌 말들에 미소를 지으며 누가 봐도 그들은 ‘친구’가 아닌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날 유지호는 친구 박영재(이창훈 분)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정인을 발견했다. 유지호는 이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지호는 "집에 가는 길에 정인 씨가 보였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주변을 의식하며 전화를 받은 정인은 길을 건너 자신에게 오려는 유지호에게 "건너 오지 마라.그럼 안될 것 같다"고 바로 유지호를 막아섰다. 이정인은 현실을 절감하며 절망했다.

정인에 대한 감정이 특별함을 고백한 유지호에게 ‘친구하자’는 제안으로 먼저 다가가고, 약을 핑계로 전화를 걸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는, 술기운을 빌어 그녀에게 다가서자 ‘그럼 안될 것 같다’며 선을 긋는가 하면, 여자친구의 마음을 달래려 애쓰는 남자 친구에게 시종일관 까칠하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고,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하는 정인의 모습은 자기 감정만 중시하는 이기적인 비호감 여주 캐릭터라는 원성을 듣게 만들고 있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제대로 풀어주지 못하는 빈곤한 서사,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현실 멜로라는 유사 장르 30대 남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다루는 주제 등 비슷한 색깔을 가진 작품에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을 겹치게 캐스팅(정해인 포함 주요 인물 9명이 겹침)이 주는 기시감, 뮤직비디오라는 착각이 들만큼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OST남발 등 드라마에 공감하고 빠져들지 못하게 하는 장애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시청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첫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 같은 문제점들 중 캐스팅은 이미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해도 인물들의 서사를 좀더 촘촘하게 채우는 작업과 비호감으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한 여주인공의 캐릭터 보완, 상황에 어울리는 절제된 OST의 활용 등 애정하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에 대해 보내는 우려를 제작진들이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뉴스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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