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계속된다.
2019년 10월 26일 토요일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처음 열리는 촛불집회다.
곧 다가올 겨울에도, 내년 봄에도, 어쩌면 평생 지치지 않고 들어 올릴 촛불이라고 한다.
주최는 북유게 사람들.
북유게는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의 정치유머 게시판 별칭이다. 루리웹의 커뮤니티 메뉴에서 순서상 일반 유머게시판(유게)보다 위쪽에 위치해서 북쪽에 있다는 의미로 북유게라고 부른다.
한 게이(인터넷 용어: 게시판 이용자의 줄임말)의 제안으로 시작된 집회라고 한다.
참고로 같은 날 여의도에서도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이제 시민들은 각자 추구하는 스타일대로 촛불집회를 연다. 물론 목표는 같다. 검찰개혁. 동원되지 않은, 동원될 리 없는 시민들의 멋드러진 의사 표현이자 창의적인 집회 방식이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될 예정인 현장의 안전을 위해 모두 형광 조끼를 입고 있었다.
신고된 집회 장소를 삥 둘러싸고 다섯 시간 이상 서있는 채로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시민들의 안전까지 챙겼다. 건널목에서 빨간불-파란불, 길 건너기 안내까지 했다.
퍼펙트(Perfect). 어떤 행사장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보호를 받아본 적은 거의 없다.
지나가던 5060으로 보이던 한 남자가 "빨갱이들"이라고 나즈막히 외쳤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는 못했다.
이날 기온은 초겨울을 방불케하는 한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서초역에서 교대역까지 차도를 가득 메운 인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챙겨온 방한 물품 중 '조국 수호-Knights of Moon'이라고 쓰여진 담요 망토가 눈에 띄였다. 사전 제작한 공동 구매 물품이다.
"정경심을 석방하라"
"검찰개혁, 공수처를 설치하라"
"윤석열을 수사하라"
"검찰이 범인이다"
"법원도 공범이다"
"문재인 최고, 조국 수호"
"민주당은 반성하라"
"기레기는 물러나라"
이 날의 구호는 분명했으나, 여느 집회 현장처럼 선동적인 목소리는 아니였다.
서울에서 온 집회 참가자는 "누군가의 힘든 마음을 와락 안아줄 따뜻한 품과 같다"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개혁 촛불집회의 공식 무대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주를 이뤘다.
가장 큰 박수를 받았던 무대는 검찰총장을 비롯, 법조인이 장래희망이라는 어린이들의 발언. 그들은 "요즘 보면 제 꿈을 바꿔야 하나 싶다"며 "해당 직업을 존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공식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됐으나 시민들의 발언은 10시가 지나도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대구, 부산, 포항, 울산, 창원, 마산, 거제, 통영, 광주,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참가자들은 그만큼 가슴에 담은 이야기가 많았다.
교대역쪽에서 시민들이 차로를 향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자리엔 신호등에 멈춰선 택시 기사님이 환한 미소로 '검찰개혁' 푯말을 흔들고 있었다.
(관련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뉴스렙]